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코로나19는 세상을 많이 바꿔 놓았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공짜 검사와 치료다. 그 다음으로 의사들이 그토록 반대해 왔던 원격진료의 현실화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모두가 어우러지면서 우리들에게 알려준 것이 있다. 바로 공짜는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과 유료는 수요를 줄여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의료에도 수요와 공급의 곡선이 적용되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19는 자영업자들에게 많은 어려움을 가져다 주었다. 영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영업제한은 시간과 장소 그리고 인원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많은 자영업자들을 어려움에 빠뜨렸다. 의료분야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했는데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의료비에 대한 정부의 가격 제한과 통제의 대표적인 예는 코로나19를 확진하는 PCR검사다.
PCR 검사는 초기 약 14만원으로 책정되었다. 그런데 가격이 무료다. 감염병 예방법 상 1급 법정 전염병은 국가가 검사와 치료비를 모두 지불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검사비는 무료이고 감염이 되면 직장에서 쉴 수도 있으니 선별진료소나 보건소 앞에 수백명이 줄을 서던 것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오미크론이 등장하면서 감당할 수 없도록 많은 PCR 검사자가 발생하자 정부는 PCR 검사의 한계를 핑계로 그 동안 시행하지 않았던 신속항원검사를 민간의료기관에 허용하였다.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신속항원검사의 수요가 폭증했다.
코로나19와 함께 우리나라에 전격 도입된 원격의료를 보자. 원격의료는 의사들이 매우 반대한 의료정책의 하나다. 그래서 원격의료 플랫폼업체는 국내 발을 붙이지 못하고 매우 힘들어했다. 원격의료 플랫폼 업체 중에 하나는 코로나19로 전화진료 수요가 늘어나자 약물배송을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가입자를 늘렸다.
원격의료 플랫폼 업체에 가입한 개원의의 경우 코로나19가 급증할 무렵 1시간에 100명이 대기하는 개원 이래 최대의 호황(?)을 경험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 약물배송을 무상으로 제공하던 플랫폼 업체는 심각한 적자 상황을 겪게 된다.
그러나 무료배송은 오래 지속될 수 없었다.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원격의료 처방전 배달을 유료화하자 1시간에 100명씩 대기하던 전화진료 희망자들이 한 시간에 5-8명 정도로 줄면서 대기줄이 사라졌다.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도 유료화되어 신속항원검사 1회 검사에 본인부담금이 3만원으로 올라가게 되면 검사숫자가 급감하고 확진자의 숫자 역시도 급감할 것이다.
지난 2년 2개월간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정부와 국민의 협조에 의해 좋은 점이 결과가 일부 확인되었다. 확진자대비 사망률이 2022년 3월 25일 현재 매우 낮게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기록은 월드오미터 기준이다. 우리나라의 코로나 19 발생은 최근 급증하였지만 코로나19 감염자 숫자 대비 사망율은 0.128%로 아직 높지 않다. 이 수치는 높지 않을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각 나라별로 이것을 계산해 보면 뉴질랜드 0.35%, 아이스랜드 0.053%로 섬나라의 경우 매우 낮게 나온다. 반면 프랑스 0.57%, 영국 0.796% 이탈리아 1.119% 그리고 미국은 1.228%로 확인된다.
이런 결과는 전국민의 협조, 자영업자의 희생, 의료인들 뼈를 깎는 고통 그리고 일선 공무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하지만 이 결과를 좋게 평가하려면 향후에도 유지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전화진료 후 무상으로 제공한 약품배송비에서의 대기가 유상으로 변하자 급격히 줄어든 것을 미루어 짐작컨데 무상이던 PCR 검사를 유상으로 제공하게 된다면 검사를 위한 줄도 없어지고 코로나19 감염자도 급감할 것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재화의 가격을 낮추거나 심지어 무상으로 제공하게 되면 과소비를 부른다.
건강보험은 저보장 저보험료로 운영되어 의료비를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는 의료 기관의 문턱을 낮게 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 반면 의료 과소비와 함께 편향된 방식의 진료행태를 부추기고 있다.
경제학에서 의료서비스는 가격 탄력성이 낮은 재화로 분류하지만 건강보험으로 의료비가 저렴해지면서 가격탄력성이 높은 재화로 변한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인위적으로 의료서비스 가격을 낮추어 이용량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했다는 점과 보험을 가입하면 혜택(보험급여)을 받으려는 보상심리가 함께 작동 하여 의료서비스 행태를 왜곡 시킨 것이다. 무료 약물배송 서비스의 유료화를 통해 알 수 있었고, PCR검사를 유료화하면 확인이 가능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