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감소...계속된 저수가정책...과당경쟁 '몸살'
[현장르포] 붕괴직전의 개원가 현장을 가다
개원가가 사상최악의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환자수는 급격히 감소한채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각종 정책으로 개원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돌파구가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1차의료가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차 의료의 위기는 의사인력의 과잉배출에 따른 과당경쟁도 한몫 거들고 있다. 메디칼타임즈(www.medigatenews.com)는 현장르포를 통해 개원가의 현주소를 3회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제1부>환자감소와 과당경쟁에 신음
<제2부>불황 부추기는 정부 정책
<제3부>과다한 투자, 빚에 쪼들리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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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감소와 저수가에 울고, 과당경쟁에 몸살을 앓고. 현재 개원가가 처한 상황이다.
또 환자가 많은 병원은 점심을 먹을 시간도 없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그렇지 못한 곳은 하루종일 썰렁한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오전 내내 장대비가 쏟아졌던 지난 19일, 총신대역 사거리 주변 의원을 직접 확인한 결과 '유비무환'이란 의료계 신조어를 실감케 했다.
내과를 개원하고 있는 이근식(62세)원장도 유비무환의 한복판에 있었다. 서울시의사회 대의원총회 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1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으로 오전 시간을 보냈다.
사당동에서만 27년째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 원장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100명이 넘게 환자를 진료했지만 요즘은 40∼50명이 고작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원장은 "나는 그래도 은퇴할 날도 멀지 않았고, 작지만 내 건물을 갖고 있어 괜찮지만 요즘 새로 시작하는 후배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1차 의료기관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를 정부의 보험재정안정화대책에서 찾고 있었다. "2000년 7월 진찰료와 처방료가 통합되고 나서부터 청구액이 절반으로 떨어졌어. 요새같으면 현대자동차 노조원이 부러워…."
환자의 머릿수로 병원을 경영해야 하는 저수가 정책은 특히 불만스러운 대목이라고 했다.
이때 이 원장과 같은 건물에서 안과를 개원하고 있는 박상홍(60세) 원장이 "모두가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며 거들고 나섰다.
"젊은 사람들 요즘 굉장한 투자를 해서 개원하고 있지만 빚더미만 안고 무너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200만원을 넘던 라식수술비가 요즘은 100만원대로 곤부박질했어. 노인정 등을 찾아다니며 무료로 백내장수술을 해주는 곳도 부쩍 늘었어. 판이 깨지고 있는거지."
그는 "하지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보니 욕할수도 없는 처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원장 등과 긴 얘기를 마치고 찾은 인근 소아과 의원은 환자 진료실은 텅 빈채 간호사들 두명이 한가롭게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원장님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자 "원장님이 지금 바쁘셔셔…."라며 취재를 허락하지 않았다. 인근의 몇몇 의원들도 기자의 취재를 허락하지 않았다.
텅빈 대기실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한 내과의원에서도 "할얘기 없다"며 등을 떠밀렸다.
몇몇 의원을 허탕친 후 간신히 취재 허락을 받은 S 내과의원에서 기자는 전혀 다른 풍경을 목격했다.
10∼20분만 기다리면 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몰려드는 환자들 덕분에 1시간을 넘게 기다려서야 간신히 번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8년간 D종합병원에 근무하며 개원준비를 착실히 해왔다는 H(40세)원장은 "하루평균 70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원자금으로만 8억원을 쏟아부었을 정도로 내부인테리어와 장비에 막대한 투자를 한 그는 "특화된 진료를 펼쳐 불황을 모른다"고 했다.
"태풍 매미로 경남지방이 쑫대밭이 됐다는 뉴스를 듣고 그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에게 안부전화를 했어. 환자에게 감동을 주는거지. 우리병원은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몰려."
이 병원의 특징은 단순한 감기진료가 아닌 건강진단 환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H원장의 경우처럼 성공한 사례는 흔하지 않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수억원 빚을 낼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개원가의 경영난은 보험환자가 대부분인 내과계열에서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의 50% 이상이 수익구조상 마지노선이라고 하는 하로 50명 미만의 환자를 진료하며 존폐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서울 변두리나 외곽쪽 의원들은 대부분이 건물이 오래되고 낡은데다 환자들조차 강남에 있는 병의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안과, 성형외과 등은 특히 강남선호분위기가 뚜렷하다. 강남에 있는 의사들은 실력이 있다는 선입견이 심각하다.
