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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법 논란 재점화 "환자 권리 침해+의사 특권 여전"

발행날짜: 2026-08-11 05:30:00
  • 법조계·환자 "필수의료 기피 원인 사법리스크 아닌 미용 의료"
    정부, 특혜 논란 정면 돌파 "특혜 아닌 생명 보호 위한 결단"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특혜 논란이 재점화했다. 이 법안은 의사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는 것에 더해 피해자인 환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다. 위헌 소지가 큰 법안인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10일 국민의힘 이소희 의원은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의료분쟁 현황, 의료분쟁조정법의 과제 및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정민 변호사는 피해자 보호 없는 형사 특례는 특혜며, 사법 리스크는 필수의료 기피 원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형사 리스크가 필수의료 기피 원인? "실증 데이터는 반대"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이정민 변호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개정법이 전제하고 있는 입법 목적 자체가 잘못됐다고 짚었다. 의료계는 지속적으로 형사처벌 리스크 때문에 필수의료를 기피하게 됐다고 주장해 왔으나, 객관적인 데이터는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 정부 연구 용역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료사고로 인한 연평균 기소 건수는 34.4건 수준에 불과했다. 특히 진료 과목별 형사 기소 건수를 보면 이른바 수익성이 높은 정형외과와 성형외과가 가장 많았고, 대표적인 필수의료 분야인 소아청소년과와 흉부외과의 기소 빈도는 가장 낮았다.

개정법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외형을 모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전혀 다르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을 통해 입증 책임을 전환하고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피해자 보호 장치를 둔 후 형사 특례를 부여한다.

반면 개정 의료분쟁조정법은 피해자 보호 장치가 전무한 상태에서 의료인에게만 형사 특례를 부여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더욱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마련됐던 의료사고 대불제도마저 이번 개정법에서 전면 폐지되면서 환자들의 실질적인 권리 구제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시각이다.

이 변호사는 "정부 연구 용역 결과를 보면 형사 기소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정형외과와 성형외과고 필수의료인 소아청소년과와 흉부외과가 가장 적다"며 "실증 데이터로 놓고 볼 때 형사 사법 리스크가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게 되는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피해자 보호 장치를 충분히 마련해 둔 다음에 형사 특례를 부여하고 있지만, 이번 개정법은 피해자 보호 장치가 전무한 상태에서 특혜만 부여하고 있다"며 "대불제도가 전면 폐지된 것 역시 피해자 보호를 위해 다시 부활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박천우 변호사는 사망 사고 기소를 원천 봉쇄하는 조항은 피해자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 입법이라고 비판했다.

■사망 사고까지 기소 원천 봉쇄 "명백한 재판절차진술권 침해"

법무법인 LKB평산 박천우 변호사는 개정법 제56조 기소 제한 특례 조항의 위헌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해당 조항은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가 입증돼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성립하는 상황에서도 민사상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면 기소를 원천 봉쇄한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이는 피해자 유족의 의사와도 무관하게 이뤄진다는 것.

박 변호사는 이를 두고 건국 이래 최대의 의사 형사 특례 조항이라고 표현했다. 과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도 사망 사고에 대한 공소 제한은 없었으며, 중상해에 대한 형사 특례조차 200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 바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법은 사망 사고까지 특례에 포함해 위헌성이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같은 초고강도 특례 법안이 사회적 합의나 공론화 과정 없이 대통령의 지시 이후 일사천리로 강행됐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그 근거로 지난 38년간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들이 평등 원칙 위배와 필수의료 개념의 불명확성을 이유로 해당 법안을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번 입법 과정에선 합리적인 설명 없이 입장을 뒤바꿨다는 비판이다.

필수의료 기피의 근본 원인은 비급여 미용 의료 시장의 급성장이 야기한 보상 체계 왜곡에 있음에도, 이를 도외시한 채 형사 특례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된 처방이라는 것.

