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내달 11일까지 입법예고…연구인력 기준 상향 조정
연구참여 임상의사 비율도 강화 "지원없이 기준만 강화하나"
연구중심병원 기준이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기준을 현실에 맞게 손질한다고 하지만 일선 병원들은 "지원은 없이 기준만 높인다"라는 볼멘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연구전담의사 자격 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등 지정 및 평가에 관한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5월 11일까지 입법예고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연구전담의사의 진료시간 허용 기준을 주당 4시간에서 8시간으로 확대했다. 양질의 임상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기술사업화 지원 전담인력과 기술료 수입액을 신설하고, 연구참여 임상의사, 지식재산권 등 평가지표를 현실에 맞게 조정했다. 연구성과를 실용화하기 위함이다.
또 최근 3년간 실적, 향후 3년간 연구 및 운영계획의 비중 기준을 삭제하는 대신 평가 항목별 평가 내용을 확대 또는 축소해 조정했다. 이는 연구역량의 질 평가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이렇게 보면 합리적인 듯 보인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연구전담의사의 자격기준을 과거 '연구논문 실적이 있고'에서 '연구논문 실적(SCI급)이 2편이상 있고'로 변경했다. 과거에는 실적인 1건이라도 있으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2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해야 연구전담의사가 될 수 있다.
연구인력 기준도 강화된다. 현재 총 의사 대비 연구에 참여하는 임상의사 비율을 보면 상급종합병원이 25%, 종합·전문·치과·한방병원은 20%이지만 앞으로는 상급종합병원은 30%, 종합·전문·치과·한방병원은 25%로 상향 조정한다.
연구전담의사 수 또한 상급종합병원 5명, 종합·전문·치과·한방병원은 3명에서 앞으로는 상급종합병원 10명, 종합·전문·치과·한방병원은 6명으로 각각 2배씩 늘린다.
연구실적도 대폭 기준을 높인다. 현재는 최근 3년간 의료기관의 지식재산권 건수를 상급종합병원 50건, 종합·전문·치과·한방병원은 20건이면 연구중심병원으로 인정하지만 앞으로는 상급종합병원은 90건, 종합·전문·치과·한방병원은 50건을 달성해야 한다.
연구비 또한 까다로워졌다. 최근 1년간 병원전체 수입 대비 R&D 수입 비중(상급종병 5%, 종합·전문·치과·한방병원 3%)으로 평가했지만 앞으로는 의료수익 대비 연구비가 상급종합병원 6%, 종합·전문·치과·한방병원 4%로 강화했다.
현재는 평가 기준에 없었던 기술료 관련 항목도 생겼다. 최근 3년간 의료기관의 기술이전 수익을 평가하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은 10억, 종합·전문·치과·한방병원은 5억을 달성해야한다.
임상시험 실적도 현재는 임상 1상 실행건수만 확인했지만 앞으로는 임상 1~3상 건수를 모두 평가하고 의료기기 임상시험 승인 건수도 항목을 추가했다.
지식재산권도 지금까지 외국 특허는 각국의 지식재산권 관련 법률에 따라 출원된 국외특허 또는 특허협력 조약에 의해 출원된 국제 특허까지 인정했지만 앞으로는 특허협력 조약에 의해 출원된 국제특허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상급종합병원 한 임상교수는 "만약 연구중심병원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면 차라리 시작을 안했을 수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금까지 투자해온 게 있어 중단할 수도 없어 추진하는데 정부는 지원은 없이 기준만 높이려고 하니 답답하다"며 "기준만 높이려고 하기보다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