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폐암 표적치료 연구, 한국인 의사가 방향키 잡는다

발행날짜: 2026-07-21 05:30:00
  • 세브란스병원 임선민 교수, 2027 WCLC 표적치료 트랙 의장 임명
    초록 심사부터 세션 기획까지 전권, 세계적 연구 발표 직접 조율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 세계 폐암 연구와 치료 패러다임을 선도하는 최고 권위의 학회인 세계폐암학회(WCLC)의 핵심 브레인에 한국인 연구자의 이름이 올랐다.

연세암병원 세브란스병원 임선민 교수(종양내과)가 오는 2027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개최되는 '2027 WCLC'의 '전이성 비소세포폐암-표적치료(Metastatic NSCLC-Targeted Therapy)' 트랙 공동 의장(Track Co-Chair)으로 선정된 것이다.

그동안 국내 연구자들이 글로벌 학회에서 조직위 멤버나 연자로 참여한 적은 있으나, 학회의 학술적 방향성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트랙 체어'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2027 WCLC 라인업 중 한국인 연구자로서는 임 교수가 유일하다.

세브란스병원 임선민 교수가 세계폐암학회(WCLC) '전이성 비소세포폐암-표적치료' 분야 공동 의장(Track Co-Chair)으로 선정됐다.

21일 임선민 교수를 통해 이번 공동 의장 선정의 의미와 향후 국내 폐암 임상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들어봤다.

"학술 프로그램 직접 짜는 룰 메이커"

그동안 국내 의료계나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세계적인 학회의 '트랙 체어'가 가진 무게감은 다소 생소하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이다. 임선민 교수는 트랙 체어의 역할을 "학회의 판을 짜고 룰을 세팅하는 자리"라고 직관적으로 정의했다.

임 교수는 "WCLC를 주관하는 세계폐암연구협회(IASLC)는 대륙별, 국가별, 성별 밸런스를 엄격하게 맞춰 커미티(조직위)를 구성한다"며 "공교롭게도 내년(2027년) 학회 라인업 중 한국에서는 혼자 참여하게 되어 어깨가 무겁다"고 운을 뗐다.

트랙 체어의 권한은 실질적이고 막강하다.

전 세계에서 접수되는 수만 개의 초록(Abstract)을 심사하고 평가하는 것은 물론, 어떤 연구를 전 세계 의사들 앞에서 구연 발표(Oral Presentation)로 올릴지, 어떤 연구를 포스터로 배치할지 결정하는 최종 전권을 쥔다.

임 교수는 "단순히 들어온 논문을 심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학회 개최 1년 전부터 메인 세션과 플레너리 세션(Plenary Session)의 주제(Topic)를 무엇으로 잡을지, 그리고 전 세계 어떤 임상 대가들을 연자(Speaker)로 초청해 세션을 구성할지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Design)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암 치료의 핵심인 '표적치료' 분야에서 전 세계 연구자들의 발표 무대를 한국인 의사가 직접 조율하고 이끄는 조타수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2027 WCLC 공식 트랙 체어 라인업 자료화면. 오른쪽 상단 네 번째 항목인 표적치료 트랙(Metastatic NSCLC-Targeted Therapy) 공동 의장에 임선민 교수의 이름이 기재돼 있다.

한국 폐암 임상의 높아진 위상 증명

임 교수의 이번 트랙 의장 임명은 개인의 영예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급부상한 한국 폐암 임상시험 생태계의 위상을 대변한다.

글로벌 제약사들과 세계적 석학들이 한국 연구자들을 신뢰하는 이유에 대해 임 교수는 '정확한 데이터'와 '신속함', 그리고 '연구자들의 헌신'을 꼽았다. 실제 글로벌 학회의 프로그램을 조율하기 위한 텔레컨퍼런스(TC)는 전 세계 시차를 맞춰야 하므로 고단한 과정이 수반된다.

임 교수는 "각국 위원들과 실시간으로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한국 시간으로 주로 밤 12시나 새벽에 콜(Call)을 진행한다"며 "외래 진료와 임상 연구를 병행하면서 매주 심야 회의를 이어가는 것이 체력적으로 쉽지 않지만, 전 세계 연구 흐름의 중심에서 한국 의학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책임감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동시에 이번 트랙 체어 선정을 계기로 한국 의학계의 글로벌 영향력은 한층 더 견고해질 전망이다.

임 교수는 "한국 연구자가 글로벌 메인 트랙의 수장을 맡고 있으면, 아무래도 학계 내에서 한국 임상 데이터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두게 되고 호의적인 시각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국내 바이오벤처나 제약사들이 유망한 폐암 신약을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릴 때도 좋은 동기부여와 기회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선정을 전 세계 폐암 학계에서 한국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겠다"며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해 국내 신약 개발 생태계와 임상 환경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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