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정보보호법 제정안'의 문제

안용항
발행날짜: 2006-11-23 06:41:35
  • 안용항(의료와 사회포럼 정책위원)

개인건강정보의 보호와 이용

‘건강정보보호 및 관리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의 핵심 내용은 개인건강정보의 ‘보호’와 ‘이용’이다. 개인건강정보의 공유를 통한 이용이 늘어나면 당연히 보호는 점점 힘들어진다. 반대로 보호가 중심이 된다면 개인건강정보의 공유를 통한 이용이 억제되기 마련이다. 이 법은 서로 상반된 내용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현실은 ‘보호’와 ‘이용’ 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가의 결정을 해야 한다. 둘 다 잘 할 수 있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할 것이다.

개인건강정보의 보호와 이용 중 어디에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려면 현재 사회모습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즉 사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다. 어떤 사람이 동영상을 올리면 검색 창을 통하여 쉽게 검색 된다. 각자의 이름을 검색창에서 검색하면 조그마한 리플까지 발견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인터넷의 사용에서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도 한정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터넷은 이미 국가를 넘어선 국경없는 세계인들의 정보교환 창구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정보의 차단에 전력을 다해야지 정보의 수집과 공유에 전력을 다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정보의 수집과 공유는 인터넷 시장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될 것이 때문이다. 개인건강정보도 마찬가지이다. 개인건강정보발생기관 뿐만 아니라 개인건강정보취급기관들(심평원, 공단 등)도 더 많은 개인건강정보를 확보하기위한 노력이 필연적으로 생기는 반면에 개인건강정보의 보호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 시대 정부의 역할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보의 수집과 공유’가 아니라 ‘정보의 보호’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개인건강정보의 보호

보호는 개인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1)자기 보호가 있을 것이고 2)정부가 가부장적 입장에서(paternalism) 개인을 보호해주는 2가지로 구분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기 보호’란 환자가 개인건강정보의 공유에 동의를 하는 과정에서 ‘환자 스스로의 판단에 의한 보호’를 말할 것이고 가부장적 보호란 정부가 개인의 의사를 무시한 강제적 성격의 보호를 말할 것이다. 둘 다 어느 정도 필요함이 분명하지만 그 한계도 있다. 이러한 각각 보호의 필요성과 한계를 생각해보면 개인건강정보 보호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1)자기 보호(환자의 동의)
개인건강정보를 처리할 때 환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도덕적인 차원에서 이미 충분히 규명되었다. 의료기관은 환자의 동의 없이 진료기록을 타인에게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진료기록은 의료기관이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환자의 소유권도 인정해야 하는 정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의 동의를 통한 환자의 자기보호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즉 환자가 개인의 질병정보를 타인에게 넘기고자할 때는 가)질병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나)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숙고된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자신의 질병에 대한 지식이 부족할 경우 동의라는 행위가 자신의 보호 행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동의 행위로 바뀔 수가 있을 것이다. 또 질병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된 상태라고 하더라도 질병 정보를 넘기는 행위가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면 그것 역시 동의가 자기 보호가 아니라 해를 끼치는 행위가 될 것이다. 따라서 가)질병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나)정보제공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숙고할 수 있어야 환자의 동의가 자기 보호가 되는 것이다.

가) 환자는 자신의 질병을 충분히 알 수 있는가?
수 십년의 경력을 가진 뛰어난 의료인이라 해도 질병을 발견하지 못하고 오진하는 경우는 너무나 흔하다. 이것은 의학이 한계가 있고 인간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표현해준다. 이런 상황을 생각한다면 환자가 질병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은 더욱더 명백하다. 실재로 노인환자들과 질병에 대해서 설명을 할 경우에 대부분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음을 경험한다. 설명을 할 당시에는 이해한 듯 보이지만 다음날 확인해보면 질병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의학이라는 전문지식은 뛰어난 이해력을 가진 사람들이라 해도 생소한 분야여서 알기가 어렵고 인터넷이나 방송, 신문을 통한 질병의 대한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질병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이 엉뚱한 나쁜 결과를 초래한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결론적으로 환자는 자신의 질병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나) 자신의 질병정보 제공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
이 경우는 보험회사의 예를 들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보험회사는 질병보험과 관련하여 보험금을 지급하려고 할 때 자신이 많이 다니는 병의원의 치료 자료를 가져오라고 피보험자에게 요구한다. 보험회사는 피보험자(환자)를 보호하기위한 요구가 아니라 보험금 지급을 줄이기 위한 요구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환자는 보험회사에 제공하는 질병정보가 자신에게 해가되는지를 모르고 있다. 이것 또한 흔히 보이는 현실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환자가 자신의 질병정보를 과대 포장하여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서 의사를 협박하거나 진료를 못할 정도로 졸어거나 심지어 의사와 공모하기도 한다.

2)paternalism에 입각한 정부의 보호
이번 법률의 내용을 보면 정부의 부권주의적 개인건강정보 보호의 모습이 보인다. 즉 정보의 관리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한 건강정보보호진흥원장이 업무를 통할하는 건강정보보호진흥원에서 하게 된다는 것이다. 건강정보에 대한 다양한 분야를 정부에서 직접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좀 더 커진 정부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paternalism의 한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paternalism의 확대는 개인 자유의 박탈로 이어진다. 정부가 모든 정보를 독점하면 개인은 정부의 커다란 통제 아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정부가 정보를 다룰 때 공공성을 강조한다고해도 인간이 정보를 다루는 한 정보의 독점이라는 간과할 수 없는 커다란 문제점이 나타나는 것을 역사가 증명한다. 개인건강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일종의 지식권력인 셈이다.

민주주의라는 정신을 실현시키려면 권력의 분산은 필수적인 것이다. 따라서 paternalism에 입각한 정부의 개인건강정보 집중은 권력의 집중문제를 점차로 들어 낼 수도 있다. 아무리 온정적 paternalism을 주장한다고 해도 정보의 집중은 위험한 것이다.

정보가 집중되면 법으로 통제를 한다고 해도 정보이용의 욕구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건강기록생성기관이나 건강기록취급기관 모두가 집중된 정보를 이용하고자하는 욕구가 높아가므로 범죄 유발가능성이 높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바람직한 paternalism은 최소한의 모습으로 나타나야한다.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꼭 필요한 개인건강정보의 표준, 인력 교육, 훈련 지원 등은 건강정보보호진흥원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론

정보가 넘치는 인터넷사회에서 정부의 역할은 건강정보의 생성이나 공유 보다는 건강정보의 보호에 힘을 모으는 것이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방향일 것이다. 따라서 ‘환자의 동의’라는 불완전한 보호 장치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개인의 책임인 ‘환자의 동의’가 최대한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정부가 하겠다는 무모한 paternalism에서 벗어나 환자의 자율성을 최대로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paternalism의 방향에서 이 법은 수정되어야 한다. 정부가 개인의 모든 건강정보를 쥐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고 건강기록생성기관이나 건강기록취급기관이 범죄를 유발할만한 유혹의 근원 자체를 차단시켜야 할 것이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정보의 유용성을 높이는 것은 시장에 맞기면 되고 정부의 역할은 정보의 남용을 막기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정보보호진흥원은 아무 필요가 없는 기구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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