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입원의학전문의·진료지원간호사·약사 협력 강조
노인·다약제 복용 환자 증가로 투약 오류 위험…제도적 지원 촉구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고령화와 다약제 복용으로 입원 환자 진료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입원의학전문의를 중심으로 하는 다학제 팀 구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전공의 중심 진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선 전문의, 진료지원간호사, 병동전담약사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가 필수적이라는 진단이다.
25일 국회에서 '입원환자 다학제팀의료, 필수의료를 지키는 협력의 힘'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전문가들은 입원 환자의 복잡성 증가에 따른 의료 현장 위기를 진단하고, 다학제 팀 기반 진료 체계의 실효성 및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복잡해진 입원 진료 "입원의학전문의 중심 팀 기반 협력 필수"
대한병원의학회 이정환 대외협력이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입원환자의 고령화와 다중 이환으로 전공의 단독 진료가 한계에 달했다고 우려했다. 입원의학전문의 중심 진료가 환자 사망률과 응급실 체류 시간을 낮추는 효과가 입증됐지만, 전문의 단독 진료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이 이사는 진료지원간호사가 처방을 모니터링하고, 병동전담약사가 약물 조정을 담당하는 다학제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환자 안전을 위해 입원 전 복용 약 목록을 파악하고, 금기 약물을 검토하는 '약제 파악과 조정' 등 다학제 협력이 최우선 과제라는 취지다.
일례로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정교한 약물 투여 스케줄이 필수적이다. 투여가 지연되거나 항정신병약·항구토제 등 금기인 도파민 차단제가 처방될 경우 증상이 급격히 악화하고, 결국 재원 기간이 연장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실제 이 이사가 제시한 연구들에 따르면, 약물 투여 지연 시 환자의 재원 기간이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금기 약물을 처방받은 환자의 30일 내 사망 위험은 최대 2.15배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이사는 "파킨슨병 환자에겐 정확한 시간에 약물을 투여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약물 투여가 지연되거나 금기 약물이 처방될 경우 환자는 급격한 고통을 겪고 사망 위험까지 높아진다"며 "하지만 입원 시점의 약제를 파악하는 것은 주말과 야간 등 제한적인 환경에서 개인이 감당하기 매우 어렵다. 다학제 팀 기반의 시스템적 접근이 필수인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입원 환자 진료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어 입원의학전문의 진료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선 진료지원간호사, 병동전담약사가 함께하는 다학제 팀 진료가 필수의료를 지키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이런 팀 기반 진료 체계 확충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과 보상 방안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약물 불일치 막는 병동전담약사 "제도화 및 보상 체계 필요"
이어진 발제에서 서울대병원 약제부 이민지 임상약료파트장은 다학제 팀 의료 내 병동전담약사의 핵심 역할과 향후 과제를 조명했다. 환자 입원, 전동, 퇴원 등 치료 이행기마다 발생하는 의도치 않은 약물 불일치가 50~70%에 달하는 만큼, 병동 상주 약사를 통한 선제적 중재가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실제 국내외 연구에서 병동전담약사 배치 시 처방 반영률과 중재 수용률이 크게 향상됐으며, 재입원율과 환자당 약물 관련 문제가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특히 이 파트장은 서울대병원 연구 결과, 약사 중재를 통해 위해를 예방한 사례 13건만으로도 약 510만 원의 재정 회피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강조했다. 병동전담약사 배치는 단순한 인건비 지출이 아닌, 의료비 절감과 환자 안전을 위한 투자라는 판단이다.
다학제 회진 참여의 임상적 효용성도 증명됐다. 약사가 회진에 동행해 부적절한 치료 중단과 근거 기반 처방을 즉시 제안함으로써 처방 중재 건수가 3배 이상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의료진이 약물 업무에 쏟는 시간이 대폭 줄었다.
끝으로 이 파트장은 병동전담약사 제도의 실효성 있는 안착을 위해 중증도가 높은 병동부터 다학제 팀 단위 시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토대로 성과에 기반한 수가 보상 체계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 파트장은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면 기존 복용 약과 병원 처방 약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병동전담약사가 상주하며 다학제 회진에 참여하면 약물 오류를 사전 예방하고 치료 적절성을 높일 수 있다"며 "실제 현장에서 약사 중재 수용률은 90% 이상으로 높다. 이는 비용 소모가 아닌 환자 안전을 위한 확실한 투자"라고 말했다.
