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5개 구 내원 환자 2429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발표
처방약 신뢰도 의사가 약사보다 18배 높아 "처방권 훼손 우려"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성분명 처방 강제화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의료계가 대규모 환자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국민 선택분업'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1일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성분명처방 환자의견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제언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의약분업 제도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성분명 처방 강제화는 위험한 발상…환자 불안감 커"
앞서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은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및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의사회는 성분명처방대책위원회(TF)를 구성하고 서울시 25개 자치구 의료기관에 내원한 환자 2429명을 대상으로 의약품 처방 및 조제 방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행 의약분업에 대한 불만족 비율은 33.5%로 나타났다. 특히 종합병원 내원 환자의 불만족도는 의원급의 2.3배에 달했다. 약 수령 희망 기관으로는 원내 조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54.8%로 가장 높았다.
성분명 처방 강제화에 대한 환자들의 거부감도 뚜렷했다. 처방약의 제품명 설명을 들어야 안심한다는 응답이 87.6%였으며, 의약품 외형 변경에 따른 부작용 및 오복용 리스크를 우려하는 비율은 80.9%에 달했다. 성분명 처방 입법안에 대한 반대 의견 역시 79.2%로 조사됐다. 특히 현재 처방된 약에 대한 신뢰도는 의사가 약사보다 18.7배 높게 나타났다.

서울시의사회 임현선 부회장(성분명처방TF 위원장)은 성분명 처방은 동일 성분이 동일한 약제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임 부회장은 "제형, 첨가제 종류, 체내 흡수 속도, 환자 개개인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다르기 때문에 치료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며 "의사들은 경험을 통해 이를 알고 처방에 참고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의사를 범죄자 취급하는 징벌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의사회 최경섭 이사 역시 설문조사 결과의 의의를 설명하며 임상 책임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이사는 "환자의 89.7%가 처방과 책임이 일치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사후 분쟁에 대한 우려도 92.3%에 달했다"며 "복약 안심의 본질은 처방과 그 처방을 내린 책임의 일치인 만큼 임상 책임 소재를 일원화하고 상품명 처방권을 확고히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자에게 조제 장소 선택권 돌려줘야…조제료 절감이 현실적"
서울시의사회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가 병의원과 약국 중 원하는 곳에서 조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국민 선택분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했다.
제도 시행 26년이 지난 현재, 환자의 추가 비용 부담과 의료기관 이용 불편에 대한 종합적인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시각이다. 의사회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나 상급종합병원 환자, 만성 질환자, 소아 중증 응급 환자 등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의료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특정 직역의 이익이 아닌 국민의 건강과 편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환자들은 자신이 어떤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는지 제대로 알기 어렵고 약의 변경 사실과 이유를 충분히 설명받아야 한다"며 "의약분업에 대한 절대적인 재평가가 필요한 시기이며, 의료비 절감과 환자 편의를 위해 즉각적인 국민 선택분업 실시를 주장한다"고 촉구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선 약계가 주장하는 성분명 처방의 당위성과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에 대한 반박이 이어졌다.
현재 의약품 수급 불안정 사태의 원인은 상품명 처방 때문이 아니라, 채산성이 맞지 않아 제약사들이 필수의약품 생산을 기피하는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기관지 확장제나 해열제 등 값싼 필수의약품의 고질적인 품절 문제를 처방 방식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 회피라는 설명이다.
특히 약계가 성분명 처방 도입 시 13조 원의 약품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의사회는 오히려 불필요하게 지출되는 '조제료'를 손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맞섰다.
황 회장은 "연간 약품비로 나가는 전체 건보 재정을 고려할 때 성분명 처방으로 13조 원이 절감된다는 주장은 허구에 가깝다"며 "오히려 약국 조제로 인한 불필요한 비용 증가를 막기 위해 선택분업으로 가는 것이 건보 재정 측면에서 훨씬 좋은 대안"이라고 일축했다.
임 부회장 역시 "단순 연고나 케이스에 든 혈압약을 주면서 조제료를 받는 것이 합당한 복약 지도인지 의문"이라며 "여기에 투입되는 조제료 부분을 절감하는 것이 비용적으로 훨씬 메리트가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