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초음파 허용한 대법원…판결 왜 뒤집혔나

발행날짜: 2022-12-26 05:30:00
  • 1, 2심에선 전문적 기술 강조…3심서는 안정성 주목
    시대 흐름 반영한 탓…"진단 목적으로 사용 가능"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법원은 1~2심 당시 초음파기기가 현대의학에서의 사용을 상정한 제품이라는 입장이었지만, 대법원에서 뒤집힌 상황이다. 초음파기기 자체의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해도 이를 사용하는 것엔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원심 판단도 최종심에서 뒤집혔다. 시대적인 흐름을 고려했을 때 한의사에게도 현대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이 옳다는 취지다.

한의사 초음파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결에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2010년 P한의원이 원고인 최 모씨를 초음파 진단기기로 진료하면서다. 최 모씨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자궁내막증을 진단받은 후 2010년 3월부터, 자궁·난소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한의원에 내원해 2012년 6월까지 총 68회의 초음파 검사와 한약 처방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해 7월 산부인과 병원을 내원해 덩어리가 보인다는 진단을 받고 보라매병원으로 전원해 자궁내막암 2기 판정을 받자 소송을 제기한 것.

■1심, 진단방법 차이를 이유로 의과계 손들어

1심 당시 피고 측 변호인은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이 면허된 범위 내의 의료행위라고 주장했다. 초음파기기는 그 자체로 안정성에 문제가 없으며 한의사들도 관련 사용법을 교육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피고에 80만 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서양의학과 한의학 진단방법은 각각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초음파기기의 부작용 위험이 크지 않은 점을 들어, P한의원이 최 모씨에 대한 전원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을 중점으로 양형 기준을 정했다는 설명이다.

법원이 초음파기기 면허 범위 근거로 진단방법을 제시한 것은, 의료법에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에 대한 적극적 정의규정 및 면허 범위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서양의학와 한의학의 진단방법이 각기 다르고, 이를 한의약 육성법 제2조 제1호에 대입하면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은 면허 범위를 벗어난다는 게 당시 법원의 판단이었다.

구체적으로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하나의 통일체로 인식하며 질병 발생 요인을 사람의 기력이 약해 인체를 방어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를 진단하는 한의학만의 방식은 맥을 짚거나 질환 부위를 누르는 맥진·안진 등이며, 이후에도 완전한 진찰이 어렵다면 경락 측정기, 파동 진찰기, 경혈 탐지기 비만 측정기 등을 사용한다.

반면 서양의학은 해부·조직·생화학 이론을 기초로 하며 질병의 원인을 세균·바이러스 등 외부적인 인자로 보고 있다. 진찰방법은 실험과학에 근거를 두고 인체의 화학적·생물학적 변화를 관찰·측정하는 식이다.

이 같은 진단방법 차이와 초음파로 인체 내부를 탐지하는 초음파기기의 원리를 고려하면, 이는 의사가 사용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진단이다.

법원은 초음파기기 사용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하면 적절한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없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상의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의료법 입법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는 것.

피고인이 한의학과나 유관학회에서 초음파기기 사용법을 수련했다는 반론과 관련해선, 한의학에는 이를 이용해 진단하는 전문과목이 없어 적합한 검사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의사육성법의 취지가 한의학 발전이라는 것도 강조했다. 이는 한의학 이론과 한방의료행위를 토대로 한 의료기기 개발을 장려하는 취지일 뿐, 서양 의료기기를 사용하라는 뜻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법원은 "한의사가 초음파기기를 비롯한 현대적 영상의료기기를 아무런 제한 없이 사용할 경우 서양의학과 마찬가지로 영상 판독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한의학의 고유한 진단방법을 계승·발전해 나가기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1심 판결 정당하다는 2심…항소 기각돼

2016년 진행된 2심에서 피고 측은 초음파기기는 물리학에 기초한 장비로 서양의학 원리와 무관하다고 맞섰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피고인이 행한 행위는 한의학적 이론을 응용한 의료행위라는 주장이다.

초음파기기는 진단의 보조 수단으로만 사용했을 뿐 이후엔 침 치료, 한약 처방 등 한의 의료행위가 이뤄졌다는 것.

초음파기기의 안정성 덕분에 한의사가 사용해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없으며, 한의학 발전을 위해 이를 적극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재차 강조했다.

법원은 이 같은 주장과 관련에 원심의 판단은 모두 정당하다고 못 박았다. 초음파기기의 원리가 물리학에 기초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해당 기기가 서양의학에서 활용될 것을 상정하고 개발·제작된 제품이라고 반박했다. 더욱이 이를 사용하는 것에서도 서양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는 것.

초음파기기의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기기 자체의 위험성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이를 사용하는 의료인이 관련 전문지식과 기술을 충분히 갖췄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초음파기기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나 관련 전문적 수련을 거친 의사의 영역이라는 판단이다.

결국, 법원은 이 같은 사실로 미뤄봤을 때 피고인은 항소할 이유가 없으므로, 형사소송법에 의거해 이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10년 뒤, 판결 뒤집힌 최종심…시대적 변화 때문

하지만 전날 진행된 최종심에서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한의사가 초음파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면허 범위에 해당한다는 다수의견 때문이다.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한의사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새로운 판단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없다면 의료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의 폭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초음파기기를 진단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경우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적다고 판단했다. 또 한의사의 초음파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밝혔다.

초음파기기 자체의 위험성이 크지 않으며, 초음파 검사 이후 한의 의료행위를 수행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

이와 관련 대법원은 "의료법상 자격을 갖춘 한의사가 진단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초음파기기를 사용한 행위에 의료법 위반죄를 지울 수 없다"며 "다만 본 전원합의체 판결은 한의사로 해 침습 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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