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시장 확대 따른 재평가 방침에 형평성 지적
지방간 치료제 무더기 퇴출로 건기식 시장 팽창 우려
간 질환 치료와 기능 개선을 위해 병‧의원에서 처방되는 전문약인 이른바 '간장약' 품목의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간장약 시장의 '선두 품목'인 셀트리온제약 고덱스가 퇴출 위기에 놓이면서 그 영향이 전체 처방 시장으로 번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아데닌염산염 외 6개성분 복합제인 셀트리온제약 고덱스에 대해 '트란스아미나제(SGPT)가 상승된 간질환에 급여 적정성이 없다'고 결정했다.
셀트리온제약이 즉각 이의신청에 나서는 등 적극 대응을 예고하고 있지만 만약 처분이 확정될 경우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임상현장에서는 고덱스가 간장약 처방 시장에서 선두 자리에 있는 만큼 파장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만약 급여에서 제외될 경우 비급여로도 처방하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
소위, 지방간 치료제 하면 '고덱스'라는 인식이 처방시장에서 굳어져 있었는데 급여에서 제외된다면 단시일 내에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대한내과의사회 박근태 회장(박근태내과의원)은 "고덱스가 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환자들도 당연히 복용을 끊을 것"이라며 "비급여로 전환되면 약값이 비싸지기 때문에 대체 의약품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 가운데 임상현장에서는 대체 의약품도 딱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덱스보다 앞서 실리마린(밀크씨슬 추출물) 성분이 지난해 심평원으로부터 '급여 제외' 평가를 받은 바 있으며, 또 다른 간장약의 블록버스터 품목인 씨앤유캡슐(케노데옥시콜산-우르소데옥시콜산삼수화물마그네슘염) 역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 재평가' 대상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실리마린 성분의 대표품목으로 여겨지는 '레가론'의 경우 부광약품이 소송을 진행하면서 현재 임상 현장에서 처방은 가능한 상태. 사실상 간장약 처방시장에서 경쟁하던 대표 품목들이 연달아 정부의 재평가 테이블에 오른 셈이다.
현재 이 같은 정부의 재평가에 자유로운 간장약은 대웅제약 우루사와 DDB(Dimethyl Dicarboxylate) 계열 약물들이 꼽힌다.
DDB 품목 중에서 다처방 약물은 파마킹 펜넬과 삼일제약 리비디가 대표적이다.
특허 만료에도 불구하고 진입한 복제의약품(제네릭)이 전무한 고덱스가 만약 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상대적으로 우루사와 DDB 계열 약물이 대체 품목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
하지만 임상 현장에서는 이들도 결코 정부의 '재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상급종합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지방간 치료제로 매출 선두인 고덱스가 위기에 몰렸다고 해서 경쟁 품목들이 긍정적으로 볼 만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DDB 계열 유사 약물들도 처방액이 늘어난다면 정부가 재평가 대상으로 언제든지 올릴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가 의약품 급여에 따른 정부의 건강보험 지출 관리 측면임을 모르지 않는다"며 "하지만 무리수를 두면 둘수록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현재 잣대로라면 다른 간장약들도 급여 재평가에 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대한간학회 보험위원인 강남세브란스병원 이현웅 교수(소화기내과)도 "학문적으로 검증된 약물은 그대로 두는 것이 맞다. 이번 결과로 본다면 간장약 품목들도 재평가 대상이 돼야 한다"며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결국 이렇게 된다면 환자들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으로 눈을 돌려 부작용이 더 늘어날 수 있는 부분이라 제대로 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