의료산업1팀 문성호 기자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좋은 건 알겠는데, 환자한테 권하기가 무섭다. 약값만 한 달에 수천만 원인데 의사도, 환자도 포기하게 된다."
최근 만난 한 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의 하소연이다. 항암제 시장의 패러다임이 '단독'에서 '병용'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지만, 정작 국내 급여 제도는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해부터 '항암제 병용요법 부분급여' 카드를 꺼내 들며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기존 급여 약제에 비급여 신약을 섞어 쓸 때, 기존 약값만큼은 건강보험을 유지해 주겠다는 취지다. 환자들 입장에선 '병용'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기존에 받던 혜택까지 박탈당하던 불합리함이 어느 정도 해소된 셈이다.
문제는 이 '부분급여'의 온기가 정작 가장 강력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신약과 신약의 조합'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부분급여는 주로 약값이 저렴한 '기존 화학요법+신약' 조합에 집중돼 있다. 반면,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최우선 권고하는 '면역항암제+표적항암제' 혹은 'ADC+면역항암제' 같은 신약 간 병용요법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논의 자체를 뒤로 미뤄둔 결과다.
업계의 셈법은 더 복잡하다. 최근 항암 병용요법은 같은 회사 제품끼리의 조합보다 A사 신약과 B사 신약을 섞는 '타사 간 조합'이 대세다. 요로상피암 1차 치료에서 표준요법으로 부상 중인 파드셉(엔포투맙베도틴),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MSD) 병용요법이 대표적이다.
자사 신약의 가능성만 있다면 상대방 기업의 동의 없이 치료제를 직접 사들여 병용 임상을 진행하는 사례도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임상 현장에서는 최적의 시너지를 내는 조합을 찾아내는데, 정작 급여 논의 테이블에서는 약값 줄다리기를 하느라 시간만 흐른다. 제품을 보유한 기업별로는 자신들의 처지만 하소연하며 정부의 열린 자세만을 요구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서로 다른 회사의 신약이 병용될 경우, 기업 간 협의할 경우 담합으로 비칠 수 있다"며 "결국 신약 간 병용요법은 '허가는 났지만 쓸 수 없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부는 언제까지 재정 건전성만을 내세워 '신약+신약' 병용요법의 급여 논의를 미룰 셈인가.
이미 해외 주요국은 신약 간 병용요법의 가치를 인정해 유연한 약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단순한 비용 논리를 넘어, 환자의 생존 기간 연장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본질적인 가치에 집중해야 할 때다.
부분급여 제도가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희망의 사다리'가 되려면, 가장 까다롭고 비싼 '신약 간 조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기업들도 본인들의 처지만 하소연할 것이 아니다. 제도가 현장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환자가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 책임은 결국 정부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