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LC 2026서 EVOKE-03 연구 공개…아시아인 데이터 주목
국립암센터 한지연 교수 "장기 생존자 창출 역부족, 예견된 수순"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글로벌 폐암 치료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항체-약물 접합체(ADC) 기반 병용요법이 비소세포폐암 임상에서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최근 잇따른 비소세포폐암 영역에서의 ADC 개발 난항 속에서, 길리어드의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 SG)' 연구 역시 확증 단계의 벽을 넘지 못하며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다.
13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폐암학회(WCLC 2026)에서 공개된 'EVOKE-03(KEYNOTE-D46)'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핵심 평가지표인 무진행 생존기간(PFS)과 전체 생존기간(OS)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하며 최종 실패(Negative)를 기록했다.

이번 연구는 그리스 아테네 앙리 뒤낭 병원 센터(Henry Dunant Hospital Center)의 지안니스 마운치오스(Giannis Mountzios) 교수의 발표로 진행되었으며, 이전에 전신 치료를 받지 않은 PD-L1 TPS ≥ 50% 전이성 비소세포폐암(mNSCLC) 환자 620명을 대상으로 SG와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을 키트루다 단독요법과 1:1로 비교 평가했다.
마운치오스 교수는 이번 결과에 대해 "SG와 키트루다 병용요법이 키트루다 단독요법에 비해 수치적으로 더 긴 PFS와 높은 객관적 반응률(ORR 55.6% vs 43.7%)을 보여주며 질병 진행을 늦추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분석 결과 SG 병용군의 PFS 중앙값은 11.8개월로 단독군(7.7개월) 대비 개선을 보였고 질병 조절률 역시 우수했다. 아울러 안전성 측면에서도 "각 약물별로 이미 알려진 프로파일과 일치했으며, 병용에 따른 새롭거나 추가적인 독성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마운치오스 교수는 강조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 같은 수치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설정된 통계적 유의성 경계값(PFS 기준 0.007)을 충족하지 못해 1차 평가지표 달성에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중간 분석에서 도출된 OS 역시 두 군 간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냉정한 임상현장 "예견된 실패와 한계"
이 같은 3상 연구 결과에 대해 현장 디스커선트(Discussant)로 나선 국립암센터 한지연 교수(종양내과)는 이번 실패가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진단했다.
한지연 교수는 "이전 2상(EVOKE-02) 코호트 A에서 나타났던 66.7%의 높은 ORR은 3상 확증 연구에서 55.6%로 떨어졌고, 대조군과의 격차 역시 전통적인 화학항암제를 추가했을 때의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 교수는 PFS 곡선의 양상을 두고 '치료-유사 효과(Chemotherapy-like effect)의 소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약 3개월 시점에서 곡선이 갈라지기 시작해 9~12개월 사이에 가장 크게 벌어지만, 18개월 이후에는 결국 곡선이 다시 수렴한다"며 "이는 SG가 질병 진행을 일시적으로 지연시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장기 생존자(Long-term survivors)를 창출하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전체 생존(OS) 데이터에서 뚜렷한 신호가 나타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도 독성으로 인한 혜택 상쇄와 후속 치료(Sequencing)의 영향이 지목됐다.
한 교수는 "병용군에서 3등급 이상 이상반응(TEAEs)이 73.6%로 단독군(45.0%)보다 높았고, 독성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도 30.9%에 달해 누적된 독성이 치료 혜택을 깎아내렸다"며 "1차 치료 실패 이후 시행된 후속 백금기반 항암화학요법 등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면서 두 그룹 간 최종 생존율 차이가 희석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ADC 독성 관리와 아시아인 데이터 해석의 과제"

이와 관련해 지아니스 마운치오스 교수는 메디칼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개발 전략에 대한 수정 및 변화를 전망했다.
마운치오스 교수는 EVOKE-03 연구 실패로 결론지었지만 추가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좀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교수는 "현재 높은 PD-L1 발현을 보이는 환자들을 포함해, 1차 치료 환경에서 ADC와 펨브롤리주맙을 병용하는 다른 임상시험들도 진행 중이다. 페이로드(payload, 탑재 약물)나 항체 타깃 측면에서 ADC의 종류가 중요한지, 즉 다른 ADC를 사용했을 때 차이가 발생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중항체(bispecifics)를 활용한 임상시험도 진행되고 있다. PD-L1과 VEGF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나, PD-1 및 TIGIT과 같은 이중 면역관문을 표적하는 약물이라며 이러한 임상들이 진행 중이므로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PD-L1 고발현 환자군에게 펨브롤리주맙 단독요법이 여전히 유효한 치료 옵션"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독성에 대한 입장도 잘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운치오스 교수는 "아시다시피 ADC는 세포독성 물질을 운반하므로 일반 화학요법과 유사하게 작용하며 상당한 이상반응을 유발한다. 이번 임상시험에서 확인했듯이, 위장관 독성, 골수 억제, 탈모 등의 부작용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환자들의 삶의 질은 대단히 중요하며, 임상을 설계할 때 이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 이유는 종양이 치료에 반응하는 한 ADC 투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며, 이는 환자가 장기간 ADC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임상시험 결과를 해석할 때 항상 독성 문제를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시아인 환자들에게 적용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 긍정적이면서도 좀더 근거가 쌓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마운치오스 교수는 "발표 데이터에서 보셨듯이, 동아시아 환자군에서 치료 성적이 더 향상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실제로 이들은 전체 임상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다"라며 "하지만 이는 탐색적 분석(exploratory analysis) 결과라는 한계와 EVOKE-02와 같은 이전 초기 임상에서는 사시투주맙 고비테칸으로 이러한 양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는 아직 명확히 알 수 없다. 인종과 연관된 생물학적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치료 과정이나 약물의 투여 용량 강도(dose intensity)와 관련된 다른 요인이 있는 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고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를 지켜본 많은 전문가들은 기대했던 EVOKE-03 연구가 실패로 끝난 것에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중항체 등의 병용 연구가 남아 있는 만큼 한번 더 기대를 걸어본다는 입장이다. 학계는 남은 연구까지 실패로 끝나면 비소세포폐암에서 ADC 치료 전략은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