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③건보재정 뿐 아니라 병·의원 재정압박
|창간7주년기획| 의약분업 10년, 무엇이 바뀌었나개원의들에게 의약분업은 정부의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됐다.
의약분업 시행 10년. 개원시장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당장 의약분업 이후 개원 패러다임이 바뀌었고 곧 이어 의료기관과 약국의 개원입지에 변화가 찾아왔다. 자연스럽게 의약사간의 관계도 크게 달라졌다. 메디칼타임즈는 의약분업 시행으로 개원시장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의·약·정 각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의약분업, 병원-약국간 거리를 좁혔다
(2) 의약분업, 의·약사 관계 변화시켰다
(3) 개원의가 말하는 의약분업 10년
메디칼타임즈가 의약분업 10년을 맞아 개원의 3명을 대상으로 '실제 개원의들이 느끼는 변화는 어떤 것이 있는 지'에 대해 심층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모두 "준비 안 된 의약분업은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의약분업 시행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위기는 심각해졌고, 정부는 의사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을 끊임없이 내놓기 시작했다는 게 인터뷰에 응했던 개원의들의 공통된 얘기였다.
특히 개원의들을 더욱 힘들 게 하는 것은 이렇게 시작된 악순환의 고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제도시행 1년 만에 건보 재정파탄 초래”
이비인후과개원의사회 홍성수 회장은 "정부는 준비 안 된 의약분업을 강행함으로써 제도시행 1년 만에 전체 의료비 폭증으로 재정파단을 초래했다"며 "재원확보를 감당하지 못한 정부는 10년 동안 의사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비인후과는 의약분업 이후 정부가 제시한 재정안정화 대책으로 차등수가제라는 굴레에 갇히면서 이비인후과 개원들의 불만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 회장은 지난 92년도 개원, 원내조제와 의약분업을 모두 경험한 세대.
그는 "분업 이전에 저수가 시장에서 약가 마진, 외부 업체의 협찬 등으로 일정부분 병원경영에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저수가 정책의 반대급부로 이뤄진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의약분업 첫해를 제외하고 수가협상에서 물가 인상률이 반영된 적이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며 ”필수 진료과가 순차적으로 초토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홍 회장은 약사들의 불법진료, 임의조제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의약분업 이전과 대비할 때 많이 줄어들었지만 환자들과 상담을 해보면 약사들의 불법 진료, 임의조제가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일본의 예처럼 국민들에게 처방-조제선택권을 인정했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라며 선택분업 미시행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의약분업, 개원의 재정압박 심화“
개원내과의사회 신창록 보험부회장은 의약분업 도입 이후의 가장 큰 변화로 경제적인 압박을 꼽았다.
그는 "의약분업 직후, 정부는 조제비에 대해 수가를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며 "제도시행 1년 만에 처방전료 없애면서 개원의들의 목을 죄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내과는 약 처방이 많은 진료과인 만큼 원내조제 건수가 많았던 개원의는 경제적인 부분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신 보험부회장은 의약사간의 관계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의약분업 이전에는 의약사간에 서로 교류를 할 시간도 이유도 없었지만 최근에는 수시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긴밀한 관계가 됐다"며 "처음에 형성된 적대관계가 정부 정책이 발표된 때마다 되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처방전을 들고 오가면서 의약사간에 거리가 가까워졌지만 내부적으로는 정책에 대해 맞지 않는 부분이 발생하면 서로 감시체제에 들어간다"며 "실제로 의약분업 초기에는 의사는 약사를, 약사는 의사에게 서로 고발하는 사례가 상당수였다"고 덧붙였다.
또 심 보험부회장은 의약분업 대안을 제시했다. 기관분업에서 오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선택분업 혹은 직능분업으로 수정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정부는 약가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인 의약분업을 중단하지 않은 채, 의사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은 문제"라며 "기관분업 이외 다른 대안이 요구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환자불편 초래...의약분업 이전으로 되돌리자 ”
소아청소년과 또한 의약분업 이후 상당한 타격을 본 진료과목 중 하나. 대한소아청소년과개원의사회 김미화 공보이사 또한 의약분업 10년을 '실패'로 평가절하했다. 개원의로서 현장에서 느낀 의약분업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욱 많다는 것이다.
그는 "물론 환자의 처방전에 보다 더욱 집중할 수 있어 의사의 역할이 조금 수월해지고 전문적으로 변하는 등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그보다 문제점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그 문제점들로 우선 정부는 재정 적자에 직면했고, 환자는 약을 얻기까지 시간적 소비가 많아진데다 의사들은 약을 제대로 처방받는지 알 수 없는 피해가 있다는 것. 즉 누구도 의약분업을 통해 이점을 얻은 게 없다고 평했다.
환자는 약을 처방받기까지 불편을 감수하고 있지만, 그 불편을 통해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도 아니라고 일갈했다.
그 이유로 환자에게 처방해준 약이 그대로 처방되지 않고 대체조제 되거나 복용, 처방법도 바뀌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는 것. 단적인 예로 병원 바로 앞에 있는 '문전 약국'에서조차 대체조제 후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의약분업의 실태를 전했다.
김 공보이사는 "의약분업은 재평가가 반드시 필요하고 재평가에 따라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의약분업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최선이라 생각한다"며 의약분업 이전으로 돌아갈 것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