박 변호사는 "이번 개정법 제56조는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가 입증돼 범죄가 성립함에도 민사상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면 기소조차 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하고 있다"며 "이는 헌법이 보장한 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하는 건국 이래 최대의 의사 형사 특례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정도로 위헌 소지가 큰 법률은 사전 입법영향평가를 거쳐 위헌성을 제거한 상태로 입법이 이뤄졌어야 했다"며 "이제라도 국회가 이 법을 다시 심의하고 사후 입법영향평가를 거쳐 일몰 조항을 도입하는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기종 대표는 필수의료 범위의 하위법령 위임에 반대하며, 명확한 진실 규명과 책임보험 체계의 개편을 촉구했다.

■"환자 목소리도 배제…하위법령 위임 최소화·책임보험 정비해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개정법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 환자단체의 참여가 배제됐다며 실질적인 환자 권리 보호 방안을 요구했다.

그는 의료사고 심의위원회를 통해 업무상 과실이 없는 의사들이 불필요한 수사와 재판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는 공감했다. 환자들 역시 길고 고통스러운 소송 과정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원회가 형사처벌 면제의 기준이 되는 중대한 과실 여부까지 획일적으로 심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짚었다.

특히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의 범위를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해당 범위가 넓어질수록 형사 특례 적용 대상이 무한정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중증 소아, 중증 외상, 고위험 분만, 응급 등 핵심 분야로 법률에 명시해 제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설명 의무에 대한 현장의 우려와 관련해선,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완벽한 법적 설명이 아니라 진실 규명과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강조했다. 사실을 명확히 알게 되면 굳이 형사소송까지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또한 안 대표는 의료사고 보상을 위한 책임보험 재원 마련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건강보험 수가의 상대가치점수에는 이미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에게 손해배상을 하기 위한 위험도가 반영돼 있다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의료사고 심의위원회를 통해 업무상 과실이 없는 의사가 빨리 절차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중과실 여부를 심의위에서 판단해 형사처벌을 면제해 주는 방식은 맞지 않다"며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와 같은 중요한 기준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것도 부적절해 범위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건강보험 수가의 상대가치점수에는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에게 손해배상을 하기 위한 위험도가 이미 반영돼 매년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이 지급되고 있다"며 "이 재원을 모아 책임보험을 충당하거나 별도로 관리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현두 과장은 형사 특례는 국민 생명 보호를 위한 결단이며, 향후 제도 시행 과정의 문제점은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의료진 특권 주는 법 아냐…생명 보호 위한 결단"

반면 복지부는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에 대한 기소 제한 특례가 의료인에게 특권을 주기 위함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인력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신현두 과장은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가 환자를 살리기 위한 선의의 목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에도 사명감으로 일하는 필수의료진에게 의료사고를 이유로 형벌까지 가한다면, 젊은 의사들의 기피 현상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정부가 입법 과정에서 관계 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졸속 입법 비판과 관련해, 초기에는 법무부와 경찰청 등에서도 반대 의견이 있었으나 제도의 필요성을 설득해 합의를 끌어냈다는 설명이다. 단순한 지시 이행이 아닌, 국민 전체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한다는 공익적 목적을 우선해 법안을 추진했다는 것.

다만 논란이 되는 중과실 규정에 대해선 일부 보완 필요성을 인정했다. 당초 추상적인 중과실 기준으로 판단하도록 구상했으나, 입법 과정에서 현재의 형태로 수정됐다는 설명이다.

향후 제도 시행 과정에서 구체적인 문제점이 발견되면 추상적 중과실 기준으로 재정비하는 등 지속적인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신 과장은 "고위험 필수의료 행위는 환자를 살리기 위한 헌신임에도 사고 발생 시 국가가 형사처벌까지 한다면 젊은 의사들의 기피는 심화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결국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심각한 위기로 돌아온다"고 우려했다.

이어 "해당 법안은 의료인에게 특권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공익적 결단"이라며 "향후 제도를 시행하면서 논란이 되는 중과실 부분 등 부족한 점은 지속적으로 개정해 보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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