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전담의제 초기부터 삐걱…수가청구 방식 놓고 '마찰'

이창진
발행날짜: 2021-02-24 05:45:56
  • 평일·주말 8시간, 7일 근무 원칙 적용…입원전담의들 "우리가 로봇인가"
    휴가 시 대진의 없으면 수가 불인정 "주말·휴일 5시간 근무로 완화해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시행 초기 수가청구 원칙과 의료현장 사이 괴리감으로 삐걱거리고 있다.

23일 메디칼타임즈 취재결과, 입원전담전문의 본사업 시행 이후 신설된 수가 청구 방식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입원전담전문의들 그리고 운영 병원 간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시행된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수가청구 엄격 적용으로 의료현장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지방 수가가산을 삭제한 '입원환자 전담전문의 관리료' 신설을 의결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입원전담전문의 관리료 수가는 의사 배치 수준에 따라 ▲주 5일형(주간) 25명 이하, 환자 당 정규수가 1만 5750원 ▲주 7일형(주간) 17명 이하, 환자 당 정규수가 2만 3390원 ▲주 7일형(24시간) 10명 이하, 환자 당 정규수가 4만 4990원 등 3개 모형으로 구분했다.

수가 청구와 의료현장 괴리감은 주간 수가모형에서 발생했다.

주5일형(주간)은 입원전담전문의 최소 1명으로, 주7일형(주간)은 입원전담전문의 최소 3명으로 수가를 청구할 수 있다.

일례로, 입원전담의 1명으로 주5일형(주간)을 운영하는 A 병원은 지난 설 연휴 기간 입원전담의 휴가를 위해 대진의를 모집 했으나 결국 구하지 못했다.

해당 병원은 설 연휴 기간 동안 대진의를 구하지 못한 사실을 심사평가원에 알리고 관리료 수가 청구를 문의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청구 불가'이다.

입원전담전문의 3명으로 주7일형(주간)운영 중인 B 병원도 유사한 사례가 이어졌다.

휴일과 주말 근무 시 휴가자 발생으로 동료 입원전담전문의가 5시간 근무했지만, 심사평가원 답변은 '수가 불인정'이다.

평일과 주말(휴일 포함) 주간 8시간 이상, 1주간 7일 동안 입원전담전문의를 배치해야 주7일형(주간) 관리료 수가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게 복지부 입장이다.

입원전담전문의들은 이미 이 같은 문제 발생을 예상하고 개선을 요구했었다.

내과학회 입원의학연구회는 "주말이나 휴일은 가능한 검사나 시술이 적기 때문에 전공의들도 단축 근무 내지 당직 근무를 하고 있다. 간호 인력도 대부분 휴일에는 평일에 비해 적은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면서 "평일 8시간 이상, 주말과 휴일 5시간 이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복지부에 건의했다.

입원전담전문의 관리료 3가지 수가 모형.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연구회 역시 "주5일형(주간)은 공휴일 휴무가 가능함을 명시하고, 주7일형(주간)의 경우, 법정 공휴일 휴무를 명시하거나 공휴일과 주말의 경우 전담의 배치 시간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탄력적인 수가 적용을 주문했다.

해당 병원은 수가 불이익 발생 책임을 입원전담전문의들에게 떠넘기는 형국이다.

수도권 병원의 입원전담전문의 교수는 "원칙에 입각한 복지부와 심사평가원 입장은 이해되지만 입원전담전문의들이 로봇은 아니다"라면서 "불가피하고 휴가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체 전문의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주간 근무 수가 방식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입원전담전문의 교수는 "엄격한 수가 적용으로 1인 근무 병원은 휴가도 못하고, 3인 근무 병원은 1명을 추가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이 상태가 지속되면 입원전담전문의를 포기하는 의사와 병원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복지부도 현장의 애로사항을 인지하고 있지만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진의 구하기가 어렵다는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공백 날짜만 수가 청구를 불인정하고, 다른 불이익은 없도록 했다"면서 "주말과 휴일 8시간 근무시간 완화는 좀 더 의견수렴을 거쳐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2020년 5월 현재,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전국 45개 병원에서 249명의 입원전담전문의가 4032병상의 입원환자를 전담하고 있다.

참여 병원 중 입원전담전문의 24시간 배치 병원은 14.3%에 불과하고, 대부분 3인(32.1%) 또는 2인(53.6%)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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