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진료 시범사업, 빅5 화두 '4차'병원 밑그림 되나

발행날짜: 2021-12-28 05:45:59
  • 일선 병원들 "중증 비율 높은 대형병원만 위한 정책"
    경증 15~30% 감축시 지속 가능한 중증 비율이 관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은 '4차병원'이라는 새로운 의료체계를 구축하게 될 것인가.

상급종합병원의 경증 외래환자를 줄이는 만큼 보상하겠다는 것이 핵심이지만 현실적으로 빅5병원 등 중증도가 높은 병원이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4차병원 모형의 밑그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형병원 '그들만의 리그' 구축되나

소위 빅5병원으로 칭하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대형 상급종합병원은 몇년 전부터 '4차병원'을 화두로 제시해왔다.

동일한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중증 및 희귀·난치성 진료 비중을 높여나갈테니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 중증에 집중하는 만큼 당연히 경증 외래환자 비중을 최대한 줄여나가는 것은 기본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표한 중증진료 강화 시범사업과 맥을 같이하는 부분이다.

복지부가 제시한 중증진료체계 강화 시범사업은 결국 중증도가 높은 빅5병원만이 참여가능한 모형으로 빅5병원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수년 째 빅5병원이 4차병원을 선언(?)해왔지만 그에 걸맞는 정부의 보상책이 없었던 터. 이번에 복지부가 발표한 시범사업은 그 해법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로 빅5병원의 한 보직자는 "일부 저항이 있을 순 있지만, 빅5병원은 경증환자를 줄일 확실한 명분을 찾은 셈"이라며 "특히 외래환자를 줄이는 만큼 보상을 해준다고 하면 빅5병원은 참여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영진 입장에선 당장 외래환자 비중을 줄였을 때, 중증환자 진료로 100% 전환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리스크를 감수할 수 없어 경증진료를 유지한 측면도 일부 있던 터. 정부가 외래진료 감축분을 보상한다면 중증진료로 전환이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또한 "강제적으로 경증환자를 줄이라는 것은 문제지만, 정책 방향성은 맞다"면서 "상급종합병원은 고난이도·중증환자를 중심으로 운영해야한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제시한 성과평가 핵심지표 및 가중치 예. 복지부는 향후 구체적인 가중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시범사업이 4차병원 모형이 될 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경증진료만으로 지속이 가능한 수준의 중증도를 구축하고 있어야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에서 외래환자 감축율만 평가하겠다고 했지만, 그 이면에는 외래환자를 15~30%까지 줄였을 때 그 빈자리를 중증환자로 채울 수 있는 저력(?)이 있어야 현실적으로 추진이 가능하다.

결국 관건은 경증환자를 줄이는 만큼 중증환자로 채울 수 있느냐하는 점인데 이는 빅5병원 등 중증진료 저력을 갖춘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면 좀처럼 도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충청권 상급종합병원 한 보직자는 "이번 시범사업은 빅5병원과 지방 국립대병원 일부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대형 대학병원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인식이 짙다"고 말했다.

■진료과목별 온도차 극명

이번 시범사업은 빅5병원과의 괴리감 이외에도 진료과목별 온도차도 크다. 이미 경증환자로 분류되는 내분비내과 등 내과계 전문과목 의료진들은 우려가 높는 실정이다.

지방의 한 내분비내과 교수는 "상급종합병원과 연계된 지역 협력병원과 유기적인 관계를 형성해 환자 중심으로 새로운 진료체계를 구축하라는 얘기인데 영국에선 가능할지 몰라도 한국에선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파이 나누기식 건강보험체계에서는 민간 의료기관간에 협력 모형을 구축하는 게 한계가 있다고 봤다.

복지부의 시범사업 방안이 공개된 이후 내분비내과 등 경증 비중이 높은 전문과목 의료진들은 고민에 빠졌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 보직자는 "환자가 감소하는데 의료진 수만 유지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느냐"라며 "2차병원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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