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접목된 돌봄센터…의료+요양 통합 모델 제시

발행날짜: 2026-06-25 05:30:00
  • 오십보주간보호센터, 일상 및 환자 데이터 기반 통합 돌봄 시스템 구축
    고령층 맞춤형 '케어런' 서비스 도입…인지 개선 및 보호자 부담 완화 도모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통합돌봄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개원가에서 지역사회 내 의료와 돌봄의 경계를 허무려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

단순 요양 서비스를 넘어 의학적 전문성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접목, 시니어 건강 관리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

이런 흐름 속에서 의료와 요양이 연계된 오십보주간보호센터가 등장해 관심을 받고 있다. 방문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의사가 입소자의 일상 데이터에 접근, 돌봄의 질을 높이는 방향이다.

이에 더해 시니어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새로운 의료+요양 통합 서비스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유승호 오십보 주간보호센터 원장이 방문진료에서 어르신에게 케어런 사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오른쪽은 케어런 교육 이수 지표 사진

이에 따라 24일 메디칼타임즈는 오십보주간보호센터를 찾아 디지털 헬스케어가 접목된 통합 돌봄 현장의 비전에 대해 살펴봤다.

■단절된 진료실과 요양 현장 "일상 데이터 통합이 핵심"

오십보주간보호센터 유승호 원장은 센터의 설립 계기로 진료실 안팎에서 발생하는 의료와 요양의 단절 문제를 지적했다. 환자의 실질적인 문제는 단순한 질병 치료를 넘어 식사, 배변, 거동, 낙상 등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있다는 관점이다. 하지만 기존 시스템에선 의사가 이런 일상 데이터에 접근하기가 어려웠다는 것.

특히 유 원장은 방문 진료 현장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하며, 환자가 통증약을 당뇨약으로 오인해 복용하던 사례를 언급했다. 유 원장이 요양보호사에게 정확한 복약 지도를 한 후에야 당뇨가 제대로 조절됐던 경험이다. 이처럼 의료적 접근이 일상적 돌봄과 결합하지 않으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설명이다.

오십보주간보호센터 내부에 (왼쪽 위부터)신체 활동 공간, 강당, 클러스터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 체계 내에선 요양기관이 수집하는 ▲혈압 ▲식사 ▲신체 ▲인지 활동 등 일상 데이터가, 정작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에게는 공유되지 않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런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의사가 직접 참여하는 주간보호센터 설립을 결심했다는 것.

유 원장은 "의료기관에 방문한 환자를 진료할 때 의사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혈압이나 당뇨 수치, 혈액 검사 등 수치에 기반한 결과다"라며 "반면 재가에서 중요한 것은 낙상 예방 활동이나 규칙적인 식사 여부 등 일상에 대한 데이터다. 하지만 기존 체계에선 의사가 이런 정보를 알 길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노인장기요양기관은 지침에 따라 신체 및 인지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이 데이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의사가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의료기관 연계형 주간보호센터의 필요성을 절감해 직접 운영에 나서게 됐다"고 강조했다.

■집합 교육 탈피…클러스터 기반 맞춤형 프로그램 도입

현재 오십보주간보호센터는 42명 정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유 원장은 기존 요양기관의 획일적인 운영 방식에서 탈피, 입소자에 맞춰 개별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강당에 입소자 전원을 모아놓고 진행하는 등의 집합형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목표다.

적지 않은 정원이어서 입소자 개개인에 맞춘 개별 프로그램 운영은 어렵지만, 상태가 비슷한 입소자들을 한 조로 묶어 관리하는 '클러스터' 형태로 접근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센터 내 공간도 ▲인지 활동 공간 ▲신체 활동 공간 ▲대규모 프로그램 공간 ▲휴식 공간 등으로 세분화된 모습이었다.

오십보주간보호센터 (왼쪽 위부터)내부 휴식 공간과 어르신 화장대, 스마트팜, 거북이 우리의 모습

프로그램 참여를 거부하거나 방관하는 어르신이 발생하는 문제를 방지하고, 개인별 건강 상태와 선호도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치다. 향후 물리치료사 등 전문 인력을 추가로 충원해 상시적인 운동 및 재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유 원장은 "대규모 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일부 어르신들은 흥미를 잃고 참여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체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동시에 개별화된 클러스터가 맞물려 운영되는 시스템을 기획했다"며 "전면적인 맞춤형 적용은 한계가 있지만, 공간 분리와 소규모 그룹화로 어르신 개개인에게 필요한 활동이 제공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맞춤형 특화 콘텐츠…자발적 루틴 형성 효과

오십보주간보호센터의 가장 큰 차별점은 돌봄 현장에 시니어 특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센터는 EK그룹 자회사인 실버에듀넷이 개발한 시니어 전용 태블릿 PC 기반 교육 플랫폼인 '케어런'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어르신들의 인지 개선과 자발적인 일상 루틴 형성을 돕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치매 예방, 인지 장애 개선용 콘텐츠는 단순 지능 검사 형태로 구성돼 어르신들의 거부감을 사왔다. 하지만 케어런은 실생활에 밀착된 교육 콘텐츠를 배치해 호응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키오스크 활용법, 건강 상식, 자리에 앉아서 따라 할 수 있는 체조 등을 다루는 식이다.

