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시현 은평성모병원장(소화기내과)
"지역병원 넘어 중증의료 플랫폼으로…상급종병 목표로 7년간 진화"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서울이라고 다 같은 서울이 아니었습니다. 2019년 이전까지는."
응급실 없는 동네, 분만할 곳 없는 지역. 2019년 이전 서울 서북부 주민들이 겪던 현실이었다. 은평·서대문·마포·고양 일대 주민들은 심각한 중증 질환이 생기면 도심 대형병원까지 먼 길을 나서야 했다.
응급 상황에서 이동 시간은 곧 생존율과 직결된다. 분만도 마찬가지였다. 동네 산부인과가 하나둘 문을 닫는 사이, 이 지역에는 대학병원급 분만 시설이 전무했다.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이 수도권 서북부 최초의 대학병원으로 문을 연 것이 바로 그 배경.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이 그 자리에 들어선 지 올해로 7년을 맞았다. 병원은 39개 진료과·20개 전문진료센터를 갖추고 하루 4,000여 명의 외래환자가 찾는 지역 거점병원으로 자리를 굳혔다.
배시현 은평성모병원장은 지난 성과를 되짚는 동시에, 다음 단계인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향한 중장기 비전을 공개했다.
■ "119 구급대가 오기 전부터 치료 준비"
은평성모병원은 최근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필수의료 붕괴 우려 속에서도 응급·소아·분만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왔다.
특히 응급의료센터는 전문의 24시간 상주 체계를 갖춰 심·뇌혈관 질환 환자가 도착하면 15분 내 검사, 30분 내 치료 계획 수립이 이뤄지는 신속 대응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배시현 병원장은 "환자가 도착하는 순간 전용 코드가 발동되고, 15분 안에 CT 촬영, 30분 안에 치료계획이 수립된다"며 "지역 119 구급대와의 핫라인을 통해 병원 도착 전부터 처치 준비가 이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24시간 상주하며, 심혈관·뇌혈관 전담팀과의 동선을 일체화해 환자가 응급실 문을 들어선 순간부터 치료팀이 즉각 가동된다"며 "공간 설계에서도 응급 대응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CT 및 촬영실이 응급구역 안에 내재돼 있어 환자 이송 동선을 최소화했고, 2중 전실 구조의 음압 격리 병상을 갖춰 감염 취약 환자도 신속하게 수용할 수 있다. 인근 산악지형을 고려해 중대형 헬기 이착륙이 가능한 헬리포트도 보유하고 있어, 재난 상황에서도 광역 이송 체계가 가동된다.
응급 의료 인프라가 취약했던 서울 서북부에서, 이 병원이 사실상 유일한 중증 응급 거점 역할을 해왔다는 의미다.
소아·분만 필수의료도 빠진다면 '반쪽 필수의료'다. 소아응급실과 신생아중환자실을 별도로 운영하며 1차 의료기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소아 환자를 받아내고 있다. 분만 인프라가 전국적으로 축소되는 흐름 속에서도 은평성모병원은 연간 약 1,000명의 신생아를 받아내며 개원 이후 누적 분만 5,000례를 달성했다.
배 병원장은 "지난해 7월부터는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의 적기 치료 체계를 강화하는 모자의료 진료협력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최근엔 자연 임신을 돕는 나프로임신센터까지 열었다"며 "임신 준비부터 출산, 신생아 집중치료까지 한 병원 안에서 끊김 없이 연결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 이식·혈액·암·심장… 고난도 진료의 깊이
필수의료가 지역민의 일상을 지킨다면, 고난도 중증 진료는 이 병원이 상급종합병원을 노리는 실질적 근거가 된다. 은평성모병원은 심장·장기이식·혈액·암 4개 분야를 중증 진료의 핵심 축으로 삼고, 지난 7년간 임상 역량을 집중적으로 쌓아왔다.
2021년 문을 연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은 국내 최초의 장기이식 전문병원이다. 국내 최초 각막이식(1966년), 신장이식(1969년), 소장이식(2004년) 등 이식 의학의 선구자 역할을 해온 가톨릭 의료 전통을 계승해, 신장·심장·간·췌장·각막은 물론 소장과 폐까지 전 장기 이식이 가능하다.
배시현 병원장은 "국내에서 이 모든 장기이식을 한 병원에서 소화할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며 "개원 이후 5년간 총 437례의 이식 수술을 시행했으며, 단일공 로봇수술기를 신장이식에 적용하는 등 수술 기법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개원 7년 만에 조혈모세포이식 600례를 달성했고, 최근엔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혈액암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되는 CAR-T 세포 치료를 도입해 치료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고 강조했다.
혈액병원은 2020년 가동을 시작해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과 함께 가톨릭 의료 혈액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급성 골수성·림프구성 백혈병, 다발골수종, 림프종 등 중증 혈액질환 치료를 이끌며, 국내 최초로 다발골수종센터를 개소했다.
