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폭력 무관용 원칙 및 재발방지 대책 강조
정신건강복지법 전면 개정 필요 의료진 안전 강화해야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 진료실에서 의료진이 흉기에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성명을 내고 정부와 국회에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최준호)는 5일 성명을 통해 "2026년 11월 4일 발생한 의료진 피습 사건에 깊은 충격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다"며 "불의의 공격으로 부상을 입은 동료 교수의 쾌유를 기원하며 현장에서 충격을 겪은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과거 비극이 되풀이되고 있는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학회는 "2018년 진료 중 세상을 떠난 故 임세원 교수 참사와 2020년 부산 故 김제원 원장 사건 이후 법 개정과 보안 인력 확충 등 안전대책이 약속됐다"며 "그러나 8년이 흐른 지금, 가장 안전해야 할 대학병원 외래 진료실에서 다시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 그동안 마련된 안전장치들이 과연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뼈아프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의료진 폭력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과 미국 여러 주의 의료진 폭행 가중 처벌 사례를 언급하며, 의료기관 내 폭력 행위를 국민의 생명과 진료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반사회적 범죄로 규정하고 엄중히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는 이번 사건을 단순 보안 강화나 처벌 문제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학회는 "정신질환이 곧 폭력이나 범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치료가 절실한 고위험 상태의 환자가 적기에 적절한 관리를 받지 못하고 위기 상황에서 방치되는 현행 의료·복지 전달체계의 구조적 한계가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궁극적인 해법은 올바른 치료의 보장에 있다"고 덧붙였다.
학회는 정부와 국회를 향해 세 가지 주요 요구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의료기관 내 폭력에 대한 무관용 원칙 확립 및 현장 중심의 실효적 안전 인프라 보강 ▲치료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국가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전면 개정 착수 ▲보건복지부·법무부·경찰 등 관계 기관 공조를 통한 범정부적 정신건강 위기대응체계 확립 등이다.
최준호 이사장은 "환자의 인권과 의료진의 안전, 사회의 안전이 함께 보장되는 정신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더 이상의 희생이 발생하기 전에 진료환경 안전을 담보할 제도 개선에 책임 있게 나서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도 같은 성명을 통해 방치된 중증 정신질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원 제도와 지역사회 관리 체계의 대대적인 정비를 요구했다.
과도한 병실 환경 규제와 복잡한 입원 절차로 인해 급성기 환자의 신속한 회복 수단인 입원이 과도하게 어려워진 만큼, '정신건강복지법' 개정과 입원실 수가 현실화, 사법·행정입원 절차의 보완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퇴원 환자와 병식이 없는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해외 사례처럼 당장의 폭력 발생 전이라도 악화 우려 시 조기 개입할 수 있도록 외래치료명령제의 강제성과 사법적 권리구제를 강화하고 지역사회가 공조해 관리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치료 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진료 방해나 의료진 협박 행위를 단순 심신미약으로 치부하지 말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버스 운전사 폭행을 엄벌하는 이유가 승객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듯, 의료진의 안전 역시 환자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사회는 향후 정부의 안전망 구축 정책 수립에 적극 협조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이번 제도 개선 요구는 의료진뿐 아니라 모든 국민과 환자의 안전 및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필수 출발점임을 거듭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