이어 "치료 이행기 약물 조정을 국가적 환자 안전 전략으로 규정해야 한다"며 "입원 환자의 투약 이력을 파악하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시스템에 대한 약사의 접근 권한을 확대하는 등 다학제 팀 의료가 지속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분절된 진료 체계 어쩌나…전문가들 "다학제 팀 제도화" 한목소리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대한병원의학회 한승준 이사장은 한정된 의료 자원 속에서 다학제 팀 기반 진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진단했다.
지난 10년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시행됐지만, 등록 인원이 300명 수준에 정체된 것은 인력과 재정적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미국의 모델을 한국 병상 수에 대입할 경우 3만 명 이상의 전문의와 4조 원이 넘는 재정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전국적인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것.
이에 한 이사장은 의사, 간호사, 약사가 각자의 영역에 갇혀 소모적으로 일하는 분절적 진료 체계를 타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입원 환자 진료에 특화된 전문 인력들이 하나의 팀으로 묶일 때 현재의 자원만으로도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기대다.
또 이를 위해 진료지원간호사와 병동전담약사까지 모두 포괄하는 팀 단위의 수가 시범사업을 추진,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간호협회 추영수 이사는 환자와 24시간을 함께하며 약물의 효과와 부작용을 관찰하는 간호 현장의 특성을 들어 다학제 협력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아무리 정확한 처방과 조제가 이뤄져도, 정해진 시간에 약물을 투여하고 환자 반응을 살피는 간호사의 역할이 더해지지 않으면 안전한 치료가 완성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수술이나 검사·퇴원 등 치료 환경이 바뀌는 시점에 처방약이 누락·변경될 위험이 커 병동 내 약사의 선제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추 이사는 성공적인 다학제 팀 정착을 위해 각 직역의 역할이 구체화된 표준 협업 모델이 선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단순히 인력을 한곳에 모으는 것을 넘어, 중증도와 약물 유형 등 환자 위험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단계적으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야간·주말에도 필수적인 약물 정보가 공유될 수 있는 안전망 구축 및 팀 협력에 대한 적절한 성과 보상 체계 설계를 요구했다.

한국병원약사회 윤정이 이사는 전체 약물 오류의 절반 이상이 환자의 입원·전과·퇴원 등 치료 이행기에 발생한다는 점을 조명했다. 이는 병동전담약사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근거라는 것.
더욱이 고령 및 중증 환자 다약제 복용 및 고위험 의약품 사용 빈도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존의 조제 중심 약사 업무만으로는 약물 불일치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약사가 다학제 회진에 직접 참여해 선제적으로 처방을 검토할 때, 오류 감소는 물론 비용 절감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윤 이사는 현행 제도상 약사 인력 기준이 여전히 조제 업무에 묶여 있어 다학제 팀 참여를 위한 물리적 여건이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환자실 등 고위험 의약품 사용 비율이 높은 병동부터 다학제 팀 의료를 의무화하고, 그에 상응하는 수가로 보상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와 함께 약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 환자의 정확한 투약 이력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도 제도화 공감대 "부처 간 조율·근거 축적 선행돼야"
정부 역시 이 같은 제도화 요구에 공감을 표했다. 다만 관련 정책이 복지부 내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는 만큼, 내부적인 업무 조율과 현장의 지속적인 근거 축적이 선행돼야 한다고 봤다.
보건복지부 양명철 약무정책과장은 다학제 팀 기반 의료가 환자의 치료 효과와 안전을 제고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수가 보상은 각 직역과 업무에 대한 소관 부서가 모두 나뉘어 있어 부처 내 다학제적 협력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더욱이 현실적으로 정책이 입안되고 시범사업이 시작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아직 정부 차원에서 현장의 구체적인 실무 데이터나 성과 사례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의료 현장에서 선제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축적해야 한다는 당부다.
양 과장은 "다학제 팀 기반 진료가 환자 안전의 질을 크게 높인다는 점을 확인했고, 외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해 온 과제라는 점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복지부 내에서도 이 사안과 관련해 여러 부서가 얽혀 있는 만큼, 오늘 논의된 현장의 목소리를 내부적으로 공유해 부처 간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새로운 정책 하나를 만들거나 시범사업에 착수하기 위해선 수많은 부서 간 이견 조정과 재검토 등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전문 인력들이 현장에서 훌륭한 성과 사례를 지속해서 쌓아 정부에 알려준다면, 이를 면밀히 검토하고 공부해 실제 정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