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병원 정석원 교수팀, 고지혈증약 약물 재창출 연구 성과
회전근개 파열 후 지방 축적 억제…정형외과연구학회 학술상 수상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고지혈증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는 약물이 회전근개 파열 후 발생하는 근육 지방변성을 크게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존 약물을 새로운 적응증에 활용하는 '약물 재창출(drug repositioning)'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로, 향후 회전근개 수술 치료 성적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보조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7일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정석원 교수팀이 이러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대한정형외과연구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수상 논문은 국제학술지 The American Journal of Sports Medicine(AJSM)에 게재된 'Fenofibrate Attenuates Rotator Cuff Muscle Fatty Infiltration via Modulation of the PPARα-FABP4 Pathway'다.
회전근개 파열은 어깨를 움직이는 힘줄이 손상되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60세 이상에서는 30% 이상, 80세 이상에서는 절반 이상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파열 이후 근육에 지방이 축적되는 지방변성(fatty infiltration)이 진행되면 근육의 수축력이 떨어지고 힘줄 치유가 저해돼 수술 후 기능 회복이 늦어지고 재파열 위험도 높아진다. 현재까지 이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치료법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페노피브레이트는 혈중 중성지방을 낮추고 HDL(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피브레이트(fibrate) 계열의 지질강하제로, PPARα(Peroxisome Proliferator-Activated Receptor Alpha)를 활성화해 지방산의 분해와 산화를 촉진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오랫동안 처방돼 안전성과 유효성이 비교적 잘 확립된 약물이다.
정 교수팀은 앞선 연구를 통해 회전근개가 파열되면 손상 부위에 저산소 환경이 형성되고, 이 과정에서 저산소유도인자(HIF-1α)와 지방산결합단백질4(FABP4) 경로가 활성화되면서 근육 내 지방변성이 촉진된다는 기전을 규명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고지혈증 치료제인 페노피브레이트(fenofibrate)를 활용해 해당 경로를 조절할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연구팀은 저산소 환경에서 배양한 근아세포(C2C12)와 회전근개 파열 흰쥐 모델을 이용해 페노피브레이트의 효과를 검증했다.
세포실험에서는 페노피브레이트 농도가 증가할수록 지방 축적과 연관된 FABP4 발현이 감소했고, 지방 산화를 촉진하는 PPARα 발현은 증가하는 결과가 확인됐다. 이는 회전근개 손상 후 나타나는 지방 축적을 분자 수준에서 억제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동물실험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이 회전근개 파열 부위에 페노피브레이트를 국소 주사한 뒤 6주간 관찰한 결과, 근육 내 지방 침윤 면적은 대조군의 46.4%에서 6.7%로 감소해 약 7배 억제 효과를 보였다. 조직학적 분석에서도 근섬유 구조가 보다 잘 유지됐으며 지방 축적 역시 현저히 감소해 손상된 근육의 조직 보존 효과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기존 고지혈증 치료제를 회전근개 질환 치료에 적용하는 약물 재창출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미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고 안전성이 축적된 약물을 활용하는 만큼,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는 것보다 임상 적용까지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정석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페노피브레이트가 회전근개 수술 전후 보조 치료제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특히 만성 파열이나 재파열 위험이 높은 환자들의 치료 성적을 개선할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임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약물을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 적용한 중개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대한정형외과연구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학회는 정형외과 전문의를 비롯해 공학·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다학제 학술단체로, 임상적 의의와 기초 기전 연구를 모두 갖춘 우수 연구를 선정해 학술상을 시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