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직 의료경제팀 기자
'수가 정상화' 의료계 현안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제다. 이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식상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의사라는 직업이 가진 인식으로 고려하면 "돈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엄살 부린다"는 말이 나오기 십상이다.
다만 투자할수록 무조건 손해를 보는 사업이 있다면 여기 뛰어드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의료계는 우리나라 의료수가 원가보전율이 80% 수준에 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자 치료에 1만 원을 사용했다면 그 수익은 8000원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실제 2017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건강보험심사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건강보험 의료행위 유형별 원가보상 수준'을 보면 평균 원가보상수준은 85%에 그친다.
항목별로 보면 기존진료 75%, 수술 76%, 처지 85%, 기능 74.%, 검체 159%, 영상 122% 수준이다.
2018~2019년 최저임금이 각각 16.4%, 10.9% 증가했지만, 수가 인상률은 2~3%에 그쳤던 것으로 고려하면 이 같은 간극이 더욱 커진 셈이다.
여러 전문과를 보유한 대형병원은 수익이 나는 진료에 집중해 손해를 보전할 수 있지만, 영세 병·의원은 이 같은 조치가 어렵다.
원가보전율이 낮은 진료과 개원의라면 전문성을 포기하고 피부미용 등 비급여 항목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기피과 현상이 생기는 이유다. 이 같은 문제가 필수의료인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을 중심으로 심화하는 것도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관련 불만은 이번 대한의사협회 대의원정기총회에서도 드러났다. 의협이 행복한 진료실 환경 만들기를 주제로 각 시도의사회 의견을 취합한 결과 대부분의 내용이 수가 정상화 요구였다. 더욱이 코로나19 여파로 병·의원 경영난이 심화해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여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이런 요구가 이어진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해법을 마련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일 것이다. 수가 인상은 건강보험재정 부담으로 귀결되고, 본인부담율을 인상하는 방식도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다만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로 의료계와 소통한다면 저수가 문제가 남아있어도 이에 대한 불만은 줄어들 것으로 생각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정부는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 같은 정책이 근시일 내에 마련되진 않겠지만, 언젠가 의료계 주요 현안에서 저수가 문제가 사라지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