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의학과 이어 산부인과도 반대..."자가검사 건강 위협"

발행날짜: 2026-05-06 11:53:49 수정: 2026-05-06 13:49:36
  • 산부인과의사회 편리함뒤 무증상·비특이적 특성 고려해야
    오진 따른 골반염·불임 우려 "임신부·태아에 합병증 전가"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정부가 성매개감염체 자가검사 시약 도입을 추진하면서, 산부인과 의사들이 여성 건강과 국가 감염병 관리체계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6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가검사용 성매개감염체 면역검사시약 품목 신설 행정예고안에 대한 즉각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는 임상 현실과 여성·모자보건의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정부가 성매개감염체 자가검사 시약 도입을 추진하면서 산부인과 의사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는 식약처가 매독, 임질, 클라미디아 등 주요 성매개감염 병원체를 일반 소비자가 직접 검사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는 것에 따른 성명이다. 사회적 낙인을 회피하고 검사 접근성을 높여 조기 발견을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 취지지만, 이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

산부인과의사회는 여성 성매개감염의 무증상·비특이적 특성을 고려할 때 자가검사는 근본적인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여성 클라미디아 감염의 70~80%, 임질의 50% 이상이 무증상으로 진행돼 전문의의 종합적인 진단 없이는 정확한 판별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자가검사 키트의 낮은 정확도가 위음성을 양산해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골반염, 난관 손상, 불임, 자궁외임신 등 비가역적인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산부인과의사회는 임신부의 성매개감염 관리에 있어 자가검사가 치명적인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독이나 클라미디아 감염 임신부가 자가검사 결과만 믿고 산전관리를 회피할 경우 선천성 매독, 사산, 신생아 폐렴 등 그 피해가 태아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매독의 경우 단일 항체 자가검사로는 과거 치료 상태와 활동성 감염을 구분할 수 없어 정밀한 역가 추적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표준 진단 알고리즘과의 괴리도 문제로 꼽혔다. 성매개감염 진단은 검체 채취뿐 아니라 동반감염 스크리닝, 성 파트너 동시 치료, 재감염 예방 교육 등이 수반돼야 하는 종합 의료 행위다. 자가검사는 이 중 극히 일부만을 부정확하게 수행해 환자에게 잘못된 안전감을 제공하고 진료 지연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자가검사 도입이 국가 감염병 감시체계의 공백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매개감염병은 법정 감염병으로서 신고와 역학조사가 의무지만, 자가검사는 국가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아 실제 감염 규모를 왜곡하고 모자보건 통계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것.

아울러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산부인과 접근성과 건강보험 체계를 갖추고 있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의 제도를 무분별하게 도입할 정책적 명분이 없다고 못 박았다.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행정예고가 산부인과나 비뇨의학과 등 임상 전문가 단체와의 사전 협의 없이 추진돼 임상적 유효성과 법적 신고체계 연동 방안 등에 대한 검토가 결여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산부인과의사회는 식약처에 행정예고를 즉각 철회하고 전문가 단체와 전면 재검토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진료체계 안에서 정확한 검사와 치료가 보장돼야 한다는 보건정책의 기본 원칙을 준수하라는 촉구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진단은 단순히 결과지 한 장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병력과 다음 세대의 건강까지 책임지는 종합적 의료 행위다"며 "이번 행정예고는 여성 건강권과 모자보건을 시장 논리에 맡기려는 근시안적 조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가검사 결과의 위양성과 위음성으로 인한 피해 발생 시 책임 소재와 구제 방안조차 불분명하다"며 "여성과 태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이번 행정예고안이 철회될 때까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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