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바티스의 B형간염치료제 '세비보(텔미부딘)'가 급여목록 진입에 또 실패했다. 전문의들은 세비보의 급여신청 기각에 대해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결정이라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세비보는 지난 2006년 식약청 허가를 받았지만 2007년 급여목록 진입에 실패하자 재심사를 제기, 2년만에 다시 심사대에 올랐지만 가격대비 효과가 높은 품목막 건강보험 대상 품목으로 지정하는 포지티브시스템의 덫에 걸려 또 좌절했다.

심평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19일 회의를 열고 세비보의 급여신청을 기각했다. 세비보가 바라크루드에 비해 내성률이 높아 비용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게 이유다.

현재 노바티스는 세비보의 보험약값을 제픽스 100mg(3323원) 보다는 비싸지만 레보비르600mg과 바라크루드 0.5mg(6646원)보다는 싼 가격으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티스는 제픽스를 비교대상으로 삼았지만 급평위는 '잘나가는' 바라크루드와 세비보를 비교한 셈이다. 또한 노바티스는 세비보가 유일하게 임신부에게 투여할 수 있는 약제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급평위는 해외에서 제픽스를 사용한 사례가 있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노바티스가 세비보의 보험약가를 제픽스 수준으로 낮추거나 임산부에 대한 혜택을 체계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는 한 급여권 진입은 어렵다는 게 제약계 주변의 관측이다.

임상현장의 전문의는 급평위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과 A교수는 "텔미부딘은 오래전 미국에서 허가를 받아 사용 중이고, 일부 간염치료지침에는 라미부딘보다 바이러스 증식 억제 능력이 좋고 내성도 덜 생기는 것으로 나와 있다"며 "다른 약은 다 허가해줬는데 텔미부딘만 인정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텔미부딘이 유일하게 임산부에게 투여할 수 있는 약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분명히 쓰임새가 있는 약"이라고 말했다.

한편 급평위는 이날 심의에서 노바티스의 황반변성 치료제 '루벤티스' 보령제약 소화성궤양용제 '스토가정10mg', 안국약품 진해거담제 '애니코크캡슐300mg'에 대해 급여 판정하고 LG생명과학 성장호르몬 '유트로핀플러스'는 급여 권고 약제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