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학술팀 최선 기자
우스갯소리지만 최근 '보복 회식'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욕구를 억누르면 억누를 수록 그 반작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등장했던 보복 소비가 사회적 거리두기의 전면해제와 함께 '보복 회식'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25일 기준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8만 여명. 말 그대로 기록적인 수치이지만 이제 그 누구도 확진자 수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누적된 피로감이 무관심의 형태로 표출된 결과다.
마치 언제 팬데믹을 겪었냐는 듯 3년만에 벚꽃축제가 개최된 것은 물론 각종 페스티벌까지 가세해 이전 삶으로의 회귀를 강조하고 있다. 나쁘지만은 않다. 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가 감소한 마당에 언제까지 뉴노멀을 강요받으며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차라리 코로나19와의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방역 포기/망각과 같은 말로 매도할 수 없는 보다 현명한 방안일 수 있다.
관건은 망각의 범위다. 그간의 고생은 망각해도 좋지만 팬데믹에서의 시행착오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안도감이 드는 이 순간이 오히려 불안한 건 기시감 때문이다. 2년 전 여름, 확진자 수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정부는 각종 쿠폰을 뿌려대며 소비를 진작시켰지만 섣부른 희망가였다. 고작 겨울을 못 넘기고 "이제 끝났다"던 환호가 비명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라고 특별하진 않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부터 역학조사관 충원까지 최적의 선택지, 방역 모범 답안은 예전부터 있었다.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로 이어진 세 번의 시험에서 해답이 나왔지만 정작 실행할 의지보다 망각의 힘이 앞섰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신종 감염병이 사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안일한 긍정론이, 자본과 경제성의 논리가 미래를 위한 감염병 관련 재원을 돈 낭비로 평가절하시켰다.
망각에 대한 특효약은 기록이다. 2년 전 인터뷰 차 만난 감염내과 교수는 메르스 사태를 거론하며 열을 올린 바 있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재발 방지책에 대해 신신당부를 했지만 코로나19 유행까지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코로나19라고 특별하진 않다. 당장 내년에 '코로나23'과 같은 새 얼굴을 마주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신종 감염병이 등장해도 "지금은 바뀐 게 있냐"는 질문 앞에 우리 사회가 당당해질 수 있냐의 여부다.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 코로나19까지 네 번의 시험을 거쳤다. 정답도 이미 알고 있는 마당에 난이도 탓을 할 순 없다. 오픈북 시험에서 과락은 의지의 문제다. 누구는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다. 늘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동물이 되지 않으려면,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