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홍승권 원장
기존 치료 중심이었던 의료 패러다임은 오늘날 예방과 관리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인구가 이미 20%를 돌파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했고, 당뇨·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자도 계속 늘어나면서 건강과 웰니스에 대한 국민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 변화 속에서 의료기기산업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정부는 지난 1월 의료기기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해 보건복지부에 의료기기화장품산업과를 신설했다. 국산 의료기기 수출 증대 및 사용 활성화, 첨단 의료기기 개발 지원, 제도 개선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다.
AI·디지털 기술과 의료기기산업 지형의 변화
기술이 곧 민생 복지인 시대가 됐다. 과거 의료기기가 단순히 질병 치료를 돕는 보조적 수단에 머물렀다면, 오늘날 의료기기산업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공학이 집약된 첨단 산업의 시대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다. 2025년 1월 세계 최초로 디지털의료제품법을 시행했고, 지난 4월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 전시회(KIMES)에서도 점점 커지는 의료 AI 시장을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환자의 건강검진 정보를 딥러닝 기반으로 분석해 주요 질환의 발병 위험도를 예측하거나, 환자의 체형에 맞게 정확도를 높인 엑스레이를 찍을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AI 의료기술이 소개됐다.
국정과제와 의료기기산업, 세 가지 접점
이재명 정부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을 국가 비전으로 세우고, 의료AI·제약·바이오헬스 강국 실현을 국정과제(32번)로 명시하며 의료기기산업 육성과 국민 복지 확대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전략을 잡았다. 이 전략은 크게 세 가지 방향에서 의료기기산업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첫째,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AI 의료 고속도로 구축이다. 정부는 첨단 산업국가 도약을 위해 100세 시대 바이오 제품 개발과 첨단 의료기기의 상용화를 중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의료 현장의 획기적인 혁신이 될 것이다.
둘째, K-의료기기의 글로벌 수출 역량 강화다. 바이오헬스 분야 글로벌 시장 수출 5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보건의료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의료 AI 전주기 투자를 확대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바이오헬스 초격차기술을 국내 기업이 확보한다면 경제 안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셋째, 국민 모두의 보편적 건강권 보장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지역 격차 없는 필수·일차의료 강화에는 고성능 웨어러블 의료기기와 AI·디지털 의료기술의 뒷받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의료기기산업이 단순한 제조업을 넘어 가까운 일상에서 사람을 살리는 국민 건강 밀착 기술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심평원이 지원하는 디지털 의료 생태계
현대 의료기기산업의 첨단화는 국가 경제 신성장의 동력이자 국민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핵심 공공재로서 단순한 제19회 산업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정부와 함께 디지털 의료 생태계 조성을 위해 다양한 제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시장 즉시진입제도를 통해 국제기준(IMDRF) 임상평가를 거쳐 허가를 받은 혁신적 의료기기가 기존기술 여부 확인만으로 즉시 비급여로 시장에서 사용(3년간)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AI·디지털 의료기술에 대한 국민 접근성을 높이고 의료현장의 근거 창출을 위해 임시등재(최대 3년)를 하거나, 혁신의료기기 지정 단계에서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제도를 운영 중이다.
통합심사 제도는 혁신의료기기 지정(식품의약품안전처·보건복지부), 의료기기 허가(식품의약품안전처), 기존기술 여부 확인(건강보험심사평가원), 혁신의료기술평가(한국보건의료연구원)를 함께 검토해 허가와 동시에 의료현장에 진입하도록 한다.
의료기술은 가장 직접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그 어떤 분야보다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하다. 이미 전 세계가 의료기술 생태계의 전환기를 맞이한 지금, 의료기기 산업계와 정부, 각 기관이 함께 첨단 보건의료 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한 소통 전략과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하다. 의료기기 산업계의 기술력과 열정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결합해 국민이 더 건강해지는 대한민국으로 함께 동행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