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봉용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메디칼타임즈=동방봉용 변호사]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심리적 불안을 겪는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고 자체보다 사고 이후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 당사자들을 더 괴롭히는 듯하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인한 경상환자의 장기 입·내원과 관련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실무 현장에서 보험회사들이 치료의 필요성을 부정하며 의료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이러한 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필자 역시 관련 사건들을 수행하며 '교통사고 환자의 치료'라는 본질적 가치가 '보험사의 지불보증'이라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충돌하며 빚어내는 이 진흙탕 싸움은 볼 때마다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사례를 들어보자. A는 교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이었다. B는 후행하여 신호대기하였다가 브레이크에서 발이 떨어지면서 앞서 신호대기 중인 A 차량의 후미를 경미하게 추돌하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A는 경추의 염좌 및 긴장, 요추의 염좌 및 긴장, 어깨관절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입었다며 C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A가 호소하는 통증은 사고로 인한 것인가, 기왕증으로 인한 것인가.
이 갈등의 핵심에는 '기왕증(旣往症)'과 '과잉 진료'라는 해묵은 숙제가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13조의2 제1항은 의료기관이 상태가 호전된 환자에게 퇴원이나 전원을 지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2009년 환자의 부당 입원으로 인한 보험가입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 긴급한 환자의 진료권을 보장하기 위해 신설된 조항이다. 그러나 법의 취지와 현실의 간극은 깊다. 자동차보험 진료수가 기준에 따르면 명백히 사고와 인과관계가 없는 상병이나, 사고 전 이미 존재하던 기왕증에 대한 진료비는 수가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의사가 과연 이 '기왕증'과 '사고에 의한 악화'를 얼마나 명확히 가려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법적으로 기왕증 판단의 1차적 주체는 환자를 직접 진료한 담당 의사다. 의사는 자신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사고기여도를 판단해야 하지만, 통증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객관적 검사상 소인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환자는 여전히 극심한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더구나 염좌와 같은 외상성 질환은 경미한 사고라도 충격에 의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으며, 기존의 퇴행성 병변과는 별개의 기전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가 "치료가 필요 없다"고 단정하여 퇴원을 강권하는 것은 의료법상 진료 거부 금지 의무와 정면으로 충돌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일부 환자들의 부당한 이기심을 부정할 수는 없다. 교통사고를 빌미로 합의금을 노리거나, 보험사의 지불보증을 악용해 '이참에 치료나 받자'는 식의 태도는 분명 경계해야 한다. 실제로 가벼운 사고임에도 장기간 치료를 이어가다 사기죄로 처벌받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환자들은 자신의 과거 병력을 망각한 채 모든 통증의 원인을 교통사고로 돌리기도 한다. 환자의 이러한 잘못된 인식이 의료현장에서 실천으로 이어질 때, 이를 방조한 의료기관까지 보험사기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위험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 해묵은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심평원은 진료의 타당성을 사례별로 검토하고, 전문심사위원의 의학적 자문을 거쳐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당연히 필요한 절차다. 하지만 심평원의 심사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의료기관, 환자, 보험사 각 주체 간의 인식 변화와 제도적 보완이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의료기관은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 새겨야 한다. 환자가 의학적으로 치료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면, 이를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그 구체적인 근거를 진료기록부에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상세한 진료기록은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서 의료기관을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될 것이다. 또한, 의료기관은 의학적 경험과 판단을 토대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평가하여 환자와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보험사와 법조계 역시 고민이 필요하다. 보험사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제기하는 것은 법리상 가능하지만, 그 기준과 절차는 보다 명확하고 공정해야 한다. 특히 경미한 사고에서 기왕증이라는 이유로 환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치료받을 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법률적, 윤리적 관점에서 재고해 볼 문제다.
대법원 판례도 기왕증이 사고와 경합하여 악화된 경우에는 교통사고로 인한 기왕증의 악화로 인하여 추가된 진료비 범위 내에서, 즉 그 기여도에 따라 진료비 청구가 가능하다고 판시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기왕증과 사고 간의 인과관계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 의료자문 체계를 구축하고, 보험약관의 보상 기준을 정교화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결국 교통사고로 인한 경상 환자의 장기간 입·내원, 과잉진료 등을 둘러싼 갈등은 의료기관의 객관적인 판단, 환자의 신뢰와 납득, 그리고 심평원과 보험사의 합리적인 심사 시스템이라는 삼박자가 맞물릴 때 비로소 해결될 수 있다. 보험의 본질은 위험의 분산과 피해자의 회복에 있다.
경제적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반대로 부당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 모두가 지양되어야 한다. 의료기관이 환자를 살피고, 심평원이 공정한 심판관이 되며, 보험사가 환자의 조속한 사회 복귀를 돕는 구조, 그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교통사고 진료의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