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키우고 있다"

발행날짜: 2013-09-13 06:30:17
  • 불법 알면서 '유디치과법' 방치…"뒤통수 친 게 한두번이냐"

|진단| 의료법인도 피해갈 수 없는 유디치과법

유디치과법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지만 뒤늦게 법인 의료기관까지 적용된다는 소식에 중소병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1의사 1의료기관 개설법의 쟁점과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상> 애매 모호한 유디치과법 중소병원들 갈팡지팡
<하> 혼란만 가중되는 '1의사 1의료기관 개소법'
# 의료기관 2곳을 운영 중인 A의료법인 이사장은 얼마 전 #'유디치과법'에 대해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자신의 사례가 의료법에 위반되는 지 여부를 확인받기 위해서다.

# B의료법인 이사장은 의료전문 법무법인을 찾아가 병원 운영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는지 자문을 구했다. 법인 병원 2곳과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운영을 맡고 있는 게 문제가 되는 게 아닌지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의사출신의 법인 의료기관 이사장들이 병원 경영권과 관련해 법적 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하다.

1의사 1의료기관 개소법이 시행된 지 1년이 흐른 최근에서야 사실을 확인하게 되면서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유디치과법 시행 이후 의료기관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복지부는 기준을 제시하거나 이에 대한 홍보를 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복지부의 안이한 대처에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사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위 사례의 A의료법인 이사장은 "지금은 잠잠하지만 병원을 2개 이상 경영하는 의사들은 #잠재적 범법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복지부가 의료법 개정 관련 설명회를 마련하는 등 홍보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중소병원장은 "생각보다 많은 법인 이사장이 여러 개의 병원을 운영하고 있어 정부가 점검에 나서면 파장이 굉장히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법인 여러 곳을 운영하는 의사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데 복지부가 이렇게 손 놓고 있어도 되는 것이냐"면서 "결국 모든 책임은 해당 의사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드라마 <굿닥터> 중 한장면.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이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잠재적 범법자'가 돼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정부에서도 신경쓰고 있지 않아 괜찮다고 해도 언제 어떻게 이슈로 부각돼 의료법 위반으로 불이익을 당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중소병원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복지부의 행보를 지켜볼 때 수십년간 문제가 안되던 의료행위가 돌연 의료법 위반이라며 행정처분 등 병원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면서 "이 또한 안심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했다.

산부인과에서 논란이 됐던 요실금 치료재료 부당청구에 따른 환수 사태와 비자극검사(NST) 환수 사태만 보더라도 수년간 문제가 없던 것이 돌연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해당 병원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처럼 의사들의 불안감은 커져가지만 복지부는 '#1의사 1의료기관 개설 제한'과 관련해 설명회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내놓지 않았다.

의료기관별로 병원 운영 형태가 다양해 각각 유권해석을 받을 것을 권하고 있는 게 전부다.

정부도 이와 관련한 정보가 없고 의료법 위반 여부를 밝혀내는 것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당분간 문제가 될 일은 없으니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 게 복지부 측의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보건의료 질서 유지를 위해 개선해야 할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증거를 밝혀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민감하게 반응할 일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곧 이어 "지금까지 법인 의료기관들은 의사 1명이 여러 곳을 운영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로 생각했지만 법이 바뀐 만큼 주의해야한다"면서 "2개 이상 의료기관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경영권을 갖는 것은 안된다"고 덧붙였다.
애매 모호한 '유디치과법' Q&A
다음은 복지부 담당 사무관과의 전화 인터뷰 내용 중 일부이다.

Q: 유디치과법과 관련해 복지부가 불시에 의료법 위반 여부에 대해 점검에 나서 행정처분을 받는 게 아닌가 불안감이 높다.

A: 글쎄, 의료기관이 워낙 다수이고 결정적으로 증거를 잡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기획조사 등이 어렵다. 해당 의료기관에서 내부고발을 하는 게 아닌 이상 복지부 또한 관련 증거자료를 갖고 있는 게 아니고 의료기관 사례별로 운영 형태도 워낙 다양해 행정처분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본다.

Q: 1의사 1의료기관 개설을 골자로 한 의료법이 개정된 지 1년 8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홍보가 부족한데 설명회를 마련할 예정은 없나.

A: 예정에 없다. 여전히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에 대한 정의가 모호한 상태다. 법 개정안에서도 이에 대한 정의가 없고, 네트워크로 운영하는 병원의 형태 및 종류도 워낙 다양해 판단이 어렵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설명회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Q: 복지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줬으면 하는 의료진들이 많던데.

A: 그런가. 하지만 사실 최종권한은 없지 않은가. 사법기관에서 정하기 전에 명확한 것은 없다. 또 사법권한이 없기 때문에 기준을 제시하는 것도 어렵다. 결과적으로 사법부에서 '개설 및 운영'에 대한 기준을 내놓기 전에는 다소 명확히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

Q: '법인' 의료기관은 비영리기관으로 의원급 의료기관과는 달리 적용해야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많던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A: 물론 일부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법인 및 네트워크 의료기관 운영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등 효율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일부 네트워크 의료기관이 진료표준화를 통해 의료의 질을 높인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일각에서 과잉진료 등 부작용이 드러났고 이를 막으려다 보니 이 같은 법이 나온 것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한다.

Q: 그래서 일각에선 '빈대 잡자고 초가산간 태운다'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A: 알고있다. 하지만 1의사 2곳 이상의 의료기관에 대해 경영권을 인정하다보면 결국 병원에 외부자본 유입이 용이해질 수 있고, 이는 곧 영리병원을 허용해주는 꼴이 될 수 있다. 현재 영리병원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1의사 1의료기관 개설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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