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센 2차 치료제 급여 가시화…학계 "행정 지연은 질환 악화"
"신속등재 사업 타깃 부상"…정부 간질환 정책 성숙도 시험대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대한간학회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 2차 치료제인 '아이커보(엘라피브라노)'의 조속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정부에 공식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제약업계 중심으로 입센코리아의 아이커보가 정부의 희귀질환 신속등재 사업 신청 약물로 꼽히는 가운데, 이번 학회의 제언이 향후 급여 논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한간학회는 7일 "그간 B형간염 예방과 치료, 간암 조기진단, 항바이러스 치료 확대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우수한 간질환 관리체계를 확립해 왔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국가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희귀 간질환인 PBC 영역은 여전히 정책적 관심에서 충분히 조명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PBC 환자들은 진단 이후 극심한 피로감과 참기 어려운 가려움증으로 인해 일상과 사회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질환 진행에 대한 극심한 불안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질환 자체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가 낮고 정보 접근성마저 제한되어 있어, 환자들이 질환의 특성과 장기적인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적절한 관심과 지원을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현재 PBC의 1차 표준치료는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이지만, 전체 환자의 약 30~40%는 충분한 치료 효과를 얻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고위험 환자들은 질환 진행 위험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실질적인 치료 대안을 갖지 못한 채 '치료 공백'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한 '아이커보'는 기존 표준치료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한 환자들에게 허가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PBC 2차 치료제다. 공급사인 입센 역시 미충족 수요가 극심한 해당 약물에 대해 희귀질환 신속등재 사업의 주요 타깃으로 삼고 빠른 급여권 진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적 지연은 질환 악화의 시간"
다행히 PBC는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할 경우 질환 진행을 늦추고 간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질환이다. 하지만 아이커보가 국내 허가를 획득했음에도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으면서, 환자들은 높은 약값 장벽 앞에 가로막혀 치료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거나 미루어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대한간학회 임영석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은 "PBC는 기다려주는 질환이 아니다"라며 "질환이 진행되는 동안 간 손상은 지속적으로 누적될 수 있으며, 비가역적인 간 손상이 발생한 이후에는 회복에 한계가 있어 손상 억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 이사장은 "환자들에게 기약 없는 기다림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질환이 악화되고 치료 적기를 놓칠 수 있는 치명적인 시간"이라며 "이미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PBC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환자들이 대책 없이 기다려야 하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이번 아이커보 신속등재 요구가 단순히 하나의 신약 급여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를 넘어선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가 희귀 간질환 환자들을 의료체계 안에서 얼마나 책임지고 보호할 것인가를 가늠하는 '국가 간질환 정책의 성숙도 지표'라는 것이다.
임 이사장은 "국가 간질환 정책의 수준은 가장 많은 환자를 어떻게 치료하는가보다, 치료가 필요한 소외된 환자를 어떻게 보호하는가에서 드러난다"며 "정부는 PBC 환자들이 치료 적기를 놓치지 않도록 아이커보의 신속한 보험급여를 적용하고, 허가사항에 부합하는 환자들이 불필요한 제도적 장벽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급여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