실제 센터에 적용한 결과, 초기 우려와 달리, 80대 이상의 후기 고령 어르신들도 거부감 없이 자발적으로 30분에서 1시간 이상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등 높은 참여도를 보였다.

방문 진료 현장에서의 활용 가치도 높다. 네트워크 환경이 취약한 독거 어르신의 가정 환경을 고려할 때, 기기의 휴대성과 오프라인 구동 방식이 실질적인 돌봄 공백을 메우는 대안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디칼타임즈가 유승호 원장을 만나 센터 설립의 배경과 디지털 헬스케어가 접목된 통합 돌봄 현장의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방문 진료 시 의사나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의 상태에 맞춰 콘텐츠를 미리 다운로드해 두면, 어르신은 제약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실제 유승호 원장의 방문진료 현장에 동행해 만난 어르신은 와이파이가 없는 환경에서도 매일 1시간가량 케어런 콘텐츠를 이용했다.

또 이런 교육 이수 상황과 심리적 변화 등을 의료진이 원격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어, 연속성이 떨어질 수 있는 방문 진료의 한계를 개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 원장은 "디지털 헬스케어가 어르신들에게 성공적으로 접목된 사례가 드물어 초기에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실제 적용해 보니 스스로 재미를 느끼며 시간 단위로 집중하는 모습을 확인했다"며 "이런 자발적인 활동은 어르신들의 인지 기능 개선은 물론, 집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보호자들에게도 안심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이 돼 보호자 소진을 방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의료·요양 융합…디지털 헬스케어가 통합 돌봄 마중물

유승호 원장은 앞으로 장기 요양 분야에서 의사의 역할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노인장기요양보험 체계 내에서 의사의 역할이 단순한 소견서나 지시서 작성에 머물렀다면, 향후 통합 돌봄의 핵심 주체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급변하는 의료 환경과 규제 강화로 개원가 경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꼬집으며, 시니어 돌봄 영역은 피할 수 없는 새로운 진출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더해지면서, 다소 더뎠던 돌봄 산업 발전이 가속할 것이라는 기대다.

오십보주간보호센터에서 어르신들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돌봄 시스템 내에 의료가 빠져 있는 것은 앙꼬 없는 찐빵이다. 최근 의료와 돌봄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그레이존이 확대되는 추세 속에서, 동네 의원 중심의 통합 돌봄은 필수적"이라며 "디지털 헬스케어는 단순히 기술적 진보를 넘어, 독거 어르신들에게 일상의 건강한 루틴을 만들어 주고 의료진과 환자를 잇는 효과적인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사 인력 가산 전무한 주간보호센터…제도 보완 시급

다만 이런 시스템이 현장에 안착하기엔 여러 제도적 장벽이 남아있다. 특히 주간보호센터 내에서도 건강 관리 교육 등 의료적 접근이 가능함에도, 이를 수행하는 의사 인력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나 보상 체계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노인 장기 요양 기관에선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대부분의 직역을 고용할 때 인력 가산이 부여된다. 반면 의사를 고용해 건강 상담이나 질환 관리를 제공하려 해도 이에 대한 가산 산정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요양원 촉탁의 제도 등도 주간보호센터에선 적용되지 않아 의료 전문성을 투입할 유인이 부족한 것.

유 원장은 "시니어 의사들이 은퇴 후 인생 2막으로 주간보호센터에서 어르신들의 건강 상담을 도맡고자 해도, 의사 인력에 대한 가산 제도가 없어 현장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며 "의사들이 노인 장기 요양에 깊이 관여해 질 높은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불합리한 제도의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유승호 원장은 오십보주간보호센터가 단순 요양 시설을 넘어, 지역사회 내에서 의료와 복지를 통합하는 선도적인 모델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아직 의사 주도 요양 돌봄은 도입기 조차 되지 못하는 태동 단계지만, 후발 주자들의 길잡이가 되고 싶다는 목표다.

그는 "지역사회 안에서 의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은 진료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의료와 복지는 본질적으로 분리될 수 없는 관계"라며 "향후 장기 요양 사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동료 의사들에게 긍정적인 선례를 남기고 싶다. 앞으로 지역 주민들이 의료와 돌봄의 통합 서비스를 원활하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을 개척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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