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장 떼고 논쟁하자"

장종원
발행날짜: 2006-12-07 06:30:02
백혈병 환자를 울리게 했던 고액의 치료비가 일종의 폭로라는 조금은 과격한 방식으로 세상밖으로 나왔다. 먼저 모 방송국의 시사프로그램 예고가 시작이었고, 이어 환자단체의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해당병원이 이를 강하게 부인하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실명까지 거론된 마당에 가만히 있으면 '부도덕'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질 판이니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과거의 소극적인 자세와 비교하면 상당히 적극적이다.

환자단체와 병원의 충돌이 워낙 강하다보니 '복지부동'이 특기인 정부도 가만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표적이 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입장을 내놓기 위해 장시간의 회의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정부가 마련해놓은 진료비확인요청제도를 통해 수천만원의 치료비를 환불받은 환자가, 눈이 뒤집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급여가 됨에도 환자가 민원을 제기하지 않으면, 모두 비급여로 처리되니, '돈'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현실인 한국사회에서 이는 정말 분통터지는 일이다.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해 현 요양급여기준으로는 혈액질환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하기 어렵다는 병원의 주장 역시 충분히 일리가 있다. 건강보험의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해가야 하는 정부의 입장 역시 이해안되는 바 아니다.

백혈병을 비롯한 중증환자에게 부과되는 막대한 진료비는 아주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였음에도 일부에서는 동정의 대상으로, 한편으론 사회적 당위성 측면에서만 부각됐지 제대로된 논쟁이나 결론은없었다. 비급여, 선택진료, 상급병실료 등 진지하게 종합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사안들은 늘 묻혔다.

환자들이 다소 과격한 방식으로 호소했지만, 이것이 단순히 대립각만을 세우기 위함은 아닐 것이다. 서로 비난하고 공격하는 방식으로만 이 문제만 끝난다면 정말 '환자와 의사의 신뢰관계'를 깨는 일만 한 것일 수도 있다.

이제 사회적인 해법을 찾는 각 주체들의 노력이 진행되어야 할 때다.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기 위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직 복지부 장관의 말인 "계급장 떼고 논쟁하자"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건의료영역에서 이뤄지길 기대한다.

오피니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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