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부터 명의 도용까지…의학계 연구 비리 비상

발행날짜: 2022-09-14 05:30:00
  •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 논문 조작설 파장
    중국·유럽 등 세계 각지서 유사 사례 보고

최근 치매 유발 기전을 설명한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에 대한 데이터 조작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의학계에서 비슷한 연구 부정 사례가 줄 이으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중국의 세포생리학 관련 논문이 연구 조작으로 철회된 데 이어 유럽에서도 저자 이름을 무단 도용해 논문이 철회되면서 국내에서도 연구 부정 교육 프로그램 도입과 같은 예방책 마련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13일 의학계에 따르면 최근 전세계적인 연구 부정 사례 적발로 학계에 경각심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장은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의 토대가 된 논문의 조작설로부터 시작됐다. 해당 논문은 단백질의 일종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뇌에서 과잉 축적될 때 신경 독소 작용을 일으켜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는 가설을 제기했다.

다양한 제약사들은 이같은 원리에 근거해 치매 치료제 개발에 매달려왔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임상적 효과를 거두진 못하는 실정이다.

미국 밴더빌트대 매튜 슈라그(Matthew Schrag) 교수는 가설의 토대가 된 미네소타대 실바인 레스네(Sylvain Lesné) 교수의 연구(DOI.ORG/10.1038/NATURE04533)에서 이미지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연구정직성 관리국(the Office of Research Integrity)이 공개한 최근 이미지 조작 사례 조사 결과

제시한 이미지들이 다른 저널의 이미지를 변경하거나 차용하는 방식으로 연구 결과값을 조작했다는 것이 그의 판단.

해당 의혹 제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연구 부정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중국 지닝(吉寧)제일인민병원 소속 연구원들은 자료 및 연구 조작 행위로 논문 철회 조치를 당했다.

해당 논문은 세포생리생화학지(Cellular Physiology and Biochemistry)에 2018년 게재된 "Lycium barbarum polysaccharides는 PC-12 및 SH-SY5Y 세포에서 microRNA-194를 하향 조절함으로써 H2O2에 의해 유도된 산화적 손상을 완화한다"는 논문으로 이는 지난 달 31일 철회됐다.

공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저널 및 연구원 소속 기관의 자체 조사 결과 부정 행위의 증거가 확인됐다.

소속 기관의 조사 결과 연구진은 다양한 저널에 총 15개 논문을 게재했는데 이 중 6개는 철회됐고 6개는 조작 우려 가능성이 제기됐다.

학술지 PLOS Biology도 리탄카 마줌달(Ritankar Majumdar) 연구원이 게재한 2016년 논문에서 두 개의 이미지 데이터 위조를 발견하고 이를 지난 달 철회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구원은 화학 유인제 활성화 후 1차 호중구 이동 시 다원체(MVB) 형성을 위해 고의로 전자현미경 이미지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는 벨기에의 심장전문의 프랭크 라데마커스(Frank Rademakers)가 본인 명의를 무단 도용한 두 건의 논문 사례를 고발했다. 라데마커스가 공동 저자로 올라간 두 건의 논문은 이후 철회됐다.

비슷한 사례가 지속되면서 국내에서도 연구 부정 대책 마련에 나섰다.

외과대사영양학회는 내달 개최되는 추계학술대회에 논문 중복 게재 관련 문제들을 점검하는 세션을 마련하고 경각심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박상재 외과대사영양학회장은 "최근 정치권뿐만 아니라 의학계에서도 표절, 조작 등 비슷한 연구 부정 사례가 나왔다"며 "불미스러운 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관련 세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도적으로 연구 부정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일부는 무지하거나 실수하는 사례도 있을 것으로 본다"며 "교육을 통해 엄격한 연구 윤리관을 확립시키는 것이 학회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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