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급·빅5 빠지고 2023년 자료 활용
진검의 "수가 조정 시행 전 재검토 필요"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대한진단검사의학회가 정부의 검체검사 수가 조정 근거인 원가보전율 192%의 산출 과정과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시행 전 객관적이고 종합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학회는 30일 입장문을 내고 "건강보험 재정의 합리적 운용과 수가체계 개선이라는 정책 목표와 별개로, 근거가 되는 원가 분석의 정확성과 객관성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28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건강보험 수가 구조 혁신방안의 일환으로 검체검사와 CT·MRI 검사 수가 조정, 위수탁체계 개편안을 의결하고 내년 1월 시행을 예고한 바 있다.
"병원급 제외, 빅5 미포함…표본 대표성 의문"..."종별 특성 반영은 27.6%뿐"
학회가 가장 먼저 짚은 문제는 원가보전율 산정에 쓰인 168개 표본기관의 대표성이다. 표본은 상급종합병원 6개, 종합병원 74개, 의원 88개로 구성됐으며 병원급 의료기관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명근 이사장은 "병원급 의료기관의 검체검사는 수익성이 낮거나 적자로 운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병원급이 전체 요양급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한 만큼, 해당 종별이 빠졌다면 전체 원가보전율이 실제보다 높게 산출됐을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급종합병원 표본에 이른바 빅5 기관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혔다. 빅5는 중증·희귀질환 환자를 위해 고난도 검사와 수작업 비중이 높은 검사를 직접 수행하는 등 일반적인 검사 환경과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다. 학회는 이런 비용 구조가 반영되지 않으면 상급종합병원 전체의 검체검사 원가를 정확히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다.
종합병원 표본의 경우, 회계자료 확보가 쉬운 신포괄수가 참여기관이 다수를 차지한다면 비참여기관의 운영 실태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원급에 대해서도 검사 규모가 작을수록 건당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기관 규모와 검사량에 따른 원가 차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신 이사장은 "특정 종별이나 의료기관 유형이 빠진 자료를 전체 의료기관의 상황으로 일반화하려면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주택가격 동향을 분석하면서 특정 지역 자료를 모두 제외한 뒤 전체 시장을 대표하는 수치로 발표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수가 조정 대상 검사의 다양성이 충분히 반영됐는지도 쟁점이다. 이번 조정 대상 검체검사 수가코드는 873개인데, 학회에 따르면 이 중 의료기관 종별 특성이 반영된 코드는 27.6%에 불과하다.
검체검사는 검사 빈도와 난이도, 소요 인력, 장비·시약 비용, 검사실 운영 환경에 따라 비용 구조가 크게 달라진다. 특히 고난도·저빈도 검사는 건수가 적어도 전문 인력과 장비를 유지해야 해 일반 검사와 같은 기준으로 원가를 평가하기 어렵다.
학회는 이런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일률적 조정이 이뤄지면 일부 검사의 수익성이 악화돼 의료기관이 검사를 축소하거나 중단할 수 있고, 이는 환자의 진단 접근성과 필수 검사 역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수탁 구조가 원가 분석에 충분히 반영됐는지도 논란이다. 학회는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의 역할과 비용 구조가 다른 만큼, 실제 검사를 수행하는 수탁기관의 회계자료와 운영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탁기관은 인력과 장비·시약 비용뿐 아니라 검체 수거·운송, 검체 관리, 검사실 운영 비용까지 부담한다. 또 빈도가 낮거나 난도가 높은 검사는 개별 검사만으로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워 일반검사 수익으로 보전하고 있다는 것이 학회 설명이다.
수탁검사가 전체 검체검사 요양급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수탁기관의 비용 구조가 반영되지 않았다면 전체 원가보전율에도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학회는 위탁·수탁기관의 역할과 비용을 구분한 분석과 양측 회계자료를 활용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3년 자료는 종별 가산 폐지·코로나19도 반영 안돼..."근거 투명하게 공개하고 재평가해야"
분석에 쓰인 회계자료가 2023년 자료라는 점도 재검토 대상으로 꼽혔다. 2023년 자료는 2024년부터 시행된 검체검사 종별 가산 폐지 이후의 비용·수익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2023년은 코로나19 관련 검사가 의료기관의 검사 실적에 영향을 미치던 시기인 만큼, 검사 종류와 기관 종별로 당시 실적이 원가보전율에 미친 영향을 별도로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학회는 원가보전율이 표본기관 선정, 의료기관 종별 특성, 검사별 난이도와 빈도, 위수탁 구조, 회계자료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단일한 수치만으로 전체 검체검사의 수익성을 판단해 수가를 일괄 조정하는 것은 의료현장의 다양한 상황을 담아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신명근 이사장은 "수가체계 개선은 객관적 자료와 합리적 분석을 토대로 추진돼야 하며, 의료현장의 수용성이 확보돼야 지속 가능한 정책이 될 수 있다"며 "표본의 대표성과 검사별 비용 구조, 위수탁검사의 실제 비용, 자료의 시점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고 관련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한 검증 없이 192%를 근거로 수가를 조정하면 고난도·저빈도 검사 축소와 검사실 운영 어려움 같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정부는 시행에 앞서 객관적 원가 분석과 현장 의견 수렴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검체검사의 질과 접근성이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원가 분석의 방법과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료기관 종별 및 검사 유형별 특성을 반영한 재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