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협 '봉사점수'로 간호법 궐기대회 인력동원 의혹 '빈축'

발행날짜: 2022-11-17 05:30:00
  • 자원봉사점수 활용 의혹에 의료계 "발상 자체가 개탄스러워"
    의료계 "VMS 특정 단체 전유물 아냐…활용 투명성 높여야"

대한간호협회의 사회복지자원봉사점수 활용법이 의료계 빈축을 사고 있다.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에 참여한 대학생에게 해당 점수를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간호협회는 홈페이지 등을 통해 오는 21일 개최되는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에 참석할 대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 참석 배너와 신청 페이지의 모습

하지만 신청서 페이지에 VMS(사회복지자원봉사인증관리) 계정 ID를 기입하는 항목이 있어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간협이 봉사점수를 미끼로 총궐기대회 참여율을 높이고 있다는 것.

VMS는 자원봉사자의 봉사실적을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계정을 기입하라는 것은 총궐기대회에 참석하는 대학생에게 봉사점수를 지급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는 분석이다.

한 간호대학의 공지도 이 같은 의혹에 힘을 싣고 있다. 해당 공지는 '2022 대한간호협회 간호정책 선포식 개최 안내'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참석자에게 모바일쿠폰과 4시간의 봉사시간인정을 지원한다고 명시돼있다. 또 공지 말미에 1학년 학생의 필참을 요청하고 있다.

2022 대한간호협회 간호정책 선포식 개최 안내

문제는 해당 포럼이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와 동일한 행사로 보인다는 점이다. 간협은 지난 2일 국회의사당대로에서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를 계획했다가 이태원 참사로 이를 연기했는데 간호정책 선포식 일시와 장소 역시 2일 국회의사당 앞이다.

더욱이 간협이 공지한 '2022년 간호정책 선포식 연기 안내'에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를 무기 연기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정황을 보면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와 간호정책 선포식은 같은 행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간호법 문제를 차치하더라고 협회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어떻게 자원봉사활동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간협 측은 모든 학생에게 봉사점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행사 진행을 돕거나 안전요원 등으로 참여한 일부 학생에게만 점수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 관계자들은 관련 공지의 내용으로 봤을 때 이 같은 해명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VMS의 사업근거인 사회복지사업법 제9조 및 동법 시행령 제25조 제3항을 보면 자원봉사활동의 지원·육성에 관한 업무는 중앙협의회에 위탁한다. 이 때문에 중앙협의회인 간협이 VMS를 활용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다른 직역 중앙협의회 관계자는 "사회복지자원봉사 제도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민감하게 다뤄지는 사안이다. 특정 협회에서 임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인된 가치라는 뜻"이라며 "우리 단체의 경우 VMS를 의료봉사 등에만 활용하고 있으며 집회 등에 사용하는 것은 특히 금기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복지자원봉사 제도는 의료계 소유가 아니고 특정 단체의 것은 더더욱 아니다. 기존에도 이 점수가 입시·취업 등에서 악용되는 사례가 있었는데, 의료계에서 이를 특정 직역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다는 선례가 남을까 우려스럽다"며 "이 제도의 취지를 고려하면 이런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배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간호법 제정이 보건의료직역 간 갈등을 유발하는 사안이라는 것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간호법은 다른 보건의료직역의 업무영역을 침탈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를 두고 범의료계와 간호계가 각을 세우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한 보건의료단체 임원은 "현상적으로 보면 간호법은 의료계 갈등을 촉발하는 행위로 사회봉사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며 "특정 직역의 이익에 VMS 활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나 충격적이다. 이를 묵과하면 해당 제도는 특정 단체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더욱이 보호해야 할 존재인 학생을 이익을 제공하며 참석시키겠다는 발상은 굉장히 위험하다. 이렇게 특정 협회가 이 제도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면 관련 점수의 분별력·공정성·투명성을 보장할 수 없다"며 "중앙협의회가 회원 권리를 보호하는 대신 이들을 동원하는데만 골몰하는 것 같아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중앙협의회 VMS 활용 방식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보건의료계가 자체적으로 이 같은 행태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의료계 한 관계자는 "자원봉사 제도가 어떤 식으로 이용되는지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본다. 문제 단체를 국정감사에서 다루는 것도 유효한 대책일 것"이라며 "특정 직역단체나 시민단체가 사회봉사 제도로 대중을 꼬드겨서는 안 된다. '우리 단체에 와서 봉사하면 점수를 준다'는 식은 매매 행위로 볼 수 있다. 보건의료계가 이런 악용 사례를 유심히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봉사는 공익적인 활동을 의미하며 시간이수 또한 해당 활동의 인정기준과 범위가 정해져 있다"며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 참석이 관련 기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간협 지도부가 수적 과시를 위해 무리하게 학생과 일선 간호사의 참여를 종용하는 것이 아닌지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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