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감도 바이오마커 검출법+의료 인공지능 결합 모델 개발
진단 정확도 96% 기록…"소량 샘플로 환자군 선별 가능"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실명을 유발하는 주요 안질환의 치료 효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진단 플랫폼이 나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감도 바이오마커 검출법과 의료 인공지능(AI)의 결합을 통해 개발된 제품으로 진단 정확도가 96%에 달한다는 점에서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 · 안과 이준엽 교수팀은 고감도 바이오마커 검출법과 인공지능을 결합해 망막 질환을 정밀하게 진단하고 치료 반응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통합 진단 플랫폼을 자체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실명을 유발하는 3대 안질환으로는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망막정맥폐쇄가 대표적이다.
표준 치료법으로는 안구 내에 약물을 직접 주입하는 항-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VEGF) 주사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환자 3명 중 1명은 치료 반응이 낮거나 효과가 느리게 나타나는 등 한계가 있던 것이 사실이다.
ㅇ러한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안구 내 액체에 존재하는 바이오마커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주요 망막질환을 정확하게 구분하고 치료 반응까지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연구진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 효과 예측을 위해 표면 증강 라만 분광법(Surface-Enhanced Raman Spectroscopy, SERS)을 주목했다. 여기에 AI 알고리즘을 결합해 망막 질환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통합 진단 플랫폼을 개발한 것.
현재 안질환을 진단하고 치료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빛간섭단층촬영(OCT)이나 안저 촬영 등 영상 검사가 주로 사용된다.
이를 통해 망막이 붓거나 혈관 모양이 변화했는지 등 구조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지만 질병이 생기는 근본적 원인인 생물학적 변화는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다.
특히 치료 반응을 확인하기까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돼 치료 효과가 없는 환자들도 효과 여부를 알기 전까지 반복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했다.
반면 질환과 관련된 바이오마커를 분석하는 생화학 분석법은 최소 100 마이크로리터(µL) 이상의 방수가 필요하다.
생물학적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지만, 비교적 많은 양의 검체를 확보해야 하고 분석 과정도 복잡해 실제 임상에서 널리 활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방수는 각막과 수정체 사이의 공간에 차 있는 맑은 액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먼저 금 코팅 아연산화물(Au-ZnO) 나노로드 기반 칩을 자체 개발했다. 이 나노 구조체에 방수 샘플을 떨어뜨리면 방수 속 생체분자들이 막대 모양의 나노로드 사이 틈으로 스며든다. 질환과 관련된 생체분자를 효과적으로 모아주는 나노 필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연구팀은 진단 플랫폼의 SERS 기술을 기반으로 이러한 생체분자의 농도를 높였다. 금속 물질의 '국부적 표면 플라즈몬 공명(LSPR) 모드'로 감도를 높임으로써 라만 신호를 30만 배 이상 극대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어떠한 복잡한 전처리 없이 단 5 마이크로리터(µL) 이하의 소량의 방수로부터 생화학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방수에서 얻은 생화학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적용해 정밀 진단 시스템을 구축했다. 정상 대조군(망막 질환이 없는 백내장 환자) 12명과 망막 질환자 26명 등 총 38명을 대상으로 질환 유무를 선별한 결과 96.45%의 높은 정확도를 얻어냈다.
또한 세부적인 망막질환 종류까지 선별 가능한 인공지능 분석 알고리즘인 선형 판별분석(PC-LDA)과 이차 판별분석(PC-QDA) 모델에서도 각각 87.63%, 86.45%의 정확도를 달성했다. 황반변성, 당뇨병성 황반부종, 망막정맥폐쇄 등 복잡한 망막질환 간의 생화학적 패턴을 정밀하게 구분한 것이다.
특히 연구팀은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로 환자별 항-VEGF 주사 치료에 대한 반응성 예측이 가능하다는 점을 꼽았다.
연구팀이 개발한 통합 진단 플랫폼은 치료 후 영상검사에서는 아직 관찰되지 않는 안구 내 생화학적 변화를 먼저 포착했으며 90% 이상의 높은 정확도로 치료 반응군과 비반응군을 사전에 선별했다.
치료 효과가 있는 환자군을 미리 선별하는 동시에 실명 위험 환자에게 개인 맞춤형 최적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준엽 교수는 "눈의 구조적 변화를 확인하는 데 집중돼 있던 기존 안과 진단 및 치료 반응 예측 패러다임을 분자 수준의 생화학적 분석으로 확장한 연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치료 효과가 낮은 환자를 조기에 선별해 환자별 맞춤 치료 전략을 세우고 실명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준기 교수는 "나노 광학 기술과 AI 융합 알고리즘 접목을 통해 그동안 분석이 쉽지 않았던 극소량의 안구 내 방수 샘플로도 유의미한 생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며 "비침습적이고 경제적인 진단 플랫폼으로써 향후 의료 현장에서 안질환 스크리닝 및 실시간 치료 가이드라인 제공 등 실용화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