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준 변호사(BHSN 대표)

[메디칼타임즈=오승준 변호사]실제 우리 사무실에서 자문하고 있는 병원에서 발생한 일이다.
최근 A원장은 환자 B씨로부터 "보험 가입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진료기록의 삭제와 변경을 요구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B씨는 보건소에 의료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수술을 진료기록에 허위로 기재하고, 요양급여를 허위 청구하였다"는 취지의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
의료기관은 즉시 자체 점검을 해보았고, 그 결과 수술과 처치는 모두 실제로 시행되었으며 진료기록도 전반적으로 정확하게 작성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나아가 해당 수술들에 대하여 DRG 방식 단기입원으로 건강보험 청구를 한 것 역시 보험 규정에 부합하는 정당한 행위임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발생했다. A원장은 진료기록에 수술 부위가 "3시 방향"으로 기재되어 있는 반면, 사진상으로는 "6시 방향"으로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단순 오기라고 판단한 A원장은 기록을 더 완벽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해당 표현을 "6시 방향"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건소는 바로 이 행위를 문제 삼아 지적했다.
그렇다면 A원장은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 이 사례에는 진료기록의 '내용'만큼이나 진료기록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특히 사후 정정이 어떤 법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관한 중요한 교훈이 담겨 있다. 이 사건을 통해 도출할 수 있는 교훈과 반드시 알아야 할 법률적 원칙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원칙1: 진료기록의 작성·보존 의무와 삭제 불가 원칙
의료기관과 의료인은 의료법에 따라 진료기록을 정확하고 충실하게 작성하고, 일정 기간 보존할 법적 의무가 있다. 의료법 제22조 제1항은 "의료인은 환자의 주된 증상, 진단 및 치료내용 등을 상세히 기록하고 서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진료기록부 등에 대한 상세 기재 의무를 분명히 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진료기록의 진실성이다. 진료기록은 단순한 내부 메모가 아니라, 진료의 경과와 의학적 판단을 뒷받침하는 핵심 자료이자, 분쟁이 발생했을 때 사실관계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의료법은 진료기록의 허위작성이나 임의수정에 대해 매우 엄격한 태도를 취한다.
의료법 제22조 제3항은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르게 추가기재·수정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여, 진료기록의 허위 작성은 물론이고 허위 추가 기재·수정까지 명확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함께 뒤따를 수 있다. 의료법 제88조에 따르면 진료기록부 허위기재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 대상이고,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해당 의료인에게 1년 이내의 면허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
따라서 A원장이 B환자의 진료기록 삭제 요청을 거부한 것은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매우 적절한 대응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원칙2: 진료기록 정정·추가기재 시 '원본 보존'과 '수정 이력'이 남아야 한다
A원장이 수술 부위를 잘못 기재한 것은 고의가 아니므로 그 자체로 곧바로 죄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실제와 다르게 기재된 부분을 바로잡는 것 자체도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렇다면 문제는 어디에서 발생한 것일까.
의료법 제22조 제2항은 진료기록부 등의 기재 사항을 추가기재하거나 수정하는 경우, 의료인이 그 추가기재·수정 내용과 함께 원본도 보존해야 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즉, 기록을 정정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이 '원본을 지우고 새로 갈아끼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되고, 수정 전 상태와 수정 후 상태가 모두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보존기간은 시행규칙에 위임되어 있고, 시행규칙 제15조에 따라 예컨대 진료기록부는 10년, 수술기록은 10년, 처방전은 2년 등으로 각각 정해져 있다.
그런데 A원장은 사실에 맞게 진료기록을 완벽하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잘못 기재된 수정 전 원본을 별도로 보존하지 않은 채 기록을 고쳐버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 부분은 실제 의료현장에서 매우 많은 의료인들이 간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경우, 설령 A원장에게 허위작성이나 은폐의 고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원본과 수정 내용을 함께 보존해야 한다'는 절차적 의무를 위반한 것만으로도 법 위반이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단순한 '주의' 수준에 그치지 않고,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이 법조항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실무: 환자의 진료기록 삭제·수정 요구, 병원이 거절해야 하는 기준
병원을 운영하다 보면 상식 밖의 요구를 하는 이른바 '진상 환자'를 어렵지 않게 마주하게 된다. 이 사안처럼, 자신의 법적 상황에 유리하도록 진료기록을 수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B환자와 같은 경우도 그중 하나다. 그렇다면 의료기관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원칙은 분명하다. 환자가 자신의 진료기록을 삭제하거나 수정해 달라고 요구하더라도, 의료기관은 이를 함부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와 내부 기준을 명확히 세워두어야 한다.
최근에는 "내 개인정보이니 내가 원하면 고쳐 달라"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얼핏 들어서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진료기록에 환자의 개인건강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과, 그 기록의 관리·보존 체계는 별개의 문제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15조에 따라 진료기록부 등의 법정 보존기간이 남아 있는 동안에는, 개인정보보호법상 삭제 요구권보다 의료법상 보존 의무가 우선 적용된다. 따라서 법정 보존기간 내에는 기록을 폐기하거나 삭제할 수 없다.
또한 진료기록의 작성 및 관리 권한은 환자가 아니라 의료인에게 있다. 의료법상 진료기록은 의료행위의 일부로서, 의료인의 면허와 책임 하에 작성·유지되는 공적 성격의 기록이다. 환자라 하더라도 자신의 기록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삭제할 권리는 없다. 오히려 의료기관이 환자의 요구만을 이유로 기록을 수정하거나 삭제한다면, 그 행위 자체가 의료법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다.
따라서 환자에게는 관련 법령을 근거로 "진료기록은 의료법상 일정 기간 보존이 의무화되어 있어 삭제가 불가하다"는 점을 명확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러한 설명과 거부 과정 역시 분쟁에 대비하여 문서나 차트에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B환자와 같이 보험 가입이나 보험금 청구와 관련하여 기록 삭제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는 보험사고를 은폐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소지가 있고, 의료인이 이에 응할 경우 보험사기 공모 또는 방조로까지 법적 책임이 확장될 위험이 있다. 실제 판례에서도 환자의 보험금 편취를 돕기 위해 진료기록을 거짓 기재한 의사가 형사처벌을 받은 사례가 존재한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의료법 위반을 넘어 보험사기 관련 범죄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모든 정정 요청을 일률적으로 거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진료기록상 명백한 오기나 사실관계의 보완이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사후 추가기재의 방식으로 보충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원본 기록을 훼손하거나 삭제하지 않고, 정정의 경위와 근거를 함께 남겨 두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결국 의료기관이 지켜야 할 기준은 단순하다. 진료기록은 환자의 요구에 따라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문서가 아니라, 의료인의 책임 하에 작성·보존되는 법적 기록이라는 점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것이다.
보건소 민원 대응: '악성 민원'일수록 문서화·근거자료가 방어의 핵심이다
이번 사례에서 A원장은 진료기록부 원본을 보존하지 않아 곤란을 겪기는 했지만, 환자의 주장이 사실무근임을 반박할 수 있을 만큼 진료기록과 근거자료를 충분히 제시할 수 있었기에, 악성 민원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었다.
이처럼 환자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허위 주장을 펼치는 경우, 의료기관의 최선의 방어수단은 결국 객관적 자료에 입각한 대응이다. 진료기록부는 의료분쟁에서 의사의 진료가 정당했음을 입증할 거의 유일한 자료에 가깝다. 따라서 평소부터 상세하고 정확하게 작성되어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 등 객관적 자료까지 함께 갖춰두면 방어력은 훨씬 강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