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기준, 이대로 둘 건가

고신정
발행날짜: 2007-12-10 07:20:59
"20년째 같은 항목이 그대로 삭감되고 있다. 매번 삭감을 당하다보니 요양기관에서 이의신청조차 하지 않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열린 '건강보험 권리구제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개선방안' 포럼에서 의료계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구시대적인 심사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바는, 심사기준이 현실과 동 떨어져 있다는 것. 심평원의 심사기준이 장비와 의학의 발전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 전철수 보험부회장은 "현재의 심사기준은 과거를 가지고 현실을 살라고 한다"면서 "경직된 심사기준, 급여기준이 환자와 의료인간의 대립과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자면 20년이 넘도록 동일 항목으로 삭감당하는 사례도 있다. 수혈전 시행되는 C형 간염검사가 그 대표적인 예.

간협 박인선 보험심사간호사회장은 "매번 삭감을 당하다보니 이 항목에 대해서는 요양기관에서 이의신청조차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실제 심사를 담당하는 심평원도 일부 심사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인식을 같이 한다. 심평원 관계자는 "현 심사기준이 급여기준을 근거로 하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은 문제"라고 털어놨다.

결국 요양기관도 심평원도 현재의 심사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쉽사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심사기준과 급여기준의 중요성은 새삼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양 주체가 문제점을 알면서도,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는 점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양 기준의 문제는 그 전문성을 고려할 때, 양자 모두의 노력이 합치되었을 때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말 해도 고쳐지지 않으니까…" "쉽지 않은 문제이니까…"라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이제라도 양 주체가 제도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대화에 임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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