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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CCTV 의무화에도 촬영률 4%…법 개정 탄력받나

발행날짜: 2026-09-08 12:10:02 수정: 2026-09-08 12:15:19
  • 국회 토론회서 전체 의료진 공개 및 사전 설명 의무화 요구
    "광범위한 예외 조항이 제도 무력화…촬영 기본 전제로 해야"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도 복잡한 예외 조항과 홍보 부족 등으로 실제 촬영률이 4%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환자의 알 권리와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국회에서 열린 '환자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수술실 CCTV 제도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관련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왔다.

덕성여대 김창보 초빙교수는 환자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수술 참여 의료진 전원 공개를 촉구했다.

■"환자 권리 추상적…모든 수술 참여 의료진 이름 명시돼야"

덕성여대 김창보 초빙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현행 의료법이 의료인과 의료기관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환자 권리 보장에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보건 의료 기본법 등에 환자 권리가 명시돼 있지만,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료 행위에 관한 설명 의무를 규정한 의료법 제24조의 2항은 수술에 참여하는 주된 의사의 이름만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

수술실 내 대리 수술이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CCTV가 도입된 취지를 고려할 때, 수술에 참여하는 모든 의료진의 신원을 환자가 알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CCTV 촬영 신청 여부를 수술 전 설명 의무 항목에 포함하고, 동의서 작성 시 항목별 개별 서명 및 사본 의무 발급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포괄적으로 한 번만 서명하게 돼 있는 방식과 환자가 별도로 요청해야만 사본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환자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장에서 CCTV 제도가 무력화되고 있는 상황도 문제로 지적했다. 건강돌봄 시민행동 조사에 따르면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14곳 중 단 2곳만 CCTV 안내문을 제대로 게시하고 있었다. 일부 병원은 의료진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거나 기기 오작동을 핑계로 촬영을 거부하는 등 잘못된 안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를 형해화하는 광범위한 거부 사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따라 중증도가 높은 전문 진료 질병군 환자 비율을 높이도록 유도하면서, 정작 해당 질병군 수술 시에는 병원이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 중증 환자 치료를 유도하면서도 전문 진료 질병군에 해당할 경우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수술에 참여하는 모든 의료인의 이름이 명확히 기록돼야 하며, 보건복지부는 병원이 촬영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현행 규정을 반드시 조정해 환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이정민 변호사는 수술실 CCTV 촬영 요건 폐지와 영상 보관 기간 연장을 제언했다.

■"제도 유명무실…촬영 요청 요건 없애고 보관 기간 늘려야"

이어진 발제에서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이정민 변호사는 수술실 CCTV 관련 의료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CTV 의무화를 통해 성범죄 및 대리 수술 입증은 물론, 의료진의 억울한 책임을 벗겨주는 긍정적 효과가 다수 확인됐음에도 실제 촬영률이 4%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 설치는 의무화해 놓고 정작 촬영은 환자의 별도 요청이 있어야만 가능하도록 요건을 부과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진단이다.

이 변호사는 의료진에게 자신의 생명을 온전히 맡겨야 하는 환자 입장에서, 수술 전 의료진의 눈치를 보며 CCTV 촬영을 요구하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에 타 개별 법령의 CCTV 의무화 사례처럼 설치 목적에 맞게 촬영을 기본 전제로 하되, 환자가 거부할 경우에만 촬영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요구다.

불합리한 촬영 거부 사유의 전면 삭제도 주장했다. 응급 환자 수술이나 전공의 수련 등은 이미 설치된 CCTV 카메라를 작동시키는 것과 아무런 이해상충이 없음에도 거부 사유로 명시돼 병원 측의 회피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영상 정보 보관 기간 역시 지나치게 짧다고 지적했다. 현행 30일의 보관 기간은 환자가 수술 후 의료 사고를 인지하고 대응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진단이다.

이로 인해 민사나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영상 삭제를 막기 위해 환자가 서둘러 경찰에 형사 고소부터 해야 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이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불필요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우려다.

또 미설치나 촬영 의무 위반 시 벌금 500만 원에 그치는 반면, 영상 유출 등에는 징역형 등 과도한 처벌이 내려지는 불균형적인 벌칙 규정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열람 요건 역시 의료진 전원 동의가 아닌 환자의 요청만으로 가능하게 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 변호사는 "CCTV 설치를 법으로 강제해 놓고 촬영에 별도의 요건을 부과하거나 불합리한 거부 사유를 두는 것은 제도 본래의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불필요한 의료 분쟁 확대를 막기 위해 영상 정보 보관 기간을 최소 90일 이상으로 연장하고, 어린이집 CCTV 선례처럼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만으로도 영상을 열람할 수 있도록 법적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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