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초대석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 박상재 회장(국립암센터 간담췌외과)
"해외선 보편화…2년 내 국내 실정 감안한 프로그램 구축"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가 한국형 수술 전후 환자의 관리 프로그램 마련에 나선다.
수술 후 관리가 예후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유럽 등 해외 선진국은 수십 년 전부터 표준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국내는 병원별 운용 현황이 제 각각인 상황.
학회는 표준 모델 도입으로 관리의 질을 높이는 한편 중환자 집중 영양치료 수가 현실화를 위한 근거 확보 작업에도 팔을 걷는다는 계획이다.
23일 대한외과대사영양학회는 수술 후 환자 관리 연구 사업 고도화 및 임상 적용 계획을 밝혔다.
박상재 외과대사영양학회장(국립암센터 간담도췌장암센터 교수)는 "한국형 수술 전후 환자 관리 표준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겠다"며 "이는 수술 전후의 최상의 환자 회복을 위한 진료 표준화, 프로토콜 개발, 가이드라인 개발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간 해외를 중심으로 영양 관리 등의 ERAS(수술 후 회복 향상) 연구 및 임상 적용이 활발하게 진행돼 왔지만 우리나라에선 수가 등의 문제로 적극적인 도입이 어려웠다.
환자 관리 프로그램은 유럽 지침이 국제 가이드라인으로 꼽힌다. 수가 적용 현황이 다르기 때문에 국제 지침을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라는 것이 학회 측 판단. 이에 학회는 보험 상황 등 국내 실정에 맞는 한국형 지침을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회장은 "환자들은 수술 전후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궁금해한다"며 "2년 내 위장관외과, 대장항문외과, 간담췌외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국형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상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 개발 및 적용 시 수술 환자의 회복을 증진하고 합병증을 감소시키며 환자 및 사회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임상영양, 간호 등 다학제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몸이 약한 수술 환자는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젊고 건강한 환자는 대부분 문제가 없지만 몸이 약한 고령의 환자는 큰 수술을 감당하기 쉽지 않고 일반 프로그램을 적용하기 어려워 식이와 운동을 겸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개발, 보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장영양식에 대한 수가 정상화에도 팔을 걷는다. 보통 외과 환자가 수술을 위해 입원하면 영양 상태 평가가 이뤄진다. 병원 별로 자체 평가 도구를 적용, 집중영양지원팀을 통해 영양이 부족한 환자에는 수술 전후 영양 지원부터 재활, 정신건강 등의 집중 케어가 뒤따른다.
문제는 의사, 간호사, 약사, 영양사 네 직군이 포함된 집중 케어 수가가 환자 한 명당 상급종합병원은 4만 1천원, 종합병원은 3만 2천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 환자 1인의 영양 상태 평가 및 임상 지침 적용에 40~70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수가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게 학회 측 판단이다.
박 회장은 "집중영양지원팀의 환자 지원 시 수가가 2014년부터 적용됐지만 일주일에 한번 적용되기 때문에 인건비 보전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의약품으로 분류된 경장영양제만 보험이 적용되지만 인정 금액이 턱없이 낮고, 나머지 영양제는 식품으로 분류돼 단가가 낮고 품질이 조악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가 적용 후 8년이 됐기 때문에 환자에게 어떤 도움이 됐고, 기관 입장에서는 제도 도입 전후 상황이 어떤지 평가가 필요하다"며 "학회 차원에서 심평원에 제도 시행 전후 비용-효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회에서 제도 도입 후 변화에 대해 작은 규모로 계속 연구하고 있다"며 "당장은 자료가 없기 때문에 임기 내 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근거 자료는 산출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