하지만 강남지역에 몰려있는 안과, 성형외과 등은 제살깎아먹기식 과당경쟁에 신음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로 일하다 2년전 안과 의원을 개원한 L(41세)원장은 "얼마전까지 2개층을 세내 병원을 운영했는데 최근에 1개층으로 몸집을 줄였다"고 말했다.
과당경쟁으로 라식수술비가 100만원대로 떨어져 수익성을 나빠졌는데 관리비용은 갈수록 늘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 안과 개원의들 전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얼마전까지 라식수술이 경기가 좋아 수억원씩 들인 대규모 개원이 붐을 이뤘는데,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버스까지 동원된 환자유치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양로원 등이 주요 타깃이다. 무료로 백내장 수술 등을 해주고 공단에 급여비만 청구해주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비보험분야의 상도의에 `균열'을 주는 원동력은 안과와 성형외과들이다. S성형외과 L(45)원장은 "강남에서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외곽으로 빠진 개원가 수두룩하다"며 "그 사람들은 '덤핑'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이같은 과당경쟁이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대학에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병원에 취직을 꺼리는 풍토는 여전하고, 대부분의 전문의들이 개원가로 몰려들고 있어. 그런데 의대 입학정원은 줄어들 생각은 않고." L원장의 말이다.
강남에서 홍보대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K(35세)씨는 "대체로 강남 일원에 있는 개원의들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경영을 한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환자유치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다"라고 말했다.
"경쟁에서 이기면 살아남고, 밀리면 수억원의 빚을 안고 변두리로 쫒겨나는데 요즘 개원가의 신풍속도"라고 그는 말했다.
이처럼 일부 비보험 진료과들이 엄청난 위험부담을 무릎쓰고 대규모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 이유중 하나는 환자들 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요즘 환자들은 대학병원이 아니면 시설좋은 최신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을 뚜렷히 보인다.
강남에서 산부인과를 개원하고 있는 C(60세) 원장은 "얼마전 적지않은 돈을 들여 20년만에 병원 인테리어를 다시 했다"고 말했다.
"간호사를 신규 채용하는데 낡은 병원에서 일하기 싫다는 말에 쇼크를 먹고 결정한 일이지. 최신식 인테리어 덕분인지 환자도 늘었어…." C원장의 말에는 씁쓸함이 짙게 배어났다.
개원가가 사상최악의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환자수는 급격히 감소한채 좀처럼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각종 정책으로 개원가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돌파구가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1차의료가 붕괴할 것이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차 의료의 위기는 의사인력의 과잉배출에 따른 과당경쟁도 한몫 거들고 있다. 메디칼타임즈(www.medigatenews.com)는 현장르포를 통해 개원가의 현주소를 3회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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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환자감소와 과당경쟁에 신음
<제2부>불황 부추기는 정부 정책
<제3부>과다한 투자, 빚에 쪼들리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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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감소와 저수가에 울고, 과당경쟁에 몸살을 앓고. 현재 개원가가 처한 상황이다.
또 환자가 많은 병원은 점심을 먹을 시간도 없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그렇지 못한 곳은 하루종일 썰렁한 양극화 현상도 뚜렷하다.
오전 내내 장대비가 쏟아졌던 지난 19일, 총신대역 사거리 주변 의원을 직접 확인한 결과 '유비무환'이란 의료계 신조어를 실감케 했다.
내과를 개원하고 있는 이근식(62세)원장도 유비무환의 한복판에 있었다. 서울시의사회 대의원총회 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1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것으로 오전 시간을 보냈다.
사당동에서만 27년째 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 원장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100명이 넘게 환자를 진료했지만 요즘은 40∼50명이 고작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원장은 "나는 그래도 은퇴할 날도 멀지 않았고, 작지만 내 건물을 갖고 있어 괜찮지만 요즘 새로 시작하는 후배들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1차 의료기관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를 정부의 보험재정안정화대책에서 찾고 있었다. "2000년 7월 진찰료와 처방료가 통합되고 나서부터 청구액이 절반으로 떨어졌어. 요새같으면 현대자동차 노조원이 부러워…."
환자의 머릿수로 병원을 경영해야 하는 저수가 정책은 특히 불만스러운 대목이라고 했다.
이때 이 원장과 같은 건물에서 안과를 개원하고 있는 박상홍(60세) 원장이 "모두가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며 거들고 나섰다.
"젊은 사람들 요즘 굉장한 투자를 해서 개원하고 있지만 빚더미만 안고 무너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200만원을 넘던 라식수술비가 요즘은 100만원대로 곤부박질했어. 노인정 등을 찾아다니며 무료로 백내장수술을 해주는 곳도 부쩍 늘었어. 판이 깨지고 있는거지."
