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의료 특별위원회 출범 및 30일 포럼 개최로 주도권 재설정
"방문진료 현장서 활용할 실무형 프로그램 전면 배치…참여 독려"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의료계가 한숨을 돌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재택의료 활성화 카드를 꺼내 들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의료기사 업무 범위 확대 논란이 재택의료·통합돌봄 수요와 맞물려 확산한 까닭에, 단순 반대에 머무르기보다 의료계가 직접 재택의료 논의를 주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한의사협회는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된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계속심사로 보류된 데 대해 "환자 안전과 의료체계의 기본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의료계 우려가 국회에 전달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앞서 국회에서는 방문재활 등 지역사회 통합돌봄 과정에서 의료기사 업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논의됐다. 특히 의사의 '지도' 없이도 '처방·의뢰'만으로 일부 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향이 쟁점이 됐다.
의료계는 환자 안전과 책임 구조 혼선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는 법안 심사 당일 국회 앞에서 궐기대회까지 열며 압박에 나섰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일단 법안 처리가 보류되며 급한 불은 껐다는 분위기가 감지되지만 논의가 종료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긴장감은 여전한 편. 실제 의협 역시 브리핑에서 "계속심사는 종결이 아니라 보류"라며 "앞으로도 법안 추진 시도가 계속될 수 있는 만큼 의료체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부분은 의협이 의료기사법 반대 논리만 반복하는 대신, 동시에 재택의료 활성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다. 의협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는 30일 의협회관에서 '2026년 대한의사협회 재택의료 특별위원회 포럼'을 개최한다고 공개했다.
포럼은 단순한 선언적 논의가 아니라 '방문진료 입문과 실전'을 주제로 실제 방문진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무형 프로그램을 전면 배치한 점이 특징이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서울보훈병원 이충형 원장이 '방문진료의 A to Z: 대상자 상담에서 서식 작성 및 추적관리까지'를 발표하며, 방문진료 시작 단계부터 실제 운영 과정 전반을 다룬다.
이어 서울시내과의원 이상범 원장이 '재택 임종 관리와 사망진단서 작성 가이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서 재택의료 현장에서 가장 부담이 큰 임종 관리와 행정 실무를 설명할 예정이다.
두 번째 세션은 보다 현장 대응 중심으로 구성됐다. 삼성한마음의원 정창진 원장이 욕창 평가와 치료를, 분당서울대병원 고진영 공공임상교수가 연하곤란 평가와 비위관 관리에 대해 발표한다.
이어 편한자리의원 노동훈 원장은 '방문진료에서의 배뇨 관리 및 임상 처치의 실제'를 주제로 재택 현장에서 필요한 처치 노하우를 공유한다.
재택 임종이나 욕창·배뇨관리 같은 영역은 환자 상태 악화 가능성이 높고 보호자 대응 부담도 큰 분야로 꼽혀 의료계 내부에서도 "재택의료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현장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의협이 포럼에서 임종 관리, 사망진단서 작성, 비위관 관리 같은 실무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런 현장 부담 및 최근 의료기사단체를 중심으로 "재택의료 수요 확대에 대응하려면 의료기사 역할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을 의식한 대응으로도 해석된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재택의료 활성화 필요성 자체에는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의료기사 업무 독립성 확대와는 재택의료 활성화는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활성화 문제는 방문재활 체계를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느냐에 달렸다며 "통합돌봄 사업이 해당 법안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처럼 언급하는 것은 사실과 다를 뿐더러 현재 재활의료기관 수가 시범사업에서도 방문재활이 시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번 재택의료 포럼이 단순 학술행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해석도 나온다. 의료기사법 논란 속에서 의료계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판을 의식해, 재택의료 확대 자체에는 협조적이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는 것. 동시에 재택의료 제도 설계와 운영 주도권은 의료계가 가져가겠다는 의중도 담겼다는 평가다.
실제로 의협은 최근 각 시도의사회 및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등에 협조 공문을 보내 재택의료 포럼 참석을 독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협은 공문에서 "3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전국 시행됨에 따라,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의료·돌봄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지역사회 내 통합적 서비스 제공 체계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 재택의료특별위원회는 방문진료 및 재택의료의 지속가능한 운영 기반 마련과 제도의 실질적 작동을 위해 협회 재택의료 특별위원회 포럼을 개최하고자 한다"며 많은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독려해달라고 촉구했다.
의협 관계자는 "실제로 개원가에서는 재택의료 참여를 부담스럽게 보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며 "이동 시간 대비 낮은 수가와 의료사고 위험 부담, 응급상황 대응 문제, 의료진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적극적인 참여는 부족한 편이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