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백혈병 환자 생명에 관심 있나

안용항
발행날짜: 2006-12-08 13:33:45
백혈병환우회가 밝힌 진료비 불법과다징수와 관련하여 여의도성모병원은 진료비 삭감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심평원의 급여기준의 불합리성을 비난했다. 국가 기관인 ‘심평원의 판단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백혈병환우회’는 여의도성모병원을 비난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심평원의 기준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는 이들의 판단은 합리적인 것이 아니다.

‘어떤 것이 옳은가?’의 문제에서는 ‘판단기준의 정확성’이 매우 중요하다. 질병치료의 판단기준이 ‘심평원의 임의적 판단기준’이 되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최신 의학지식에 기준’을 두어야 할 것인지 판단을 해야 한다. 만약 심평원이 최신의학지식에 판단기준을 두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최신의학지식과 관련 없는 ‘심평원 자체기준’을 바탕으로 진료비 삭감을 결정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본인은 심평원이 최신의학지식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심평원은 복지부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된 의지로 운영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료비 삭감을 통한 의료비용 절감이 심평원의 사명으로 판단하게 되는 한 심평원의 위치는 최신의학지식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복지부의 눈치 보기가 더 우선이기 때문이다.

복지부도 환자에 관심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환자 생명의 위급함을 느끼는 사람은 환자와 그 가족이 가장 우선이고 그 다음은 치료하는 의사가 느낄 것이다. 복지부는 환자의 생명보다는 자신들의 주변에 가해오는 정치적 압박이 우선으로 느껴질 것이다. 즉 의료비 삭감에 목표를 두어서 전체의료비의 증가를 막음으로 자신들에게 솟아지는 비난을 피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따라서 생명 문제는 곁에 있는 친구의 생명처럼 생각되는 것이 아니라 저 멀리 있는 구름 정도의 느낌일 것이다.

건강보험공단도 마찬가지이다. 환자들의 입장을 대변해야할 그들이 무슨 조치를 하였나? 심평원의 판단기준의 불합리성을 언급하지 않고 오직 의사들과의 대결에만 신경을 쓴 결과 공단의 기본적 목적인 가입자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긴 마찬가지이다.

이제야 심평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실과 동떨어진’ 심사기준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이 작업을 3년 전부터 해왔다는 말을 덧붙였다. 왜 3년이나 걸렸을까? 누구의 눈치를 보길래 3년이나 지난 지금 아직도 작업을 진행 하고 있을 까?

또 심평원은 “백혈병환자에게 사용되는 약제에 대해 여의도성모나 다른 병원이 실제 이의를 제기했었는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병원에서 이의 제기를 하지 않으면 자신들은 책임이 없는 것처럼 말한다. 심평원은 의료계의 이의제기 없이는 스스로 판단한 능력도 없는 기관인가? 그런 전문적 능력도 없는 상황에서 의사들의 치료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의 제기가 없다고 하더라도 먼저 판단기준을 정비해야 마땅하다. 심평원을 향한 학술적 이의 제기가 ‘감정적 보복’으로 이어진다는 의구심을 많은 의사들이 가지고 있다. 심평원의 판단기준이 올바르게 되기 위해서는 심평원의 전문성을 높여야하고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보복부의 입김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판단기준을 밀실에서 결정할 것이 아니고 공개적으로 결정해야한다. 그리고 심평원의 판단기준을 ‘공개’해야 한다.

백혈병환우회에 하고 싶은 말은 ‘심평원의 전문성과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는 한 여의도성모병원을 향한 비난은 지금 당장의 금전적 도움을 줄지는 모르지만 결국엔 환자의 피해로 결론 날 것이다. 눈앞의 분노에만 매달리지 말고 숨겨진 근본 문제들을 살펴보기를 간절히 바란다. 보복부, 공단, 심평원, 병원, 의사 중 누가 환자를 더 잘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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