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발행날짜: 2008-06-23 07:09:24
최근 서울의 한 수련병원에서 비 교육적인 수련환경을 견디다 못한 인턴들이 탄원과 파업 등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열악한 인턴 수련실태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선배 의사들의 시각은 둘로 나뉘어 졌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런 행위가 반복되고 있는 것에 대해 개탄하는 선배들이 있는가 하면, 이정도의 일에 집단행동을 하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는 의사들도 있었다.

물론 격세지감을 이야기하는 의사들의 의견도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아니다. 틈만 나면 두둘겨 맞기 일수였던 과거에 비해서는 점점 나아지고 있는데 그정도도 참지 못하면서 어떻게 의사일을 하느냐는 그들을 마냥 비난하기는 힘든 것이 의료계 현실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뒤돌아가서 다시 생각해보아도 그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는 힘든 부분이다. 수련의라는 이름으로 실제 의료기관의 업무와 역할을 배우기 위해 병원에 들어온 그들이 욕을 먹고 맞아가며, 허르렛일을 해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그저 선배들도 그렇게 했는데 왜 너희들만 유난이냐 라고 말하는 것을 인정하기에도 타당성이 떨어지는 것이 분명하다. 더욱이 나도 맞았으니 너희도 맞아야 되지 않겠냐는 보복심리는 그 어떤 주장을 갖다놓더라도 설득력을 갖기 힘든 부분이다.

물론 인턴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이러한 보복심리때문은 아닐 것이다. 열악한 병원 경영실태 등 의료계의 현실들이 인턴들을 그러한 사각지대로 몰아넣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턴을 잡부로 취급하며 비 교육적인 행위를 서슴치 않는 그 인식이 바뀌지 않고서는 그 어떤것도 개선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제도를 개선해봐야 대다수 선배 의사들의 머리속에 그러한 인식들이 가득차 있는 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병협 등의 특단의 조치가 아니다. 인턴을 의사로 생각하고 후배로 여겨주는 선배 의사들의, 특히 수련을 담당하는 선배들의 인식 전환만이 현재 일그러진 수련문화를 개혁할 수 있다.

세상은 눈부시게 변화하고 있는데 왜 군대식 수련문화는 바뀌어선 안된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모여 의료계 발전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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