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등 가격 비교 차트 제공…다국적사 '참조가' 방어 주목
MFN 정책과 비교 사이트 결합, 급여 신청 및 협상 행보 영향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미국 트럼프 정부의 파격적인 약가 인하 플랫폼 '트럼프RX(TrumpRx.gov)'가 가동되면서 국내 보건의료 현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두고 긴장감이 돌고 있다.
단순한 미국 내 약가 인하 정책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약가를 미국에 적용하겠다는 '최혜국 약가(Most-Favored-Nation Pricing, MFN)' 원칙이 플랫폼과 결합했기 때문이다.

2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정부는 의약품 가격 비교·판매 플랫폼을 오픈하고 글로벌 제약사 16곳과 합의한 파격적인 치료제 할인가를 안내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RX' 플랫폼을 확인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파격적인 '약가 비교 차트'다.
가령, 난임 치료제인 '고날-에프(Gonal-F)'를 검색하면 현재 미국 가격(1449달러)과 글로벌 참조 국가인 캐나다 가격(355달러)이 막대그래프로 선명하게 대비된다. 이어 '트럼프RX'를 통한 새로운 MFN(최혜국) 적용 가격(252달러)이 제시되며, 기존 미국 가격 대비 얼마나 저렴해졌는지를 '93% 할인'과 같은 자막으로 강조한다.
이러한 방식은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을 이끌고 있는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노보노디스크)'와 동일 성분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 일라이 릴리 '젭바운드(터제파타이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른 나라보다 더 비싸게 지불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이 홈페이지 UI(사용자 환경)에 그대로 녹아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글로벌 참조 가격'의 범위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는 캐나다가 주요 기준이지만, 트럼프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OECD 주요국들의 약가를 모니터링해 MFN의 근거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MFN 직접 참조국에서는 한국이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가 제시한 새로운 국제 약가 비교 모델에는 한국이 참조국으로 명시됐다는 점을 주목해볼 만하다.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들이 긴장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만약 한국에서 건강보험 급여 협상을 통해 특정 신약의 가격이 낮게 책정되면, 이는 즉시 '트럼프RX'의 비교 데이터로 활용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국내 임상현장에서는 다국적사들이 신약의 국내 허가 이후 급여 신청 혹은 협상에서 과거보다 훨씬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특정 항암제의 경우 식약처 허가는 획득했으나, 급여 신청은 물론 영업·마케팅 활동까지 자제하는 형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약제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적 타깃이 될 것을 우려한 본사의 지침 영향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상급종합병원 혈액종양내과 A 교수는 "특정 약물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징적 약제가 되면서 국내 급여 적용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며 "제약사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책정했던 자율성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온 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약값이 내려가면 즉시 미국과 비교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제약사가 해당 항암제에 대한 국내 영업 자체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온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