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메디칼타임즈=최민호 변호사] 사무장병원 사건에서 흔히 문제 되는 유형 중 하나는 의료인이 자기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실제 운영은 비의료인이 담당하는 경우입니다. 명의를 제공한 의료인은 "나는 진료만 했을 뿐이고, 병원 운영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러나 의료기관 개설 명의인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형사책임의 단서가 될 수 있으므로, 단순히 의료행위만 했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법에서 정한 자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하여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에는 의료법 제87조에 따라 중하게 처벌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시설과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 시행, 자금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누가 주도적으로 처리했는지를 종합적으로 보아 판단합니다. 따라서 개설신고가 의료인 명의로 되어 있거나, 그 의료인이 실제로 진료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적법한 개설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문제는 명의를 제공한 의료인의 책임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입니다. 의료인이 비의료인과 공모하여 의료기관 개설·운영을 주도하거나 그 과정에 실질적으로 가담하였다면 의료법 제87조 위반의 공동정범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반면 의료기관의 자금 조달, 직원 채용, 장비 구매, 수익 배분, 경영 의사결정 등에 관여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고용되어 의료행위만 수행한 경우라면 의료법 제90조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의료법 제90조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사람을 별도로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즉, 법은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가담한 경우와 비의료인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만 한 경우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 구분은 처벌 수위뿐 아니라 공소시효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의료법 제90조 위반의 법정형은 제87조 위반보다 낮고, 이에 따라 공소시효도 다릅니다.
특히 사무장병원 개설·운영행위는 계속적 성격을 갖는 범죄로 평가될 수 있어, 공소시효의 기산점은 단순한 개설일이 아니라 해당 관여관계가 종료된 시점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인이 언제 실질적으로 탈퇴했는지, 명의·계좌·운영 권한이 언제 정리되었는지가 실무상 중요한 쟁점이 됩니다.
결국 수사나 재판에서는 의료인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검토됩니다. 개설 자금을 부담했는지, 임대차계약이나 장비계약에 관여했는지, 직원 채용·급여 지급·광고·매출 관리에 관여했는지, 병원 수익이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 의료인이 고정 급여를 받았는지 또는 손익을 함께 부담했는지 등이 주요 판단 요소가 됩니다.
명의상 원장이라는 사정만으로 항상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로 진료를 실제로 했다는 사정만으로 제90조에 그친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한편, 의료기관 운영과 관련하여 경영지원계약, 이른바 MSO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계약서 명칭이 경영지원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비의료인이 매출을 관리하고, 직원 채용권을 행사하며, 주요 비용 지출과 운영 의사결정을 좌우하고, 의료기관 수익을 사실상 가져가는 구조라면 사무장병원으로 평가될 위험이 있습니다.
명의를 제공한 의료인이라면 탈퇴 과정도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단순히 출근하지 않게 되었다는 정도로는 관여 종료 시점이 불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동업 또는 명의관계 종료 합의서, 계좌와 인감 사용권한 정리, 사업자등록 및 개설자 관련 변경, 임대차·장비·직원 관계 정리 등 객관적 자료를 남겨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자료는 향후 공소시효 기산점이나 관여 정도를 다투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사무장병원 문제는 비의료인만의 문제가 아니고, 명의를 빌려준 의료인도 형사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다만 그 책임의 범위와 적용 법조는 실질적인 관여 정도에 따라 달라므로, 의료인이라면 명의 제공의 위험성, 경영지원계약의 실질, 자신의 역할 범위, 탈퇴 시점의 문서화가 향후 법적 분쟁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