그는 "하지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보니 욕할수도 없는 처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원장 등과 긴 얘기를 마치고 찾은 인근 소아과 의원은 환자 진료실은 텅 빈채 간호사들 두명이 한가롭게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원장님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자 "원장님이 지금 바쁘셔셔…."라며 취재를 허락하지 않았다. 인근의 몇몇 의원들도 기자의 취재를 허락하지 않았다.
텅빈 대기실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한 내과의원에서도 "할얘기 없다"며 등을 떠밀렸다.
몇몇 의원을 허탕친 후 간신히 취재 허락을 받은 S 내과의원에서 기자는 전혀 다른 풍경을 목격했다.
10∼20분만 기다리면 원장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몰려드는 환자들 덕분에 1시간을 넘게 기다려서야 간신히 번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8년간 D종합병원에 근무하며 개원준비를 착실히 해왔다는 H(40세)원장은 "하루평균 70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원자금으로만 8억원을 쏟아부었을 정도로 내부인테리어와 장비에 막대한 투자를 한 그는 "특화된 진료를 펼쳐 불황을 모른다"고 했다.
"태풍 매미로 경남지방이 쑫대밭이 됐다는 뉴스를 듣고 그 지역에 거주하는 환자에게 안부전화를 했어. 환자에게 감동을 주는거지. 우리병원은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몰려."
이 병원의 특징은 단순한 감기진료가 아닌 건강진단 환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H원장의 경우처럼 성공한 사례는 흔하지 않다. 어지간한 강심장이 아니면 수억원 빚을 낼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개원가의 경영난은 보험환자가 대부분인 내과계열에서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의 50% 이상이 수익구조상 마지노선이라고 하는 하로 50명 미만의 환자를 진료하며 존폐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서울 변두리나 외곽쪽 의원들은 대부분이 건물이 오래되고 낡은데다 환자들조차 강남에 있는 병의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안과, 성형외과 등은 특히 강남선호분위기가 뚜렷하다. 강남에 있는 의사들은 실력이 있다는 선입견이 심각하다.
하지만 강남지역에 몰려있는 안과, 성형외과 등은 제살깎아먹기식 과당경쟁에 신음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에서 교수로 일하다 2년전 안과 의원을 개원한 L(41세)원장은 "얼마전까지 2개층을 세내 병원을 운영했는데 최근에 1개층으로 몸집을 줄였다"고 말했다.
과당경쟁으로 라식수술비가 100만원대로 떨어져 수익성을 나빠졌는데 관리비용은 갈수록 늘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 안과 개원의들 전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얼마전까지 라식수술이 경기가 좋아 수억원씩 들인 대규모 개원이 붐을 이뤘는데,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버스까지 동원된 환자유치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양로원 등이 주요 타깃이다. 무료로 백내장 수술 등을 해주고 공단에 급여비만 청구해주는 방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비보험분야의 상도의에 `균열'을 주는 원동력은 안과와 성형외과들이다. S성형외과 L(45)원장은 "강남에서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외곽으로 빠진 개원가 수두룩하다"며 "그 사람들은 '덤핑'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이같은 과당경쟁이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대학에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병원에 취직을 꺼리는 풍토는 여전하고, 대부분의 전문의들이 개원가로 몰려들고 있어. 그런데 의대 입학정원은 줄어들 생각은 않고." L원장의 말이다.
강남에서 홍보대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K(35세)씨는 "대체로 강남 일원에 있는 개원의들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경영을 한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환자유치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다"라고 말했다.
"경쟁에서 이기면 살아남고, 밀리면 수억원의 빚을 안고 변두리로 쫒겨나는데 요즘 개원가의 신풍속도"라고 그는 말했다.
이처럼 일부 비보험 진료과들이 엄청난 위험부담을 무릎쓰고 대규모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 이유중 하나는 환자들 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요즘 환자들은 대학병원이 아니면 시설좋은 최신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을 뚜렷히 보인다.
강남에서 산부인과를 개원하고 있는 C(60세) 원장은 "얼마전 적지않은 돈을 들여 20년만에 병원 인테리어를 다시 했다"고 말했다.
"간호사를 신규 채용하는데 낡은 병원에서 일하기 싫다는 말에 쇼크를 먹고 결정한 일이지. 최신식 인테리어 덕분인지 환자도 늘었어…." C원장의 말에는 씁쓸함이 짙게 배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