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명 의료경제팀 기자
한시적.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기간에 한정된' 뜻이다. 말 그대로 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인데,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에서는 그 뜻이 무의미해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아 비대면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현재 의료법체계에서 환자와 의사 사이 비대면 진료는 불법이기 때문에 복지부는 '한시적'이라는 단서를 달수밖에 없었다. 정체 모를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환자와 의료진을 모두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였다. 한시적의 조건은 감염병 위기대응 심각단계 동안이다.
위기는 3년째 이어졌고 한시적이라는 단서도 계속 붙어 있었다. 그사이 비대면진료 관련 산업이 만들어졌고 심지어 성장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조제약 배달 플랫폼이 생겨났고,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만 하는 약국까지 등장하고 있다. 국회에는 비대면 진료 합법화를 위한 관련 법이 계류 중이다.
정부는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창 하고 있지만 '한시적' 조건을 붙인 비대면진료 종료에 대한 이야기는 깜깜무소식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해제하고 2일부터는 실외에서 마스크도 벗도록 했다.
코로나19 감염병 등급도 2급으로 하향했다. 그러면서 의료시스템도 대면진료 중심으로 돌아간다. 5월 말부터는 지정 의료기관이 아닌 모든 동네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비대면 진료를 유지한다고 한다. 심각단계의 위기 경보 발령 기간은 한참 지났음에도 말이다. 나아가 정부는 올해 안으로 진단부터 처방, 약 배송까지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할 예정이다.
비대면 진료의 옳고 그름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를 바라보는 기류는 바뀌었지만 아직도 의료계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고, 약사 사회에서는 반대 목소리를 어느 때보다 높게 내고 있다.
처음 겪은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정부 대책이 시행과 번복, 개정되는 것을 빈번하게 봐왔다. '한시적' 조건을 붙인 비대면 진료도 그중 하나다.
한시적으로 도입해 봤더니 괜찮았고, 심지어 시장까지 만들어졌다. 계속 유지하겠다고 방침을 세웠다면 '한시적'이라는 전제 조건을 떼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하는 것 아닐까. 정부는 일상으로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시적' 단어를 떼고 비대면 진료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