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마츠, 일차 병리진단 허가…현미경 대신 모니터 대체
AI, 동반진단 솔루션 등 본격 결합 "호환성이 새 경쟁력"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디지털 병리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병리 조직 슬라이드를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하는 전 슬라이드 이미징(Whole Slide Imaging) 스캐너를 두고 패권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단순히 유리 슬라이드를 디지털 이미지로 바꾸는 장비를 넘어 인공지능(AI), 동반 진단(CDx) 등의 기능과 결합하며 플랫폼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것. 디지털 병리 시장의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셈이다.

3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일본 하마마츠 포토닉스(Hamamatsu Photonics)의 디지털 병리 스캐너인 나노주머(NanoZoomer) S20MD와 S540MD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510(k) 허가를 획득했다.
이번 허가로 하마마츠는 기존에 FDA 승인을 받은 S360MD에 이어 S20MD와 S540MD를 연이어 추가하며 외래 환경부터 대형 검사실까지 대응할 수 있는 스캐너 라인업을 구축하게 됐다.
S20MD는 최대 20장의 슬라이드를 탑재할 수 있는 벤치탑형 제품으로 작은 검사실이나 외래 환경에 초점을 맞춘 기기다.
S540MD는 30장 랙을 사용할 경우 최대 540장의 슬라이드를 한번에 탑재할 수 있다. 검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랙을 교체하거나 추가할 수 있어 대형병원이나 중앙 검사실 등에서 대량의 슬라이드를 처리할 수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 라인업이 일차 병리 진단(primary diagnosis)에 사용 가능하도록 허가됐다는 점이다.
현재 전통적인 병리 진단은 환자 조직을 절편으로 만든 뒤 염색한 유리 슬라이드를 병리과 전문의가 현미경으로 직접 보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S20MD와 같은 전 슬라이드 스캐너가 들어오면 이 과정이 달라진다.
조직 슬라이드를 고해상도 디지털 이미지로 변환해 병리과 전문의가 현미경 대신 모니터에서 영상을 확대·축소하며 판독할 수 있으며 병원 내 서버나 클라우드를 이용해 다른 지역 전문가에게 원격 자문을 받는 것도 가능해 진다.
디지털 병리의 산업적 가치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유리 슬라이드는 전문의만 볼 수 있지만 디지털 이미지로 전환되는 순간 AI가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되는 이유다.
결국 스캐너가 단순히 현미경을 모니터로 바꾸는 장비가 아니라 이미지를 스캔하고 클라우드에 저장하며 나아가 원격판독과 AI 분석, 동반 진단으로 연결하는 관문이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병리 스캐너 플랫폼을 둘러싼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의 경쟁도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로슈진단은 지난해 FDA 허가를 받은 VENTANA DP200에 이어 최대 240장의 슬라이드를 처리할 수 있는 DP600까지 일차 진단용으로 허가받으며 저용량과 대용량 검사실을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라인업을 구축했다.
필립스도 올해 3월 IntelliSite Pathology Solution을 아마존웹서비스(AWS) 기반 클라우드로 확대하며 병원에 별도의 대규모 온프레미스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아도 디지털 병리 검사실을 구축할 수 있는 전략을 내놨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의료 AI 기업의 성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루닛이다. 루닛은 올해 3월 라이카와 디지털 병리 AI 솔루션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이미 디지털 병리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5월에는 비소세포폐암의 PD-L1 바이오마커를 정량 분석하는 루닛 스코프 PD-L1 CAL10을 개발하고 라이카의 Aperio GT 450 디지털병리 스캐너에 연동했다.
결국 디지털 병리 스캐너가 다양한 AI, 동반 진단 솔루션과 결합, 플랫폼 형태로 진화하면서 의료 AI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A사 임원은 "과거 병리과를 둘러싼 시장 경쟁이 현미경을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이제는 디지털 스캐너를 넘어 AI와 동반진단 등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넓어지고 있다"며 "로슈진단 등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이 열어가고 있는 디지털 병리 생태계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