심장혈관병원은 대동맥·말초혈관센터, 심장박동센터, 심장수술센터, 심장판막·영상센터, 심혈관센터 등 5개 세부 센터가 다학제 협진 체계로 돌아간다.

개원 이후 관상동맥중재술 4,460례, 고난도 심장수술 903례, 경피적대동맥판막술 304례, ECMO(체외막산소공급치료) 509례를 기록했다. 내과적 시술부터 고난도 외과 수술, 보조 순환 장치까지 한 지붕 아래 갖춘 구조가 수도권 서북부에서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암센터는 속도와 질 두 가지를 동시에 잡는 전략을 쓰고 있다. 예약 후 1주일 이내 진료와 검사를 마무리하는 '원위크 서비스'를 운영하며, 10개 다학제 협진팀이 연 500회 이상 통합 진료를 소화한다.
폐암 수술은 연간 500건을 넘어서며 전국 단위 환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엔 치료 이후까지 시야를 넓혀 재발 모니터링, 만성질환 관리, 영양·생활습관 개선을 묶은 애프터케어 시스템을 도입했고, 암 환자 재활 클리닉과 항암제 심독성을 관리하는 심장-종양클리닉도 운영 중이다. 암을 '치료하는' 병원에서 암과 함께 '사는 것'을 돕는 병원으로 역할을 확장하는 시도다.
■ 칼 대신 로봇, 방사선 오차는 1mm 이하로
진료 역량의 외연 확장과 함께, 첨단 장비 고도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도입한 방사선 암 치료기 '트루빔 4.1'은 치료 부위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1mm 이하 정밀도로 방사선을 조사한다.
간·폐·유방처럼 호흡에 따라 움직이는 장기나 전이암, 뇌·두경부암 같은 고난도 종양 치료에서 정밀도가 곧 치료 효과로 이어진다. 피부에 표식 없이 환자 윤곽을 3차원으로 인식하는 무표식 표면유도 방사선 치료 시스템을 도입해 환자의 신체적·심리적 부담을 줄였고, 방사선 출력이 향상되면서 치료 시간도 기존 대비 크게 단축됐다.
로봇수술 분야에서도 한 단계 올라섰다. 최근 도입한 단일공 로봇수술기 '다빈치 SP'는 하나의 작은 절개창만으로 수술을 완료할 수 있어 통증·출혈·회복 기간을 줄이는 데 유리하다.
식도암·두경부암·갑상선암 등 고난도 암 수술과 신장이식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기존 다빈치 Xi 2대와 합쳐 총 3대의 로봇수술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로봇수술 5,000례 달성을 코앞에 두고 있으며, 연간 수술 건수도 1,500건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 지역 1,500개 병·의원과 연대, '돌봄' 위한 AI 활용
중증 진료 역량만큼이나, 이 병원이 공을 들여온 또 다른 축은 지역사회와의 연대다. 현재 약 1,500개 협력 병·의원과 협약을 맺고 진료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환자가 동네 의원에서 치료받다 필요할 때 빠르게 연결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흐름을 체계화하려는 시도다. 지역 보건소·복지기관과도 연계해 병원 밖에서의 건강 관리까지 이어지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배시현 병원장은 "고도비만수술·무릎수술·각막이식 의료비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꾸린 은평성모자선회는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 자립준비청년 직업훈련, 지역사회 기관 후원 등 복지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료진이 직접 지역사회로 찾아가는 건강강좌와 환우·보호자를 위한 음악회 등 정서 지원 프로그램도 꾸준하다"며 "사회공헌 영역에서도 가시적인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AI 분야에서도 주목할 만한 행보가 있었다. 세계 최초로 AI 모바일 음성인식 전자간호기록 시스템 '보바일 ENR(Vobile ENR)'을 개발했고, 국내 의료기관 최초로 RFID 기반 물류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세계 최초로 확장현실(XR) 기반 실험동물 부검 실습 콘텐츠를 개발해 국내·미국 특허도 등록했다. 최근엔 AI 전문위원회를 중심으로 생성형 AI를 실무에 도입해 의료진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로 아낀 시간이 결국 환자 곁으로 돌아간다는 논리다. 차세대 AI 연구 관리 시스템 구축도 추진 중으로, 연구중심병원으로의 도약도 중장기 목표 중 하나다.
배시현 병원장은 "응급·필수의료에서 쌓아온 지역의 신뢰, 심장·이식·혈액·암에서 입증한 고난도 진료 역량, 그리고 디지털·AI 기반의 미래 의료 혁신이 은평성모병원의 세 축"이라며 "앞으로도 중증질환 치료 역량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지역 주민 누구나 멀리 가지 않아도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