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리케어 박선영 대표

[메디칼타임즈=스테리케어 박선영 대표] 나는 수술가운을 볼 때마다 그 안에 담긴 역사를 읽는다. 수술가운은 단순한 방호복이 아니라, 시대가 의료와 안전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수술가운은 면직물로 만들어졌다. 여러 차례 세탁해 재사용할 수 있었고, 위생 개념도 지금처럼 엄격하지 않았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에이즈(AIDS)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등장하자, 의료 현장은 더 철저한 차단 성능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면직물 가운은 선진국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일회용 부직포 가운이었다. 혈액과 체액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장점 덕분에 급속히 확산되었다. 그러나 문제도 분명했다. 비용 부담이 컸고, 착용감이 불편했으며, 무엇보다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쳤다. 단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가운이 수천만 벌 단위로 쏟아져 나오면서 의료폐기물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났다. 나는 이 시기를 "안전은 확보했지만, 환경은 포기한 시대"로 기억한다.
그러나 기술은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는 폴리에스터 극세사 소재가 등장했다. 발수성과 방수성이 강화되어 혈액과 체액 차단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정전기 방지 가공을 통해 위생성을 확보했다. 무엇보다 수십 회 세탁해도 성능이 유지된다.
나는 이 변화를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철학적 전환으로 본다. '일회용=안전'이라는 고정관념에서 '재사용=지속 가능한 안전'으로 이동하는 변화 말이다. 가운 하나의 변화는 의료 전반이 걸어가야 할 길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술가운의 역사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의료와 환경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올바른 기술과 관리가 결합한다면, 우리는 환자의 안전과 지구의 건강을 동시에 지킬 수 있다. 나는 이 변화가 앞으로 의료 전반의 철학을 바꾸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다음 회 예고: 「⑥ 해외의 성공 사례, 가능성은 이미 증명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