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약 화상 흉터 억제 기능 확인...에보글립틴의 재발견

발행날짜: 2026-06-22 11:59:37
  • 비후성 흉터 형성 관련 인자·섬유화 신호전달 경로 억제
    DPP-4 억제제 → 흉터 치료용 약물 재창출 가능성 확인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국내 의대 연구진이 당뇨병 치료제 에보글립틴(Evogliptin)의 화상 후 비후성 흉터 억제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미 임상에서 사용 중인 DPP-4 억제제를 흉터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는 약물 재창출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로, 화상 후 뚜렷한 치료 옵션이 부족한 비후성 흉터 분야에서 새로운 접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은 을지대 의대 김준범 교수와 차의과학대 김동현 교수, 한림대 의대 기연경·서정훈 교수로 구성된 공동 연구팀이 화상 후 비후성 흉터 조직을 이용한 연구에서 에보글립틴의 항섬유화 효과를 확인했다고 22일 밝혔다.

비후성 흉터는 화상 이후 흔히 발생하는 합병증 중 하나다. 손상 부위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섬유조직이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피부가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고 붉게 융기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한 미용상 문제를 넘어 통증과 가려움증, 피부 당김, 관절 운동 제한 등을 유발해 환자의 일상 기능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화상 부위가 넓거나 관절 주변을 침범한 경우 기능적 후유증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임상에서는 수술적 치료, 압박요법, 실리콘 치료, 스테로이드 주사 등이 활용되고 있지만, 비후성 흉터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거나 근본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약물 치료는 아직 제한적이다. 이런 배경에서 이미 다른 적응증으로 사용 중인 약물을 활용해 흉터 형성 기전을 조절하려는 약물 재창출 전략이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왼쪽부터)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김준범 교수,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서정훈 교수

연구팀은 화상 환자로부터 확보한 비후성 흉터 조직과 정상 피부 조직에서 섬유아세포를 분리한 뒤, 에보글립틴을 처리해 분자생물학적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에보글립틴은 흉터 형성에 핵심적으로 관여하는 α-SMA, TGF-β1, YAP1, CTGF 발현을 유의하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인자는 섬유아세포의 활성화와 근섬유아세포 분화, 조직 재형성 과정에 깊이 관여하는 대표적 지표들이다.

과도한 흉터 형성의 또 다른 축인 세포외기질(ECM) 생성 억제 효과도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에보글립틴 처리 후 콜라겐 I형과 III형, 피브로넥틴(Fibronectin) 발현이 감소했다. 이는 비후성 흉터 조직에서 과도하게 축적되는 기질 단백질 생성을 줄여 흉터 조직 비후를 완화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다.

상피-간엽 전이(EMT) 관련 반응도 함께 억제됐다. 에보글립틴은 Snail, Slug, Twist, Vimentin, N-cadherin 등 EMT 과정에 관여하는 인자들의 발현을 감소시켰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에보글립틴이 단순히 특정 표지자 하나를 낮추는 수준을 넘어, 섬유화와 조직 재형성에 관여하는 복합 경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호전달 경로 분석에서도 에보글립틴은 섬유화 유발에 중요한 TGF-β/SMAD 및 MAPK 경로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에보글립틴이 비후성 흉터 형성 과정에서 섬유아세포 활성화, 세포외기질 축적, EMT 반응 등을 동시에 조절함으로써 흉터 형성 전반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미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 중인 에보글립틴을 새로운 적응증으로 확장하는 약물 재창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약 후보물질을 처음부터 개발하는 방식과 달리, 기존 허가 약물의 안전성 자료와 임상 경험을 활용할 수 있어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에보글립틴이 혈당 조절을 넘어 화상 후 비후성 흉터 치료 후보물질로 검토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범 교수는 "화상 후 비후성 흉터는 환자의 기능적·심리적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효과적인 약물 치료법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이번 연구는 기존 당뇨병 치료제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흉터 치료 분야에서 의미 있는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Nature Portfolio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 2026년 6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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