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및 복잡한 대상군, 진료과 간 이해관계 절충점 찾아야
영유아·산모·고령층 전방위 타깃…'교통정리' 과제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를 예방하기 위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무기가 잇따라 국내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으며 임상현장의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환자들이 기대하던 국가예방접종(NIP) 도입을 두고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높은 가격과 다각화된 접종 대상군, 여기에 진료과별 이해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1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RSV(Respiratory Syncytial Virus) 예방 시장은 다국적 제약사들의 치열한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사노피의 영유아 대상 예방 항체주사인 '베이포투스(니르세비맙)'가 공급을 시작한 데 이어, GSK의 고령층 백신 '아렉스비', 모더나의 mRNA 기반 백신인 '엠레스비아', 최근 MSD의 예방 항체주사 '엔플론시아(클레스로비맙)'까지 잇따라 국내 허가 관문을 넘었다.
여기에 임산부 접종을 통해 태아에게 수동 면역을 물려주는 화이자의 산모 백신 '아브리스보' 역시 조만간 국내 허가를 앞두고 있어,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예방 파이프라인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상현장에서는 이들 제제의 NIP 편입 여부에 이목이 쏠렸으나, 최근 분위기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
정부 역시 중장기 예방접종 계획 속에서 RSV 제제의 도입 타당성과 비용-효과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현장 전문가들은 단기간 내 NIP 진입은 현실적인 한계가 명확하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걸림돌은 단연 강력한 '몸값'이다. 현재 허가됐거나 도입 예정인 RSV 백신 및 항체 제제들은 기존 NIP 백신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가로 책정돼 있다.
참고로 현재 임상현장에서 가장 활용도가 높은 사노피 베이포투스의 1회 접종 가격은 비급여 기준 적게는 60만 원 선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만병원이나 소아청소년과 의원급 민간 시장에서 비급여로 유통되는 만큼 의료기관별로 이보다 다소 낮게 책정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 60만 원을 시작점으로 접종비가 분포하고 있다는 것이 임상현장의 설명이다.
결국 한정된 보건의료 재정 안에서 대상포진이나 HPV 9가 등 대중적 요구도가 높은 다른 백신들과 한정된 예산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RSV 예방 재정을 선뜻 편성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접종 대상군이 특정 직역이나 단일 연령대에 국한되지 않고 지나치게 파편화되어 있다는 점도 정책 설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RSV 예방 제제는 영유아(베이포투스·엔플론시아)부터 임산부(아브리스보), 그리고 65세 이상 고령층(아렉스비·엠레스비아)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쳐 타깃이 분산돼 있다.
보건당국 입장에서는 한정된 재원을 어느 대상군에 먼저 투입해야 비용-효과성(ICER)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장기간 저울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와 함께 임상현장 내부의 복잡한 시선도 제도권 진입을 늦추는 유효한 원인으로 꼽힌다.
일례로 영유아 RSV 예방을 둘러싼 의료계 내부의 입장 차이가 미묘하게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방 항체주사의 특성상 의원급 감염 관리 및 접종 시행비 보전 문제, 그리고 산모 백신 도입 시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간의 역할 분담 등 정교한 교통정리가 아직 선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A의과대학 교수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RSV 라인업이 국내에 쏟아지며 임상 무기는 많아졌지만, 고가 약가와 파편화된 대상군, 진료과 간 이견으로 인해 NIP라는 공적 체계에 태우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너무 많다"며 "NIP만을 바라보던 임상현장의 기대감이 최근 급격히 냉각된 배경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