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의사회, 환자 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촉구
플랫폼 환자 유인 우려 "정부가 자금 흐름 조사해야"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비대면 진료 본격화와 필수 의약품 수급 불안정, 진화하는 불법 환자 유인 행위 등 의료계를 둘러싼 각종 현안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안과 분야에서도 환자 안전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안과 진료의 특성을 무시한 비대면 진료 추진과 낮은 약가로 인한 필수 안연고 생산 중단 사태 등 환자의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대한안과의사회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안과계 주요 현안과 의료 플랫폼의 문제점, 의약품 수급 위기 상황을 점검하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시각 정보 필수인 안과 진료 "비대면 진료 기준 필요"

대한안과의사회 오청훈 부회장은 오는 12월 24일부터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안과 진료의 특수성에 맞는 안전 기준 신설을 요구했다.
의료법 제34조에 따르면 시각 정보가 필수적인 질환에 대해서는 화상 통신의 방법으로 비대면 진료를 실시해야 한다. 질환의 종류와 구체적 방법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명시돼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이 임박했음에도 어떤 안과 질환이 시각 정보 필수 질환인지, 화상 통신 품질 기준은 어떠해야 하는지 등 시행령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오 부회장은 안과 특성상 시력, 안압, 세극등 현미경 검사 등 객관적인 자료가 진단과 치료 방침 결정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인공눈물 처방조차 각막 염색 검사와 눈물 분비 기능 검사 등이 수반돼야 보험 처방 기준에 부합한다는 것. 하지만 시각적 확인 없이 무분별하게 약이 처방될 경우 국민건강보험 재정 누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제한된 화상 정보만으로는 실명을 위협하는 중증 질환을 감별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됐다.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나 심한 비문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환자 안전을 위해 즉각적인 대면 진료로 전환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이다.
오 부회장은 "제도 시행을 앞두고 안과와 같이 시각 정보가 필수적인 진료과에 대한 구체적인 화상 통신 품질 기준이나 논의조차 부재한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단순한 영상 연결을 넘어 접사 기능과 자동 초점 등 판독이 가능한 수준의 화상 품질 기준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응급 상황 발생 시 대면 진료로 즉각 전환할 수 있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시행규칙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진화하는 불법 환자 유인·알선 "바우처·플랫폼 조사해야"
이어진 발표에선 의료 바우처와 플랫폼을 앞세운 교묘한 환자 유인 및 알선 행위 실태가 조명됐다. 대한안과의사회 박성용 윤리법제이사는 형태만 바뀌었을 뿐 본질적으로 환자를 특정 병원으로 유인하는 불법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의사회의 문제 제기로 활동이 위축됐던 '한마음 의료 바우처' 사업과 유사한 형태의 '더하기 의료 바우처'가 최근 등장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업은 연간 480만 원의 포인트를 제공하며 백내장 수술비 등을 지원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전과 달리 회원 가입과 재단 승인을 거쳐야만 제휴 병원을 확인할 수 있는 폐쇄적인 구조로 운영돼 외부 감시를 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복지를 표방한 바우처뿐 아니라, 광고를 빙자한 수술 플랫폼의 문제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환자가 연령, 선호도, 희망 지역 등을 입력하면 플랫폼이 상담과 견적을 제시하며 병원과 직접 연결하는 구조다.
특히 해당 플랫폼의 제안서에 따르면, 환자의 데이터베이스(DB)가 병원으로 실시간 전달된다. 이후 실제 병원 내원 및 수술 결제로 이어지는 성과 전환율에 따라 광고 요금이 상승하는 과금 체계다. 이는 단순한 의료 광고를 넘어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환자 알선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박 이사는 "복지나 광고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고 있지만 환자 전환율에 따라 플랫폼의 경제적 이익이 결정되는 구조는 명백한 유인 및 알선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며 "다만 의사 단체의 자체적인 소명 요구만으로는 실질적인 자금 흐름과 이면 계약을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관계 당국이 직접 개입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유인 행위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과서도 우려 나오는 약가 "안연고 생산 중단 막아야"
필수 의약품인 안연고의 공급 중단 사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대한안과의사회 이성준 부회장은 낮은 제조 원가와 강화된 규제로 인해 제약사들이 생산을 포기하면서 의료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해졌다고 경고했다.
안과 진료 현장에서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헤르페스 바이러스 치료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안연고는 그동안 삼일제약과 한림제약이 국내 생산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삼일제약이 올해 안으로 안연고 생산 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이 부회장은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비현실적으로 낮은 약가와 과도한 시설 투자 부담을 꼽았다. 현재 안연고 제품들의 상한가는 1000원에서 3000원 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욱이 2029년 예정된 의약품 동등성 재평가와 강화된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선 수십억 원 이상의 설비 투자가 필요하다. 제약사 입장에선 채산성을 맞출 수 없는 구조인 것.
당장 삼일제약의 오큐프록스, 오큐라신 등을 비롯해 헤르페스 치료제인 헤르페시드 등의 공급이 중단될 위기다. 일부 수입 제품으로 대체를 시도하고 있으나 수입 중단 리스크는 여전하다.
한림제약은 일부 품목에 대한 생산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유일한 생산 라인에 국가 전체의 수요를 의존하는 것은 극히 불안정하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수십억 원의 막대한 시설 투자가 요구되는 반면 제품 가격은 천 원대에 머물러 있어, 민간 기업에 손해를 감수하며 생산을 강요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며 "필수 안연고의 공급이 끊기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간다. 퇴장방지의약품 지정 확대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약가 보전과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대국민 소통 채널 강화 "눈 건강 인식 제고 캠페인 주도"
한편, 대한안과의사회는 정보 과잉 시대에 국민들에게 정확한 안과 질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대국민 홍보 활동 강화 방침을 밝혔다.
대한안과의사회 홍권호 홍보이사는 새롭게 신설된 홍보부의 활동을 소개하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채널 '눈독TV'를 통해 환자들과의 소통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100여 개 이상의 고품질 영상을 제작해 백내장, 황반변성 등 주요 질환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
질환 인식 제고를 위한 정기 캠페인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고령화와 스마트 기기 사용 증가로 만성 안질환 관리가 중요해진 만큼, 비정기 보도자료 배포를 넘어 매월 중심 질환을 선정해 체계적인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홍 이사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환자들이 안과 질환에 대해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고 전문의와의 상담을 유도하는 것이 홍보의 핵심 목표"라며 "앞으로도 정확한 눈 건강 백서 등 유익한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올바른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