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박연희 교수, 유방암 치료옵션 변화 속 제도 지적
"개발국보다 저렴한데도 제도적 한계, 논의 기구 모순점 개선해야"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혁신 항암제로 평가받는 대표적 ADC(Antibody Drug Conjugate, 항체-약물 접합체) 약물인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의 급여 적응증 확대 논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의 벽에 부딪혀 공전하고 있다.
글로벌 표준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으며 임상 현장의 급여 요구는 커지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재정 영향'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표준 치료 등극에도 국내선 '급여 미설정'
23일 삼성서울병원 박연희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엔허투의 HER2 저발현 유방암 등 신규 적응증에 대한 급여 확대 논의가 정체된 국내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엔허투는 국내에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2차) ▲HER2 양성 전이성 위암(3차) ▲HER2 저발현(Low) 및 초저발현(Ultralow) 유방암 ▲HER2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적응증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이 중 급여가 적용되는 것은 유방암 2차와 위암 3차 치료뿐이다.
특히 'HER2 저발현 유방암'과 '비소세포폐암' 적응증은 지난해 상반기 급여 확대에 도전했으나, 첫 관문인 암질심에서 '급여 기준 미설정' 결론을 받으며 제동이 걸린 상태다.
박연희 교수는 엔허투가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 등에서 최고 수준의 권고를 받는 '표준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국내에서만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심의 과정에서 보건당국은 임상적 가치보다 '추가적인 재정 분담'을 논의의 핵심으로 삼으며 제약사와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일부 면역항암제가 적응증 확장을 앞세워 재정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다 보니, 정부가 '재정적 공정성'을 이유로 엔허투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특정 회사에 건강보험 재정이 쏠리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 같다"며 "DESTINY-Breast(DB)-04, DB-06 임상 등으로 유효성은 이미 입증됐음에도 재정 논리에 밀려 환자들의 치료 기회가 지연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공급가가 개발국인 일본보다 낮은 '전 세계 최저가' 수준임에도 요지부동인 당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박연희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엔허투 가격은 일본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경쟁 ADC 약물과 비교해도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는 "약값이 싼데도 급여가 안 되니 현장에서는 기형적인 상황이 벌어진다"며 "치료 적기에는 쓰지 못하다가, 결국 임종 직전에야 환자들이 사비로 한두 번 써보는 '비효율의 극치'가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박연희 교수는 심평원 내 약제 심의 기구들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암질심 등 전문 기구가 재정 논리에 휘둘리기보다 의학적 타당성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연희 교수는 "암질심은 본연의 성격에 맞게 임상적 유효성만을 평가해야 한다"며 "임상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재정 문제로 급여 기준을 설정하지 않는 모순을 바로잡아야 한다. 엔허투 사례를 시작으로 앞으로 등장할 수많은 혁신 신약들을 위해서라도 이 같은 시스템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