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칸막이 등장…독서실 방불케한 '방역 학회'

발행날짜: 2020-07-04 11:27:06
  •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 코로나 방역 준수 눈길
    전신소독기·열화상카메라·원거리 논의까지 총 망라

입구부터 헤맸다. 모든 게이트로 출입이 가능하던 예전의 심혈관통합학술대회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입구는 단 하나. 방역을 위해 출구도 한 곳으로 통일됐다. 입구를 찾았다면 QR 코드를 찍고 문진표를 작성해야 한다. 이제 출입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을 뿐이다.

3일 경주하이코에서 개최된 2020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아이디어가 총 동원됐다. 전신소독 분사기부터 열화상 카메라, 세션장 출입마다 발열 체크 및 진행요원의 적극적인 개입까지 과거 학회장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학회장 입구에 설치된 전신소독기
학회는 당초 4월 개최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지금에서야 빗장을 풀었다.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대응 지침'을 마련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의례적인 절차로만 생각했다.

과연 얼마나 바뀌었을까? 혹시나 하는 생각은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이 정도면 완벽하진 않아도 '방역의 표준'으로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출입구로 지정된 게이트1에서부터 몇몇 사람들이 허둥지둥댔다. 사전에 문진표를 제출하지 못한 사람들은 QR 코드를 찍어 모바일로 문진표를 제출해야 한다.

이후 엑스레이 통과대처럼 생긴 전신소독기를 통과했다. 문을 통과할 때 센서가 출입을 인식, 고압의 소독증기를 내뿜는다. 칙- 하는 큰 소리와 함께 하얀 증기가 나올 때마다 사람들이 깜짝 깜짝 놀랐다. 학회장에서 처음 접하는 광경이기 때문이다.

절차는 생각보다 깐깐했다. 일정 간격을 두고 입장해 열화상 카메라로 앞으로 향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체온이 대형 모니터 앞에 바로 표시됐다. 37도 이상일 때는 경보음이 난다.

안내요원의 지시에 따라 방명록을 작성하고 프레스 등록을 마쳤다. KF94 등급의 마스크와 전면 고글 형태의 위생 마스크가 지급됐다.

세션룸은 크게 1층과 2층으로 나뉘는데 각 룸에는 별도의 방역안전요원이 대기중이었다. 세션룸에 들어가기 위해 비접촉 체온계로 체온 측정을 한번 더 거쳤다. 정상 체온으로 나오자 진행요원이 네임태그에 스티커를 붙여줬다. 각 세션룸은 각기 다른 색상의 스티커를 준비해, 다른 룸에서 체온 검사를 거쳤는지 알기 쉽게 했다.

이동 경로에도 세심한 규정이 뒤따랐다. 학회 퇴장 장소는 5번 게이트로 한정됐다. 출입한 1번으로 다시 나갈 수는 없다. 출입구 근처에만 가도 운영요원들의 제지가 시작됐다.

학회장도 기존과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출입이 잦은 전시장 입구에도 열화상 카메라가 배치돼 있었고 방역 마스크 위에 투명 전면 마스크를 착용한 진행요원들 역시 행사장에 촘촘히 배치돼 있다.

사람이 직접 만들어 제공하는 간이 카페테리아는 폐쇄된 반면, 생수와 음료, 커피는 모두 낱개 포장된 것이 특정 장소에 비치되는 구조로 바뀌었다.

2월 진행된 일부 학회들의 방역 수준이 임기응변에 가까웠다면 이번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는 깐깐했다.

이미 코로나 방역 대응 지침을 마련 ▲학회장 도면 및 입장 관리 체계 ▲학회장 주변 환경 관리 ▲학회 진행 요원 관리 ▲회원 참석자 예방 수칙 및 학회 운영 ▲전시업체 직원 관리 및 운영까지 디테일한 규정을 명문화해 둔 덕분이다.

열화상카메라
학회 강연장에서도 디테일한 방역 규정은 그대로 적용됐다. 테이블 당 착석 좌석은 하나로 제한했다. 지그재그 구조로 좌석을 배치한 까닭에 세션룸의 최대 허용 인원은 불과 50명에 그쳤다. 인기 있는 강좌에는 뒷 자리에 의자가 추가로 배치하긴 했지만 10개 이상은 금지됐다. 나머지 인원들은 서서 듣거나 발길을 돌려야 했다.

강연이 끝날 때마다 마이크 커버의 교체 및 소독이 이뤄졌고, 디스커션 시간에는 참여자들이 투명 칸막이로 나뉘어진 테이블에서 '원거리' 논의를 이어갔다. 좌장과 진행을 맡은 인사들도 칸막이에 가로 막혔다.

국내 방한이 어려운 해외 연자는 프리젠테이션에 음성을 곁들인 강연을 진행했다. 역시 기존의 학회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다.

식사와 강연이 함께 진행되는 런천심포지엄 방식도 바뀌었다. 지급된 쿠폰을 받아 정해진 식사장소에서 식사를 진행하는 구조. 해당 장소는 테이블당 한명만 앉게 해 흡사 독서실을 연상케했다. 음식물이나 비말이 튀는 것을 방지했기 위해 전면에 투명 칸막이를 설치해 놓은 것도 방역 지침 준수의 일환이다.

4일에는 긴급 문자 알림을 통해 "학회장에 계신 모든 참가자들은 학회장 내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벗지 말고 올바르게 참여해 달라"는 내용을 전달하기도 했다.

평가는 어떨까. 강석민 심장학회 총무이사는 "원래 약 500명의 참석 규모를 생각했는데 첫날에만 900명이 몰려들었다"며 "위기 상황 발생시에 대비한 응급 대비 시뮬레이션을 할 정도로 방역 대책에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미리 방역 대책을 고지해 깐깐한 절차들을 처음 접한 참석자들도 잘 따라와 줬다"며 "일부 학회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규정 마련 및 실제 운영에서 나름 성공적이지 않았나 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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