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비뇨의학회-부산시 등 시범사업 진행 계획 속도
치매안심센터 모델 밑그림…"더 이상 미뤄선 안된다"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없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은 물론 노인 환자의 배뇨장애 문제 해결을 위해 대한비뇨의학회가 내놓은 배뇨감염관리센터 설립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비뇨의학회의 의도대로 국가 단위 센터 설립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부산시가 이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지자체 단위의 사업 진행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
비뇨의학회는 이를 기반으로 효율적 운영 성과를 도출해 전국 단위 사업 진행을 위한 근거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13일 비뇨의학회 등에 따르면 부산시가 최근 배뇨감염관리센터 시범사업을 내부 확정하고 이에 대한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비뇨의학회 관계자는 "부산시에서 의회의 승인을 거쳐 이르면 올해 말을 목표로 배뇨감염관리센터 시범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며 "학회와 긴밀하게 논의중에 있으며 따르면 6~7월 쯤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배뇨감염관리센터는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에서 배뇨장애 노인 환자가 발생하면 센터로 즉시 이송해 응급 처치를 진행한 뒤 다시 시설로 돌려보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문센터를 의미한다.
대다수 요양시설에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없어 배뇨장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지역별, 권역별 시스템을 도입해 이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실제로 비뇨의학회에 따르면 국내 60대 이상 전체 요실금 환자 비율은 지난 2011년 21.9%에서 2020년 47.4%로 증가했다. 또한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신경인성 방광 환자수도 40만2000여명에서 49만8000여명으로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맞춰 배뇨 장애 환자들의 진료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신경인성 방광 환자의 경우 2017년 총 진료비가 35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600억원으로 3년만에 두배가 늘었고 요실금 또한 같은 기간 1490억원에서 19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를 케어할 수 있는 인력은 터무니 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지역 노인 환자들의 경우 배뇨장애가 있어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비뇨의학회의 지적이다.
비뇨의학회 이상돈 회장(부산의대)은 "이미 우리나라도 2024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지만 요실금이나 배뇨장애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제대로된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실제로 전국 요양시설에 비뇨의학과 전문의가 근무중인 곳은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근 몇 년간의 추세만 보더라도 앞으로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배뇨장애 환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다"며 "얼마나 잘 짜여진 체계를 갖추느냐가 노인들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기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비뇨의학회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가 배뇨감염관리센터 설립을 도모해 왔다. 하지만 수차례의 공청회와 간담회에서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던 것이 사실.
그러나 부산시가 이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를 설립하는 방안으로 결정하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비뇨의학회 관계자는 "지난 1월 학회 차원에서 부산시, 부산시의회가 참여하는 공청회를 열고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또한 동아대병원 등 4개 병원을 주축으로 하는 건립 제안서를 부산시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가 시범사업을 결정하고 시의회가 이를 승인하면서 사업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셈이다.
이에 맞춰 부산시는 연 예산 10억원을 설정하고 사업 타당성 용역에 들어간 상태다. 사업의 골자는 시가 관내 요양병원을 묶는 네트워크를 설정하고 센터 구조를 확립하면 부산시내 4개 대학병원이 공동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파견하는 방식이다.
비뇨의학회는 부산시에서 일단 시범사업이 진행되면 전국 단위 사업으로 확장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명하게 그 효과를 볼 수 있는 만큼 사업의 근거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비뇨의학회 이상돈 회장은 "시작부터 전국 단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며 "일단 부산시에서 필요성을 인정하고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만큼 학회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해 근거를 마련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필요성에 대한 근거가 쌓인다면 국가 치매 안심 센터와 같은 모델로 충분히 성장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현재 배뇨장애 문제는 노인의 건강권과 인권에 매우 중요한 문제인 만큼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